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123]

희윤의 발견

by Kema

김대리와 전략적 궁상 생활을 함께 하던 희윤 역시, 어느 순간 벽에 부딪히는 느낌이 들었다.

계획대로 종잣돈은 차곡차곡 모이고 있었지만, 돈이 모이는 속도는 더 이상 빨라지지 않았다.


신기하고 대견하게 생각되던 저축액은 이제 당연한 것이 되어, 더 이상 감흥을 주지 못했다.


“아무리 아껴도 줄어들지 않는 비용들이 있네.

아끼는 거에는 한계가 있구나.”


김대리가 ‘시민참여요원’ 자격으로 받은 무료 승차권을 흔들어댄 날, 희윤은 ‘나도 질 수 없지’라는 마음이 들었다.


인터넷을 뒤적이다 눈에 띈 것은 ‘소비 패널 모집’ 공고였다.








첫 날, 희윤은 싱크대 위에 장을 본 물건들을 줄 세워 놓았다.


두부, 콩나물, 라면, 계란, 치약, 샴푸… 하나하나 바코드를 찍고 전송하자 스마트폰에 ‘전송 완료’라는 메시지가 떴다.


“오빠, 이거 진짜 간단하다. 그냥 우리가 쓰는 거 다 찍어서 전송하면 돼."


김대리는 의심시러운 듯이 물었다.

“찍기만 하면 돈이 돼?”


“응. 한 건당 몇십 원이라도, 모이면 반찬값은 나오겠다 싶어.”

희윤은 마치 마트 계산대 직원 같았다. 김대리는 퇴근 후에도 쉬지를 않는 희윤이 안쓰러웠다.


“희윤아, 너무 힘든거 아니야?”

“그래도 부지런히 찍으면 한달에 10만원은 번대. 요원님만큼 고상하진 않아도요.”








희윤은 재택 설문조사에도 참여했다.


“가장 자주 사는 간식은?”

“세제를 고를 때 고려하는 건?”


사소한 질문 같았지만, 딥하다 보니 오히려 소비습관을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게다가, 피로와 귀찮음을 무릅쓰고 번 몇천 원이 손에 쥐어지면, 돈이 몇 배나 더 커 보였고,

함부로 쓸 수가 없었다.



퇴근 후 시간이 맞으면 좌담회에도 참여했다. ‘신혼부부의 소비 패턴’ 같은 주제가 나오면 좌담회는 희윤의 독무대가 되었다. 다른 패널 뿐 아니라 사회자까지 입을 벌리고 희윤의 생생한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 조금씩 들어온 돈이 소비 항목을 하나씩 충당하기 시작했다. 바코드 알바로 야채값, 좌담회 사례비로 고기 반찬, 설문조사 수당은 교통비를 담당했다.


이렇게 하나씩 충당하다 보니, 더 이상 늘어나기 힘들어 보였던 저축액에 또 한 번 가속이 붙기 시작했다.




저녁 식탁에서 희윤이 조용히 말했다.


“오빠, 우리 생각보다 더 빨리 모을 수도 있겠는걸?

잘하면 월급을 그대로 저축할 수도 있겠어. 생활비는 이렇게 부업으로 커버하고.”


둘은 그 순간 동시에 같은 생각을 했다.


‘소비를 줄이는 것만큼 중요한 게, 돈이 들어오는 새로운 길을 만드는 거구나.’


김대리는 속으로 정리했다.


‘만약 이 수입이 자산에서 흘러나온다면? 부업이 아니라 주식이나 부동산에서 나오면…

그게 진짜 자유겠지.’




둘은 그날 처음 깨달았다. 목표는 단순히 돈을 많이 모으는 게 아니었다.

자산에서 나오는 현금 흐름이, 언젠가는 월급을 대체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능성.




희윤은 숟가락을 내려놓고 말했다.

“오빠, 이제 우리 목표가 뭔지 더 와닿는거 같아.”


김대리도 진지하게 대답했다.


“맞아. 무작정 얼마 모으기가 중요한 게 아니었어."

우리가 목표로 삼아야 할 건 바로 월급을 대체할 현금흐름이야.”



아직은 막연했지만, 방향만큼은 올바르게 잡았다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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