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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신혼 생활 (2)

by Kema

부동산 아주머니의 흰색 경차를 타고, 갓 완공된 9호선 역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언덕배기 동네를 둘러보았다. 남아 있는 몇 채의 낡은 함석 지붕 집 때문인지, 동네는 시골 마을처럼 정겹게 느껴졌다. 큰길에서 구불거리는 골목을 따라 한참 들어가야 하는 탓에 도시의 소음에서도 자유로웠다. 아직 덜 개발되었기에, 또 조금 외진 곳에 있었기에, 우리 예산에 맞는 집이 남아 있었던 것이다. 오히려 잘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골목 모퉁이에 자리한 깨끗하게 생긴 원룸 건물이 우리의 목적지였다. 건물 1층에 위치한 길쭉한 모양의 예닐곱 평 짜리 원룸. 부엌과 이어진 거실 겸 방이 생활 공간의 전부였지만, 벽지와 장판은 새 것 같았고 세탁기와 냉장고까지 옵션으로 있었다. 신혼 부부가 살기에는 충분했다. 우리가 보아 온 여러 집들 중 가장 마음이 끌렸고, 떨리는 손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우리의 첫 보금자리가 담겨 있던 다가구 건물에는 '지원이네'라는 돌출 간판이 붙어 있었다. 우리보다 여남은 살 많아 보이는 주인 내외와 그 부모님이 같은 건물에서 거주하고 있었고, 지원이는 아마도 그 집 꼬맹이의 이름이었을 것이다. 원룸 전세금 9천 만원을 간신히 마련한 우리 눈에 그 가족들은 너무나도 대단한 사람들 같아 보였다. 언젠가 나도 이런 건물을 소유하겠다는 작은 꿈을 그날 내 마음 속에 심었다.


집 근처 시장에서 장을 보며 깨가 쏟아지는 신혼 생활을 즐겼다. 원룸이 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부엌에서 쌀을 씻고, 개다리 소반을 펼쳐 상을 차렸다. 부직포와 철사 뼈대로 된 장난감 같은 옷장을 쓰면서도, 깔끔하게 입고 다니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집들이 겸 친구들을 원룸으로 초대해 고기를 구워 대접하면서도 우리 힘으로 가정을 꾸렸다는 사실이 대견하고 자랑스러웠다. 이런 만족과 기쁨이, 앞으로 더 큰 꿈을 향해 나아갈 힘이 되어 주었다.




우리는 이 작은 집에서 철저하게 돈을 모아 나갔다. 단순히 소비를 줄이고자 하는 노력을 넘어, 어떻게 하면 하루를 돈 한 푼 쓰지 않고 지낼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도 했다. 회사 야유회에서 남은 김밥이나 도시락이 있으면, 어떻게든 최대한 챙겨와 냉동실에 넣어두고 한동안 끼니를 해결했다. 신혼 여행에서 돌아온 동료가 돌린 떡도, 너무 맛있다며 너스레를 떨어 남은 것들을 얻어와 한동안 점심 삼아 먹기도 했다. 그 떡이 무거워 지하철을 타고 오는 내내 고생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술이 고프면 유통기한이 임박해 천 원에 파는 막걸리를 사 마셨고, 고기는 오직 가장 싼 돼지 전지살만 구워 먹었다.


돌아보면 검소를 넘어 궁상스러웠지만, 우리는 진지했다. 이 모든 절약이 언젠가 우리를 다음 단계로 올려줄 발판이라는 것을 믿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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