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210]

조여오던 그물

by Kema

김대리는 손이 덜덜 떨렸다.


믿을 수가 없었다. 사실일 리가 없다.

제발 거짓이길 바랬다.

하지만 그렇다면, 왜 그녀가 그런 말을 했을까.


단순히 내 행운을 시기해서?

아니다. 그녀 역시 나와 같은 ‘선택받은 사람’ 중 하나였다.



그렇다면 그녀가 뭔가 오해한 걸까.


생의 마지막에 자신의 능력을 베풀려는 선한 목사를 사기꾼이라 잘못 착각한걸까?

만약 의심만 하고 확신이 없다면, 그냥 자기만 조용히 빠지면 될 일이다.



그런데 왜 굳이 나에게까지 경고를 건넨 것일까.

아무리 곱씹어도 답은 하나였다.

그녀는 망설임 없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확신에는 이유가 있었다.


김대리와 달리 그녀는 자신의 의심을 확인할 수 있는 루트가 있었던 것이다.









혹시나 싶어 경찰 정보과 지인에게 부탁해 진행한 신원 조회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목사에게는 여러 건의 전과가 있었고, 죄목은 한결같이 사기였다.


게다가 현재도 유사 사건으로 소송에 휘말려 있었다.

지인은 단호히 경고했다. 위험한 사람이니 절대 엮이지 말라고.



김대리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채 필사적으로 기억을 되짚었다.

그동안 무심히 넘겼던 장면들이 하나씩 떠올라 섬뜩하게 맞물리기 시작했다.


하나씩 떠올릴수록 등골이 서늘해졌다.


네이버 지도에서 하루 만에 찾은 토지에는 그토록 칭찬을 늘어놓더니,

정작 실제 땅을 찾을 때는 끝도 없는 고생만 시킨 것도 수상했다.


애초에 말도 안 되는 땅만 죽도록 찾아다니게 만든 건, 자신의 제안이 더 달콤하게 느껴지도록 하기 위한 장치였던 게 아닐까. 지옥을 맛보게 한 뒤 구원자인 양 손을 내미는 수법.



고깃집에서의 장면도 떠올랐다.


“부자는 쓰고 싶을 때 돈을 쓸 수 있는 사람”이라며 호탕하게 말했지만, 실제로 나온 고기 양은 터무니없이 적었다.


사람들의 부족해하는 눈치를 보고 김대리가 “더 시킬까요?” 했을 때,

건너편에 있던 누군가가 “실례가 되니 그냥 주신 것만 먹자”며 막아섰던 모습.


그땐 자신이 철부지처럼 느껴져 부끄러웠지만, 지금 돌이켜보니 짜맞춘 연기였던 것 같았다.


어쩌면 그는 돈이 궁했던 게 아닐까.




자기소개서를 써 오라던 것도 다시 생각났다.


성실함을 보여줄 기회라 믿었지만,

실은 김대리의 직업과 형편, 대출 여력까지 낱낱이 파악하기 위한 도구였을 수도 있다.


맞벌이 직장인, 남을 쉽게 믿는 성격, 은행에서 뽑을 수 있는 대출 규모… 모든 게 그들이 작전을 구상하기 위한 정보였던 것이다.


김대리는 오래도록 피를 빨 수 있는 싱싱한 먹잇감이었을까.




“실제로 살 수 있는 땅만 가져오라”던 말도 마찬가지였다.


현실적인 조언이라 믿었지만, 돌이켜보면 김대리가 가진 현금 규모를 정확히 가늠하기 위한 장치였다.

그들의 입에서 흘러나온 '1억'이라는 액수는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 ‘부동산 연구소’라는 곳.

허술한 집기며 꺼림칙한 분위기에도, 김대리는 희윤의 의심을 애써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라 그렇겠지” 하고 넘겼다.


하지만 이제야 깨달았다.


그런 땅은 애초에 호구만 찾는 땅이었고, 늦은 저녁까지 눈을 빛내며 ‘이건 꼭 사야 한다’고 장광설을 늘어놓던 사람은 이미 김대리가 호구라는 걸 단박에 간파했던 것이다.



조각조각 흩어졌던 장면들이 하나로 꿰어 맞춰지자, 퍼즐은 결국 끔찍한 그림을 드러냈다.

김대리가 믿어왔던 모든 순간이 사실은 정교하게 짜인 무대 장치였다.


목사의 한마디, 성도들의 눈빛, 고깃집에서의 손사래, 심지어 그가 직접 써낸 자기소개서까지…

모두가 자신을 향해 조여오는 거대한 그물망이었던 것이다.



김대리는 몸서리치며 머리를 감싸쥐었다.

구원이라 믿었던 손길이, 실은 가장 치밀하게 설계된 덫이었음을 이제야 알아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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