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301]

어디로 가야 하나요

by Kema

김대리는 그날 이후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희윤과 하율을 포함해, 자신의 인생 전체를 송두리째 날릴 뻔했다는 사실은 꿈처럼 얼떨떨했지만, 동시에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다.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지, 다시 뼛속 깊이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얼마나 무지하고 어리석었는지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김대리는 처음부터 일확천금을 쫓다가 그를 만났던 건 아니었다.

종잣돈을 굴릴 투자 방법을 찾아 나서던 길에, 우연히 그가 쳐놓은 그물 근처로 걸어 들어갔던 것이다.


하지만 돈을 굴려본 경험도, 적절한 수익률에 대한 기준도 없던 김대리는 일확천금을 믿었고,

욕심에 눈이 멀어 하마터면 모든 것을 잃을 뻔 했다.


다행히 용케 위험에서 벗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제대로 배우고, 투자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가 필요했다.




김대리는 부끄러움과 함께, 지식에 대한 갈증이 다시금 타올랐다.


한동안 땅만 찾으며 외면했던 재테크 카페 글들을 다시 읽었고,

틈틈이 도서관을 찾아 책을 빌려오기 시작했다.








김대리는 아파트를 그다지 탐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부모님과 함께 오래된 구축 아파트에서 살며 불편을 겪었던 기억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큰돈을 엉덩이 밑에 깔아 두는’ 기분이 싫었다.


희윤과 함께 세운 목표는 분명했다.

최대한 빨리 월급을 대체할 자산소득을 만드는 것.


그런데 아파트를 사서 거주해 버리면 너무 큰 자금을 깔고 앉게 된다.


하지만 공부를 해 보니, 아파트는 반드시 실거주라는 선택지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전세를 끼고 투자용으로 매입하는 방식이 있었다.


매매가에서 전세금을 뺀 나머지 자금만 있으면 투자할 수 있었기에,

김대리 부부의 종잣돈으로도 접근 가능한 매물들이 꽤 보였다.



물론 위험도 컸다.


집값이 조금만 떨어져도 투자금 전액이 날아갈 수 있고,

전세값이 떨어지는 시점에 세입자가 바뀌게 된다면,

부족분을 추가 자금으로 메꾸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김대리는 머리로는 이 구조를 이해했지만, 막상 손이 나가진 않았다.



김대리는 아파트보다 다가구주택에 더 마음이 끌렸다.


주인세대에 살면서 거주를 해결하는 동시에 나머지 세대를 임대해 월세 수입을 얻을 수 있고,

입지가 괜찮으면 시세 차익도 노려볼 수 있다.


대지 지분을 온전히 갖는다는 점도 큰 매력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가격이 너무 높았다.


지금 가진 1억 남짓한 종잣돈으로는 그림의 떡이었다.







김대리가 신중하고 이론 중심이라면, 희윤은 감각적이고 직관적이었다.


그녀 역시 재테크 공부를 했지만, 깊이 있는 분석보다 폭넓게 의견을 듣고 분위기를 읽는 데 집중했다. 게다가 빠른 눈치 덕분에 시장의 흐름을 감지하는 데 역시 상당한 재능을 보였다.


“오빠, 우리 슬슬 투자를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나도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아직 선뜻 마음이 가질 않네.”


희윤의 물음에 김대리는 엉덩이를 슬슬 빼려 했다. 희윤은 김대리에게 바싹 다가앉으며 말했다.


“사실, 나 지금 딱 노려보는 물건이 있어.”


김대리가 눈을 크게 뜨자, 희윤은 기다렸다는 듯 설명을 이어갔다.


“서울 역세권 소형 아파트야.

마침 전세가율이 높아서, 5천만원만 있으면 들어갈 수 있어.”








투자 대상으로써 아파트가 갖는 장점은 ‘표준화’에 있었다.


어느 지역, 몇 동, 몇 평형 아파트의 가격은 이미 시장에서 정형화되어 있었고,

거래도 투명하게 공개되었다.


입지·브랜드·층수·조망 같은 요소에 따라 평당 가격이 달라지긴 했지만,

큰 틀에서 ‘시장가’가 명확했다.

초보 투자자도 조금만 눈여겨보면 적정 가격을 파악할 수 있었다.


토지와 건물은 동일한 매물이 거의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가격을 결정하는 요인들이 다양해서

초보 투자자가 손을 대기 쉽지 않다.

해당 매물의 적정 가격을 산정하는 일이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상가나 원룸 건물과 같은 수익형 부동산처럼 일정한 현금흐름이 발생하는 매물의 경우

현금흐름을 할인하는 방법이 존재하지만,

이 역시 공실 위험, 미래의 임대료 및 시세 전망 등 적정한 할인률을 추정하는

'판단의 영역'이 존재하기 때문에 경험 없는 투자자가 쉽게 덤비기 힘들었다.


토지나 단독 건물은 더욱 그러했다.

매물마다 조건이 천차만별이라 적정한 가격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았다.


초보자가 접근하기엔 부담이 매우 컸다.







김대리는 희윤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희윤아, 조금만 더 고민해 보자. 나도 계속 생각해볼게.”


김대리 역시 마음 한구석에서 이미 알고 있었다.

저축만으로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걸. 언젠가는 첫 투자를 시작해야 했다.


하지만 아파트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전세 레버리지라는 단어가 주는 위험성 때문에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또다시 한부장이 김대리의 마음 속에 떠올랐다.

술이라도 한 잔 사면서, 투자 고민을 털어놓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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