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만 찾아 와요
다시 연단에 선 목사는 반으로 줄어든 청중을 보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이럴 줄 알고 어려운 숙제를 냈지요. 사람이 많으면 중요한 얘기를 하겠습니까.”
그는 참석자들을 향해 두 팔을 펼쳐 들며 덧붙였다.
“열정 있는 분들을 보니 제 병든 몸도 힘이 납니다.
오늘은 제가 점심을 대접하지요.”
김대리는 어릴 적 친구들을 따라 교회에 갔던 기억을 떠올렸다.
점심이라 해봐야 늘 잔치국수, 잘해야 육개장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엔 달랐다.
목사가 알려준 주소를 찾아 도착해 보니, 눈앞에는 큼지막한 한우 전문 정육식당이 서 있었다.
커다란 외제 SUV에서 내리는 목사의 모습을 보며,
김대리는 미래의 자기 모습을 보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많이들 드세요. 부자라는 게 별거입니까? 쓰고 싶을 때 쓰는 게 부자지.”
그 한마디가 김대리의 가슴에 꽂혔다.
그래, 나도 쓰고 싶을 때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려는 거야.
고기가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순간, 가운데 앉아 있던 목사가 입을 열었다.
“숙제들 잘 봤습니다. 그중에 땅 하나는 당장 덤비고 싶을 정도로 훌륭했어요.”
목사는 김대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김대리는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이제 진짜로 땅 좀 가져와 보세요. 내가 제대로 일 한번 하겠습니다.”
김대리는 우물거리던 고기를 삼키지도 못한 채 귀를 곤두세웠다.
“이렇게 열심히 하시는 분들이 돈을 못 벌면 안 됩니다.
지난번 숙제처럼 개발만 되면 금싸라기가 될 땅을 가져오는데,
이번엔 자신이 실제로 매입할 수 있는 땅을 찾아오세요.”
사람들이 술렁이자 목사가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대출이 얼마 나오는지도 한번 물어보시고, 갖고 있는 돈으로 살 수 있는 땅을 가져오세요.
제가 직접 보고, 땅이 가진 문제들을 다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일이 잘되면 내키는 만큼 교회에 헌금만 하시면 됩니다.
저는 돈이 필요 없습니다.
인생 마지막 즈음, 제 마음이 편안해지고 싶을 뿐이에요.
좋은 분들을 돕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