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 키우려면 돈이 억수로 든다.”
김대리와 희윤이 임신 소식을 알렸을 때, 열이면 열 다 그렇게 말했다.
기저귀 값, 분유 값, 장난감 값, 옷 값… 돈 나갈 데가 천지라는 것이다.
하지만 막상 직접 겪어보니, 그 말은 절반만 맞았다.
사야 할 물건들이 끝도 없다는 점에서는 맞았지만, 반대로 아낄 수 있는 방법도 무궁무진했다.
세 식구가 된 김대리네 가족은 첫 아파트 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었다.
고맙게도 아기 하율이는 별 탈 없이 자라 주었고, 김대리와 희윤은 육아에도 예외를 두지 않고 ‘전략적 궁상’을 적용하고 있었다.
둘은 별 고민도 하지 않고, 당연하다는 듯이 아기 물품은 모두 중고로 해결했다.
아기 옷은 중고 장터에 넘쳐났고, 가격은 새 것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도톰한 외투 하나를 오천 원에 팔면서 덤으로 내복 다발을 얹어주는 일도 흔했다.
“이거 같이 가져가세요. 버리기 아까워서 그냥 뒀는데, 임자 만났네요.”
“어머 이렇게 많이요?”
“네네, 저희 애는 벌써 커버렸어요. 잘 쓰실 분이 가져가셔요.”
젖병, 아기 욕조, 이불과 방수포도 모두 거저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아기가 크며 필요 없어지는 물건들은 다시 중고로 되팔 수 있었다.
조금만 부지런을 떨고 예민함을 내려놓으면 육아용품에는 거의 돈이 들지 않았다.
기저귀는 정가 주고 산 적이 없었다.
“이번 달도 신상 기저귀입니다, 하율님.”
“또 당첨됐어?”
“응, 생각보다 하는 사람이 없나봐. 후기만 잘 써주면 된대.”
신제품 체험단, 설문조사 이벤트, 무료 체험팩 덕분에 하율이의 엉덩이는 매달 새로운 브랜드를 경험했다. 다행히 아기는 엉덩이 한 번 짓무르지 않고 무럭무럭 자라 주었다.
어찌보면 당연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체험 이벤트를 하는 제품은 기존 제품과 동일한 안전 기준을 통과했을 테니.
물고 빨 수 있는 소재의 그림책, 소리가 나는 딸랑이, 헝겊 모빌 등 중고로 못 구할 장난감은 없었다.
다만 자주 돌아다녀야 하는 게 문제였지만, 김대리는 낡은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며 ‘운동 삼아’ 받아왔다.
명품 유모차는 보기에도 멋지고 그럴듯해 보였지만, 가격은 이해할 수 없었다.
“야… 차를 사도 저 가격은 못주겠다.”
명품 유모차와 동일하게 아이 얼굴을 바라보며 밀 수 있는 튼튼한 중고 유모차는 몇 만 원이면 충분했다. 사실 아기가 브랜드를 신경 쓸 리도 없었다. 안전하고 바퀴만 잘 굴러가면 그게 최고였다.
많은 부모들이 육아를 두고 ‘돈 먹는 하마’라고 말한다.
김대리와 희윤도 하율이를 키워 가며 그 말의 의미를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육아 제품 회사들은 언제나 부모의 불안을 겨냥한다.
누구도 부모 노릇을 미리 배워서 시작하지 않는다.
다들 초보일 수밖에 없고, 그래서 불안하다.
내 선택 하나가 아이의 평생을 바꿀지도 모른다는 압박이 부모의 마음을 흔든다.
기업들은 그 틈을 파고들어, 죄책감과 비교심리를 자극하는 광고 문구로 부모들의 지갑을 연다.
옆집 아이가 더 좋은 걸 쓰는 걸 보면 ‘혹시 내가 부족하게 해주는 건 아닐까’ 하는 마음이 저절로 올라온다.
불안, 비교, 죄책감.
이 세 가지가 기업들이 초보 부모의 지갑을 털어내는 무기였다.
김대리와 희윤도 순간순간 흔들릴 때가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에겐 분명한 목표가 있었고, 아끼며 쌓이는 자산에서 오는 성취감이 광고가 주는 막연한 불안보다 훨씬 강했다.
무엇보다 원룸 시절부터 다져온 합의와 신뢰가 있었다.
한쪽이 흔들리면 다른 한쪽이 다잡아주며 균형을 지켰다.
그리고 실제로 키워 보니 알게 되었다.
아기 하율이는 새 제품, 최신 기능, 명품 브랜드가 아니어도 잘 자랐다.
기저귀 브랜드가 매달 바뀌어도, 옷이 중고여도, 아기는 해맑게 웃었다.
필요한 건 비싼 물건이 아니라, 자주 안아주고 함께 놀아주는 시간이었다.
주말이면 김대리가 아기띠를 매고 희윤과 함께 산과 공원을 다녔다.
하율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나무와 숲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김대리와 희윤에게 육아는 ‘돈 먹는 하마’가 아니었다.
불안과 비교심리에 휘둘리지 않고, 자신들이 정한 방식대로 아이를 키우는 둘은 비할 바 없이 행복했다.
그리고 그것이 세 사람의 행복을 더 깊이 있고 단단하게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