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204]

주목을 받다

by Kema

김대리는 피로도 잊고 집에 돌아오자마자 낡은 데스크톱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

심장의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았다.


오늘 본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그의 눈에 들어야 했다.






떠올려 보니, 목사에게 질문을 던진 사람들 하나하나가 보통내기들이 아니었다.

질문도, 말투도, 분위기도. 자신은 끼어들 틈조차 없을 만큼 해박해 보였다.


나도 어떻게든 끈을 잡고 싶다. 아니, 무조건 잡아야만 한다.


책상 위에 던져둔 노트를 펼쳤다.

교회에서 허겁지겁 적어둔 단어들을 엑셀에 차곡차곡 옮겼다.


‘개발제한’, ‘전기·수도 인입’, ‘지자체 허가’, ‘프로젝트 파이낸싱’…


글자로 정리하니 얼추 그림이 그려지는 듯했다.


김대리는 곧장 네이버 부동산을 열었다.

금싸라기 땅이라면 당연히 서울이지. 서울 중에서도 강남부터.


매물 필터를 토지와 매매로 좁혀 돌려보니, ‘즉시 착공 가능’, ‘인허가 완료’ 따위의 문구들이 붙은 땅들이 줄줄이 떴다. 평당 가격은 눈이 튀어나올 만큼 비쌌다.


그러다 눈에 띈 단어. ‘개발제한구역’.


설명에는 ‘정부 정책 호재, 개발 기대’가 붙어 있었다.

평당 가격은 건축 가능한 땅의 20분의 1 수준이었다.


'허가만 떨어지면… 스무 배, 서른 배다!'


세상에 이런 길이 있었는데 난 보일러 아껴가며 개미처럼 살았단 말이지.



순간 김대리의 눈에 번쩍 하고 다른 매물 하나가 보였다.

서초구, 2만 평 임야.


보통 수백 평 단위로 나오던 강남 3구의 다른 매물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매매가 150억.


김대리는 숨도 쉬지 못하고 매물을 클릭했다.



지목: 임야

면적: 67,000㎡

용도지역: 개발제한구역 (비오톱 2등급)

특징: 도심 인근 대규모 녹지, 희소성 있는 대지, 정책사업 대상 유망, 급매



백오십억짜리 땅이 서른 배가 되면…?

머릿속에서 계산기가 미친 듯 돌아갔다. 긴 운전으로 쌓였던 피로는 눈 녹듯 사라졌다.



업무로 갈고닦은 엑셀과 파워포인트 실력이, 드디어 쓰일 곳을 찾았다.








정해진 기한인 목요일까지 김대리는 밤을 새워가며 숙제를 다듬었다.

서초구 임야를 중심으로 다른 후보지 몇 개를 추가했고, 목사가 추가로 내어 준 숙제인 자기소개서도 이력서처럼 꼼꼼히 작성했다.


능력이 없다면 성실함이라도 보여야 한다는 생각에 자료 하나하나를 깔끔하게 다듬었다.


그 주 금요일은 어떻게 지나갔는지 기억조차 희미했다.

주말 아침이 되자, 셋은 다시 자유로를 달려 파주 교회로 향했다.


뒷자리에서 희윤은 긴장한 채 하율이를 다독였고, 김대리는 속도를 위반하지 않도록 애써 마음을 가라앉히며 운전대를 붙잡았다.



교회 앞에 도착하자, 지난번보다 차가 훨씬 적었다.

김대리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시험이든 사업이든 절반은 허수라더니… 숙제 하나 때문에 이렇게 걸러지네.








교회에 들어서려는 순간, 누군가 김대리를 불렀다.


“저기요. 목사님께서 전해달라 하셨어요.”


작은 체구의 여자가 건넨 말은 충격적이었다.

김대리가 제출한 숙제가 최고로 뽑혔다는 것.


목사님이 크게 흡족해하며 “잠재력이 있다”는 말까지 했다고.

김대리는 태연한 척했지만 속으로는 '됐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나의 존재를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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