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209]

야 이 미친 새끼야

by Kema

김대리는 결국 친구들을 불러냈다.

마음속에 스멀스멀 퍼져가던 위화감이 불안감으로 번졌고, 술이 절실해졌다.






소맥 한 잔을 진하게 말아 단숨에 들이킨 김대리는, 결국 참아왔던 이야기를 꺼냈다.

그간의 상황을 친구들에게 털어놓자 곧바로 모진 말들이 쏟아져 나왔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정신 좀 차려라. 돈 모은다고 궁상은 있는 대로 다 떨고, 땅 보러 다닌다고 지랄 염병을 해 쌓드만 사기꾼한테 돈 갖다 바칠라고 그 난리를 쳤냐?"


은행에서 대출 심사를 담당하는 친구는 차분히 말을 보탰다.


"그 사람, 아무래도 수상타.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이 그래 쉽게 나오는 게 아니야. 특히 개발이 제한되뿐 땅에는 승인이 안나. 우리나라 은행들, 위험한 거 절대 안 한다꼬."



술이 얼큰해진 김대리는 친구들 말이 귀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오히려 속으로는 분노가 치밀었다.


나처럼 발로 뛰며 기회를 잡으려는 노력은 안 하면서, 남이 하는 일엔 안 된다는 소리만 하는 것들.


은행원 친구의 충고도 한 귀로 흘려버렸다.


‘네가 경험이 없어서 그렇지, 세상이 어디 원칙대로만 돌아가더냐.

힘 있는 사람은 다르게 한다. 공무원도 휘어잡고 은행 지점장도 녹여내서 다 하는 거지.'




김대리는 속으로 이를 악물었다.

두고 봐라. 내가 멋지게 이삼십억 만들어서 보여줄 테니.


끝까지 걱정하며 단속하는 친구들에게 김대리는 대충 알았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김대리의 마음은 여전히 목사에게 기울어 있었다.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재산을 갖고도 초라한 개척교회에서 성직을 이어가는 사람이,

대체 무엇 때문에 나 같은 일개 월급쟁이한테 거짓말을 하겠어?







그 주 수요일, 김대리는 부모님 댁 근처에 외근 나갈 일이 생겼다.

땅을 핑계로 소홀했던 부모님께 저녁이라도 대접해야겠다는 생각에 익숙한 아파트 단지로 들어서던 참이었다.


멀리서 다가오던 한 여자가 김대리를 보며 잠시 흠칫하는 게 느껴졌다.



“혹시… 파주 교회에서 뵌 분 아니세요?”


김대리는 눈을 크게 떴다.


자세히 보니, 파주 교회에서 끝까지 남아 있던 여남은 명 중 한 명이었다.

목사의 이야기에 푼수 같을 정도로 크게 웃고, 환하게 반응해서 유독 기억에 남았던 사람.

설마 여기서 마주칠 줄은 몰랐다.


어색하게 인사를 건네자, 그녀는 평소와는 전혀 다른 어두운 표정으로 김대리를 살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레 여기가 부모님 댁이고,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자란 동네라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그녀는 자신의 발끝을 보며 한숨을 쉬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고개를 들었다.


“동네 후배라니까… 제가 그냥 두진 못하겠어요. 이따 부모님 만나 뵙고 저한테 전화 한 통 주세요.”


그녀는 김대리의 휴대폰에 자신의 번호를 찍어주곤, 곧장 빠른 걸음으로 사라졌다.

김대리는 잠시 넋이 나간 사람처럼 그 뒷모습을 바라봤다.


무슨 뜻일까. 왜 하필 지금?


마치 여우에게 홀린 듯, 그는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우두커니 서 있었다.









이전 08화[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