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207]

기회가 주어지나

by Kema

김대리는 몇 주째 주말마다 온갖 지역의 부동산을 들쑤시고 다니고 있었다.


'토지 전문'

'원주민 부동산'

'땅 팝니다'


김대리가 주로 찾는 부동산들이 내놓는 광고 문구였다.



처음 시작할 땐 중개인과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횡설수설하며 우물거리던 그였지만,

시간이 흐르자 제법 사장님들과 장단을 맞추며 땅 이야기를 주고받을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그럴듯한 땅을 찾는 일은 여전히 쉽지 않았다.

피로와 실망이 쌓여 갔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그러던 어느 주말이었다.

교회에 나오는 사람은 이제 여남은 명밖에 남지 않았다.


목사는 남은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고 무겁게 입을 열었다.


“여러분들 걱정 없이 살게 해 드리려고 땅을 찾아오라 했는데… 영 이대로는 안 되겠습니다.

길 내고 허가 받아봤자, 인건비도 안 나오는 땅 가지고 뭐하겠습니까.”



김대리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제발, 이제 와서 ‘고생한 건 안타깝지만 돌아가라’는 말만은 하지 마시길….

그는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땅을 찾는 일은 고되었지만 보물을 찾는 듯한 흥분과 쾌감이 있었다.

김대리는 허무하게 일상으로 떠밀려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시키는 대로 무슨 일이든 할 테니, 지식과 경험이라도 전수해 달라고 매달리고 싶었다.


그런데 목사의 입에서 나온 말은 뜻밖이었다.








“제가 우리 교인들 생활 해결해 준다고 개발하는 땅들이 있습니다.

뭐, 이왕 하는 거 규모 좀 키워서 같이 해야지 어쩌겠습니까.”


순간, 김대리의 머릿속에는 하늘에서 동아줄이 내려온 듯한 환희가 번졌다.



그러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몇몇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격렬히 항의했다.

“우리가 뭘 보고 여기까지 버텼는데, 믿지도 않는 사람들한테 왜 나눠줍니까!”


한 남자가 벌떡 일어나 허리에 손을 얹고 고래고래 소리쳤다.

김대리는 목사가 혹여 항의에 밀려 말을 거둬버릴까 봐 조마조마했다.



목사는 잠시 그를 바라보더니 조용히 이름을 불렀다.

“김성일 성도님.”


남자가 흠칫했다.


“제가 성도님 얼마 벌게 해 드렸습니까?”

“…달에 오백은 나오게 해주셨죠.”


남자는 기가 죽은 듯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조심스럽게 자리에 앉았다.


이번에는 앞줄에 있던 여자를 향했다.


“조은애 성도님. 성도님은 여기 아무것도 없이 오셨죠. 지금은 얼마 가지셨습니까?”

“몇 억은 되죠…”


여자는 방금 전까지 삿대질하던 기세를 누그러뜨린 채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목사는 천천히 청중 전체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믿는 사람들이 그렇게 욕심을 내서야 되겠습니까.

새로 오신 분들은 아직 신자가 아니지만, 저는 이 또한 전도라고 생각합니다.


이분들도 저를 통해 하나님의 권능을 보게 되면, 여러분처럼 교회에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김대리는 속으로 외쳤다. 할렐루야!

까짓 교회 다니는 게 대수인가.


얼마든지 매일이라도 나올 수 있다. 그까짓 회사도 때려치울 수 있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나올 수 있다.


김대리는 주먹을 불끈 쥐며 다짐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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