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111]

결혼 전 혼인신고라니

by Kema

퇴근 후, 김대리는 학창 시절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들을 불러냈다.

삼겹살집 한쪽 구석, 술잔이 몇 순배 돌 무렵 김대리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얘들아, 부탁 하나만 하자.”

“뭔데 이시키야. 술은 니가 사는거다”


“혼인신고서 알지? 거기 보면 증인을 몇 명 세워야 하거든. 니들 이름좀 넣자.”


친구들은 마시던 잔을 든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질문을 쏟아냈다.


“뭐? 야, 너 결혼도 안 했는데 혼인신고부터 해?”

“요즘은 결혼해도 신고 안 하고 살아보는게 트렌든데?”

“대체 이유가 뭐야?”


김대리는 민망한 듯 웃으며 설명했다.


“최대한 비용을 아끼려다 보니... 신혼여행을 그동안 모아놓은 카드 마일리지로 가려고 하거든.

근데 마일리지 합산하려면 혼인관계증명서가 필요하대.

결혼식 전에 구청 가서 신고부터 해야 돼.”


친구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야, 진짜 니답다. 독한 새끼.”

“그래도 멋있다. 오늘로 총각 끝나는거네!”


물론 응원을 해주는 친구만 있는 건 아니었다.


“야, 너는 한번 사는 인생 왜 그렇게 궁상을 떠냐.

젊을 때는 남들 하는 거 다 해보고 살아야지.”


똑같이 뻔한 월급을 받았고, 따로 돈 나올 구멍도 없었지만 돈을 쓰는 데 주저함이 없는 친구도 있었다.

젊었을 때 필요한 건 저축이 아니라 경험이라는 말을 달고 사는 친구였다.


김대리는 그런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지만, 자신의 성격 상 그 길로는 마음 편히 갈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김대리는 애써 웃으며 대답했다.


“궁상스럽긴 해도 분수에 맞게 시작해야지.

나 진짜 제대로 꿈 한번 이뤄보고 싶거든.”


“그래, 새끼 또 멋있는 척 하네. 그럼 증인은 내가 제일 먼저 도장 찍는다.”


테이블 위로 다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와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퍼졌다.








"두 분 같이 오셨어요? 신분증이랑 신고서 주세요."


창구에 선 두 사람은 괜히 긴장한 채 쭈뼛거리며 서 있었다.

구청 직원은 사무적으로 서류를 훑어보고, 자판을 치고 신분증을 스캔해 가며 컴퓨터에 무언가를 한참 입록했다.


"다 되셨습니다."






"너무 허무한데?" 김대리가 멋쩍은듯이 얘기했다.


"오빠 우리 이제 법적으로 부부가 된 거야.

아 맞다. 나 프로포즈도 못 받았는데!”


희윤이 장난스럽게 눈썹을 치켜세우자, 김대리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무릎을 꿇었다.


“신부 희윤은 김대리를 맞아...”


"오빠! 그건 주례 멘트잖아!!"


희윤은 고개를 돌려 외면했지만, 입가엔 웃음이 번졌다.



구청 현관을 나서는 두 사람의 손은 서로의 손 안에 꽉 쥐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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