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맞게도 딱 1억이라니
소동은 그 뒤에도 한 차례 더 있었다.
목사의 말에 마지못해 ‘믿지도 않는 사람들’을 끼워주기는 했지만, 문제는 금액이었다.
자신들의 지분이 희석되는 건 예수님이라도 못 받아들일 일이었던 것이다.
핏대를 세우던 남자가 목소리를 높였다.
“목사님 뜻이 그렇다면 뭐 알겠습니다.
그럼 저분들도 저희 처음 했던 때처럼… 천만 원 정도만 하게 하시죠.”
김대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천만 원이라니.
이 좋은 기회에 고작 그 정도만 태우라니.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 엔비디아 주식을 살 기회가 주어졌는데, 누군가의 방해로 겨우 몇 만원 어치밖에 못 사는 상황 같았다.
순간 김대리는 그 남자가 때려눕히고 싶을 정도로 미워졌다.
사람이 어쩌면 저렇게까지 욕심을 부릴까.
다른 성도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치자, 김대리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다행히 마침, 옆에 있던 누군가가 대신 입을 열어 주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천만 원 가지고 무슨... 적어도 이삼억은 넣어야지.
천만 원은 그냥 구경만 하라는 거 아닙니까?”
그 말이 끝나자, 그날 전까지는 누구보다 친절했던 성도들의 얼굴이 돌변했다.
교회 입구에서 웃으며 맞아주던 얼굴들, 추운 날 따뜻한 커피를 건네주던 눈길들이, 이글이글 증오로 달궈져 김대리와 희윤을 노려보고 있었다.
웅성거림은 점점 커지고, 예배당은 곧 폭발할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그때, 목사의 말을 전하는 심부름 하던 자그마한 여자가 조용히 나섰다.
입술을 떼기 직전, 김대리는 그녀가 잠시 자신을 바라본 것만 같은 기묘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 성도분들 마음은 알겠지만, 여기 분들도 정말 열심히 해 오셨잖아요.
그래도 조금은 기회를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삼억은 처음부터 너무 과하고…
한 1억 정도면 어떻게 서로 만족할 수 있지 않겠어요?”
말을 끝내며 그녀는 마치 동의를 구하듯 살짝 김대리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시선에 순간 얼어붙었지만, 1억이라는 액수를 떠올리자 가슴이 두근거렸다.
마침 그가 가진 돈과 딱 맞는 액수였다.
김대리는 온 힘을 다해 절실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제발, 꼭 함께 하게 해주세요.
그 간절함이 전해진 걸까.
불평 섞인 웅성거림은 조금 더 이어졌지만, 결국 회의는 그녀의 제안대로 정리됐다.
목사는 우리에게 “한 주 동안 천천히 생각하고, 다음 주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김대리는 왜 굳이 한 주를 더 기다려야 하는지 조급했지만, 행여 다 된 밥에 코를 빠뜨릴까 싶어 마음을 누른 채 아내와 딸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금액은 정확히 원하던 액수였다.
더 크면 들어가지 못했을 것이고, 더 적으면 아쉬움이 남았을 것이다.
이기적이고 다혈질적인 사람들 때문에 판이 깨질 뻔했지만,
마음씨 좋은 목사와 자비로운 몇몇 덕분에 간신히 동아줄을 붙잡았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파주에서 오갔던 대화들을 곱씹어 보니, 마음 한쪽이 묘하게 서늘했다.
분명 그렇게 원했던 기회인데도, 설명하기 어려운 위화감이 스멀스멀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