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125]

둘이 셋으로

by Kema

“잘 들어보세요. 볼륨을 좀 더 키워드릴게요.”


둥둥둥둥둥…


어른의 심장 박동보다 두 배는 빠른, 팔딱팔딱이라는 말이 어울릴 듯한 심장 소리였다.

소리만 들어도 얼마나 작고 여린 존재일지 상상이 되었다.

진료실 침대에 누워 있던 희윤의 얼굴은 기쁨과 흥분으로 발갛게 달아올라 있었다.


김대리는 설명할 수 없는 감동에 가슴이 벅차올라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원룸에서의 신혼 기간 동안 김대리와 희윤은 ‘전략적 궁상’을 예술의 경지까지 끌어올렸다.

모든 궁상이 최적화되었고, 절약이 몸에 배어 근육이 되었다.


부수입도 늘어났다.


희윤은 좌담회가 생기만 가장 먼저 초청받는 패널이 되었고, 배가 불러 와도 빠지지 않았다. 김

대리는 과외를 다시 시작했고, 학부모의 추천으로 보습학원에서 주말 강의를 맡기도 했다.


둘의 목표는 더욱 도전적으로 진화하여, ‘월급 전액 저축하기’ 프로젝트가 되었다.


성공하기는 어려운 일이었지만, 목표를 높게 설정하는 것 만으로도 저축액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원룸에 있는 동안 두 사람의 자산은, 처음 시작했을 때는 상상하지 못했던 규모로 늘어나 있었다.


희윤은 출산이 다가오자 집에서 혼자 산후조리를 할까 고민했지만,

첫 출산을 혼자 감당하기는 아득했기에 특가 이벤트로 나온 값싼 산후조리원에 들어가기로 했다.








싸구려 방은 창문도 없는 좁은 공간이었고, 김대리가 회사로 떠나고 나면 온 세상의 우울이 덮쳐오는 것 같았다.


사흘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비좁은 원룸이 그렇게 아늑하고 넉넉하게 느껴질 수가 없었다.


“오빠, 집이 참 좋다.”

“고생했어 희윤아. 우리가 여기 산 지도 벌써 꽤 오래됐네.”


“그러게. 오빠, 이제 몇 달 뒤면 전세 만기인거 알아?”


시간이 벌써 그렇게 흘렀구나.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살던 김대리는 또다시 선택의 순간이 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갓난아이의 잠든 얼굴을 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데, 희윤이 김대리를 보며 입을 열었다.


“나 산후조리원에 있어보니까, 애를 혼자서 키우기는 너무 힘들것 같아.”


“맞아… 선배들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실감이 안났는데, 애는 온 마을이 키운다는 말이 맞나봐. 며칠밖에 되지 않았는데 혼이 나갈 지경이야.”


희윤은 출산 이후에도 다시 회사에 나가고 싶었다. 돈 때문만은 아니었다.

자신이 맡고 있는 일에 큰 책임감을 갖고 있었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도 컸다.


희윤은 출산 휴가로 주어지는 3개월만 쉬고 복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아예 육아휴직을 하고 푹 쉬라는 김대리의 권유도 있었지만, 활발한 성격의 희윤은 몸이 회복되는 대로 일상을 이어나가고 싶었다.


결코 ‘나 땐 사흘만에 출근하고 그랬어’ 라며 웃던 편집장 때문만은 아니었다.


“마침 나 복직할 때쯤 전세 만기니까, 우리 언니 동네 아파트로 이사하자.”

“언니네?”

“응, 엄마가 지금 초등학생 조카 봐주고 계시잖아.

이제 손이 덜 가서, 아기도 같이 봐주실 수 있을거야.”


김대리는 다시 아기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작은 손가락이 꿈틀거리며 그의 손가락을 꼭 쥐고 있었다. 희윤의 말이 맞았다. 춥고 좁은 원룸에서 아이를 키우기엔 너무 미안했다.


둘이 이곳에서 지낸 시간은 결코 헛되지 않았다. 둘이 함께 흘린 땀과 웃음 속에서 쌓아 올린 건 단순한 자산이 아니었다. 앞으로의 긴 여정을 버틸 힘, 절약이 생활이 되고 습관이 되며 다져진 재테크 근육, 그리고 서로를 믿는 마음이었다.



그 모든 것이 세 사람이 된 가족의 가장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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