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121]

전략적 궁상

by Kema

두세 달쯤 지나자, 둘은 절약의 달인이 되어 있었다.

김대리는 그 생활방식을 “전략적 궁상”이라 이름 붙였고, 희윤은 배꼽을 잡으며 웃었다.


이름은 궁상이라고 붙였지만, 둘에겐 하나의 게임 같았다.


새로운 방법을 발견해 낼 때 마다 작은 승리를 쌓아가는 듯한 재미가 있었다.

그리고 재무제표에 쌓이는 저축의 속도가 늘어날 수록, 꿈이 더 가까이 다가오는 짜릿함도 느꼈다.







식비 절약



[메뉴는 먹고 싶은 것 대신 먹어야 할 것]

“오늘은 뭘 먹을까?”라는 질문은 사치였다. 답은 항상 “냉장고에 뭐 남았지?”였다.

냉장고에 남은 음식이 있다면 메뉴 고민 끝!


[야근은 기회다]

야근을 하면 동료들은 고개를 저었지만, 김대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식량이 주어진다!’

탕비실 간식으로 버티다 야근 식대로 음식을 포장해서 퇴근,

남은 식자재들로 양을 불리면 다음날 저녁까지 해결.


[체육대회는 보급대회]

회사가 주최하는 산행, 체육대회는 곧 식량 확보의 날이었다. 남은 김밥, 음료, 과자는 모두 김대리와 희윤 몫. 남들은 ‘짐 된다’며 외면했지만, 둘에게는 냉장고를 채우는 기회가 되었다.


[결혼 답례떡도 식량]

회사 동료들이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돌리는 결혼식 떡도 귀중한 식량. 너무 맛있다고 칭찬하면 남은 떡을 한아름 챙겨줬다. 사실 다들 처리하기 곤란해하고 있었다.


[점심을 왜 사먹어?]

김밥, 떡, 남은 반찬들이 냉동실에서 잠자다 점심 도시락으로 부활. 덕분에 점심 식대는 고스란히 저축.


[회식은 기회의 장]

회식은 도랑치고 가재잡는 날. 실컷 먹고 마실 수 있는데다 남은 음식을 포장하면 며칠 치 반찬이 생겼다. 두 사람에겐 서로의 회식이 곧 맛집 이벤트였다.


[궁극의 한 끼]

이도저도 없을 때는 콩을 듬뿍 넣은 밥에 계란후라이 두 개, 간장과 참기름 약간.

가영비 - 가격 대비 영양가 - 는 물론, 맛까지 빠지는 데가 없는 한 끼 식사.




생활 절약



[그람당 단가가 브랜드]

샴푸, 비누, 치약은 무조건 g당 단가가 가장 싼 제품으로. 품질은 거기서 거기다.


[난방 최소화]

보일러는 장식품. 전기장판의 온기를 믿고 겨울을 보냈다. 곰팡이로 인해 보증금이 깎일까봐 창문을 수시로 여는 상황이니 어차피 이불로 덮어놓은 전기장판이 제일 효율적.


[냉수 샤워]

김대리는 젊음으로 냉수 샤워를 이어나갔다. 팔굽혀펴기를 백 개 하면 샤워가 끝이 났다,

희윤은 혀를 차며 수건을 던져줬다.


[냉수 세탁]

사람도 찬물로 씻는데 빨래따위가.


[화장품은 샘플로]

기회가 될 때 마다 화장품 샘플을 챙겨서 꼼꼼히 분류했다. 샘플이지만 화장품 만큼은 명품이 즐비했다.







몇 달을 이렇게 살자 차곡차곡 저축이 쌓였다.


월급날이면 외식 대신 집에서 ‘둘만의 결산’을 했다.

엑셀로 만든 재무제표에 순자산이 늘어갈수록, 작은 성취감이 마음을 든든히 채워주었다.


누군가 보기엔 숨 막히는 생활이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목표를 가진 이들에게는, 매일매일 무언가를 더 발견하는 즐거운 탐험 같았다.


둘은 목표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며, 그 어느 때보다 큰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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