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303]

결심하다

by Kema


“희윤아, 우리 한번 해 보자.”

김대리는 희윤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반가우면서도 희윤은 속으로 ‘이 인간이 웬일이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오빠, 아파트는 절대 안 산다며. 폭락한다고 그렇게 말했잖아.”








김대리는 며칠 전 한부장에게 들은 이야기를 차근차근 전했다.


인플레이션의 함정, 투자를 하지 않는 것도 위험이라는 사실,

그리고 투자의 본질은 ‘감당할 수 있는 위험’을 지는 데 있다는 점.

무엇보다 서울 역세권 소형 아파트는 공급이 한정돼 있고 수요가 두텁기 때문에

위험이 적다는 설명까지 곁들였다.


희윤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장난스럽게 물었다.


“와, 진짜 대단하신 분이네. 근데 오빠, 고기는 오빠가 샀어?”

“...내가 계산하겠다고 했다가 혼났어.”


합리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고집을 꺾고 태도를 바꿀 줄 아는 김대리가,

희윤 눈엔 더 듬직하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노심초사하며 매물을 지켜보던 희윤은, 김대리까지 동의하자 이제 더 망설일 이유가 없다고 마음먹었다.

곧장 가계약금을 송금해 계약 우선권을 확보한 뒤, 부동산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빠, 매매가가 3억인데 세입자분이 2억 5천 전세로 들어와 있대.

그럼 우리 5천만 원만 있으면 되는 거지?”


“맞아. 우리가 집주인이 세입자한테 지고 있는 빚 2억 5천을 떠안는 대신,

집주인한테는 나머지 5천만 원만 지불하면 되는 거야.

물론 나중에 세입자가 전세금을 돌려달라 하면 우리가 책임져야 하고.”


“그렇게 들으니까 막상 좀 무섭네. 오빤 괜찮아?”


김대리는 언제 아파트 매입에 반대했냐는 듯 호기롭게 한부장에게 들은 논리를 줄줄 읊으며 희윤을 안심시켰다.


그런 모습이 우스워, 희윤은 고개를 숙이고 쿡쿡 웃었다.


"오빠 말대로 아파트 값이 폭락하면, 나 원망할 거야?"

"그럴 리가 있니. 의견은 네가 냈지만, 나도 함께 동의하고 투자하는 거잖아."


희윤은 농담처럼 물었지만, 사실 김대리가 그럴 사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남 탓’에 매몰되는 일을 경계했다.


"일어난 일은 돌이킬 수 없어.

누군가를 비난하지 말고, 이제 어떻게 해결할지만 생각하자."


문제가 생기면 김대리는 늘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문제가 터졌을 때 해결책에 집중하고, 남을 탓하기보다 ‘내가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특히 지쳐 있을 때나, 문제가 반복되어 풀리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다.

편하게 남 탓, 세상 탓, 사회 탓으로 돌리고 웅크리고 싶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남 탓을 하는 순간, 스스로를 속이는 ‘가짜 해결책’에 안주하게 되고,

문제의 본질은 점점 보이지 않게 된다.


내가 부족하고 잘못된 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건 고통스럽지만,

결국 바꿀 수 있는 것은 나 자신뿐이라는 걸 김대리는 잘 알았다.



무엇보다 최악의 선택은 문제를 회피하는 것이다.

남 탓으로 외면하는 건 그 회피의 가장 간단한 방법이지만, 반복될수록 더 깊은 수렁이 되기 때문이다.



"도망가고 싶지 않아. 나를 속이고 싶지도 않고."


희윤이 김대리의 계획을 믿고 따를 수 있었던 건, 바로 그의 이런 성격에 대한 확신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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