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120]

밥솥, 폭발하다

by Kema

처음엔 쉽지 않았다.

그리고 처음만 어려웠지 갈 수록 쉬워지기도 했다.


어설픈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궁상 노하우들이 하나둘 늘어나면서, 불편함은 생활이 되고 생활은 곧 습관이 되어갔다.



처음엔 보온 기능이 전기 먹는 하마라는 말을 어디서 듣고는, 한 번 먹을 만큼만 밥을 했다.


그러다 차라리 한번에 많은 양을 해서 냉동실에 넣어뒀다 전자레인지에 돌려 먹는 게 훨씬 절약이라는 ‘꿀팁’을 들었다.



무릎을 치며 감탄한 김대리는 그길로 쌀을 잔뜩 씻어 취사 버튼을 눌렀다.








“오빠가 밥 했어?” 퇴근하고 들어온 희윤이 물었다.


“어 조금만 기다려. 양을 늘렸더니 좀 오래 걸리네.”



구수한 밥 냄새가 단칸방뿐인 온 집안에 퍼졌다.

김대리는 침이 꼴깍 넘어가는 걸 느끼며 뿌듯하게 웃었다. 나도 이제 살림 좀 할 줄 안다고.






김대리의 웃음은 오래 가지 않았다. 밥솥 뒤 물받이통이 갑자기 끓어오르듯 넘친다 싶더니, 뚜껑이 쉭쉭 거리며 들썩였다. 잠금장치가 간신히 버티는 가운데, 밥솥은 당장이라도 폭발할 듯 요동쳤다.


“희윤아, 희윤아!”


김대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패닉 상태가 되어 다급히 소리쳐 희윤을 불렀다.

미쳐 물기도 채 닦지 못한 희윤이 간신이 수건만 두른 채 뛰쳐나왔다.


“오빠 저거 뭐야 왜이래!”


뚜껑이 거의 뒤틀리듯 하며 생긴 틈을 통해 뿜어져 나오는 증기 사이로, 부르르 떨며 터지기 직전인 밥솥의 모습이 보였다.


“전원 뽑아 얼른!”


희윤의 외침에 김대리는 몸을 날려 벽 뒤에 있는 밥솥의 코드를 뽑았다. 좁은 틈새로 급하게 손을 밀어 넣느라 손등이 다 까졌지만 아픈 줄도 몰랐다.








다행히 밥솥은 치익 칙 소리를 내며 몇 번 진동하다 이내 잠잠해졌다. 희윤이 뚜껑을 열자, 부글부글 끓어오른 반쯤 되다 만 밥이 폭포처럼 쏟아졌다. 희윤은 머리를 감싸쥐며 비명을 질렀다.


“오빠, 쌀 얼마나 넣은 거야?”

“그냥… 넘치지만 않게 가득?”


순간 희윤의 눈이 동그래졌다. 한 줌 쌀도 밥을 해 놓으면 대접 하나인데, 이 인간은…








결국 희윤은 눈물까지 글썽이며 모든 그릇을 총동원해 밥을 퍼 담았다. 냉동실은 순식간에 밥으로 가득 찼고, 김대리는 옆에서 작아진 채 쭈뼛거리며 희윤의 손발을 맞췄다.


“미안해 희윤아… 나 이제 맨밥만 먹을게.”


그 순간, 희윤은 울다 웃다 하며 결국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했다. 수건 차림으로 주걱을 휘두르며 밥을 건져내는 자기 모습도, 비 맞은 강아지처럼 어쩔 줄 몰라하는 김대리도, 도저히 진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날 저녁, 냉동실 한가득 쌓인 흰밥을 보며 두 사람은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오빠 또 이러면 밥이랑 같이 쫓아낼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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