[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110]

딱 맞는 결혼식장

by Kema

그 주말, 김대리와 희윤은 본격적으로 예식장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처음엔 생각보다 합리적인 것 같았다. 대관료는 감당할 만했고, 안내 직원도 친절했다. 그러나 상담이 길어질수록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꽃장식은 기본 패키지에 포함되어 있지 않구요. 식장이랑 신부 대기실 쪽에 기본으로 들어가는 게 한 세트에 150만 원 추가입니다.”


“하객 식사는 최소 200인 기준으로 계약하셔야 하고, 인원 부족해도 식대는 그대로 청구됩니다.”


“사진은 패키지 업체를 이용하셔야 하고, 다른 업체 쓰시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합니다.”


처음엔 괜찮다 싶던 비용이 옵션이 붙을 때마다 순식간에 불어나기 시작했다.

직원이 두드리는 계산기를 바라보는 김대리의 얼굴이 굳어갔다.


“이러면 우리가 생각했던 금액으론 턱도 없는데…”


희윤은 애써 웃었지만 속이 답답했다.

“그러게 말이야. 이러니 다들 돈 때문에 결혼 못한다고 하나봐.

근데, 진짜 이렇게까지 하는게 맞나...”


둘은 몇 군데를 더 돌았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모두 약속이나 한 듯 화려한 패키지를 꺼내들었고, 둘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며칠 뒤, 희윤은 인터넷을 뒤적이다 우연히 한 호텔 광고를 보게 됐다.


강남 한강변에 새로 리모델링 중인 중소형 호텔이었다. 오픈은 이듬해 상반기로 예정돼 있었지만, 정식 오픈 이전인 연말부터 예식을 저렴하게 진행할 수 있는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했다.


“오빠, 이거 봐!”


희윤은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하며 김대리에게 링크를 보냈다. 낡은 외관을 리모델링하는 사진 속 호텔은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로비와 연회장이 꽤 아늑하고 단정해 보였다.


김대리는 반신반의했지만, 함께 호텔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호텔은 아직 공사 중이라 로비 한쪽에는 석고보드가 쌓여 있었고, 비닐로 덮어둔 집기들 사이로 신나 냄새가 강하게 나고 있었다. 천장은 아직 조명도 채 달리지 않았고, 공사장 특유의 어수선한 기운이 그대로 느껴졌다.


자신이 지배인이라는 중년의 남자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그들을 맞았다.


“아직 완공은 안 됐습니다만, 내년 봄부터 예식 수요를 받으려고 준비 중이에요.”


지배인은 안전모를 쓴 인부들이 자재를 옮기는 모습을 힐끗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사실 당장은 손님 맞을 준비가 안 됐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내부 마감도 아직 멀었고, 로비도 절반만 끝난 상태입니다. 다만 연회장은 최우선으로 작업을 하고 있어서 연말까지는 완공할 겁니다. 신부 대기실과 주방도 그때까지 마무리할 예정이고요.”


“공사 중인데 예식을 치를 수는 있나요?” 김대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지배인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웃으며 손을 내저었다.


“전체 공사가 끝나진 않아도, 주방과 연회장은 가장 먼저 오픈할 공간입니다. 호텔 전체 오픈보다 한두 달 먼저 테스트 성격으로 예식을 진행하려는 거예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모든 게 완벽기는 힘들 겁니다. 대신 그만큼 조건을 파격적으로 드리죠. 근처 예식장 대비 절반 이하 비용에, 저희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희윤이 눈을 반짝였다.

“하객 맞을 때 불편하지는 않을까요?”


“걱정 마세요. 연회장은 호텔 출입구랑 바로 연결되도록 동선을 잡아놓을 거에요. 정식 오픈을 한 상태는 아닐 테지만, 식장 안에 들어오면 예식 분위기는 충분히 살릴 수 있을 겁니다. 오히려 이렇게 결혼하는게 이야깃거리도 되고 기억에 오래 남을 거예요.”



상담을 마치고 나오는 길, 희윤은 김대리의 팔을 끌며 말했다.


“오빠, 난 여기 좋다. 부모님도 만족하실 거고, 우리도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시작할 수 있잖아. 게다가 나중에 이 호텔 완전히 문 열면, 우리한테는 항상 특별한 장소가 될 거고.”


김대리는 호텔 외벽에 걸린 '안전제일' 현수막을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래, 나도 좋아. 멋진 장소를 찾았네.”




둘은 서로 눈을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들이 세운 삶의 목표대로 가는 첫 걸음을 떼는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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