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304]

첫 부동산 매매

by Kema



“오빠, 다시 한 번 계산해 봐. 우리 적금 깨야 하는 거 아냐?”


희윤이 울상이 된 얼굴로 김대리를 꼬집자, 김대리는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계산기와 은행 잔고를 번갈아 쳐다봤다.









둘 모두 난생 처음 해보는 매매 계약이었다.


전세 계약할 때도 등허리에 땀이 주르륵 흘렀는데, 매매는 차원이 달랐다.

나중에 돌려받을 보증금을 송금하는 전세와 달리, 이번에는 목돈이 ‘투자금’이 되어 사라진다.


심리적 압박감이 비교가 되지 않았다.








부동산 문을 열고 들어선 둘은, 중개사의 안내에 따라 투명 유리 상판의 사각 테이블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볼펜과 인주, 그리고 공인중개사의 직인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잠시 뒤 매도인이 도착했고, 둘은 쭈뼛거리며 일어나 꾸벅 인사했다.



“자, 양측 신분증 꺼내서 서로 확인하세요.”


김대리는 떨리는 손으로 지갑에서 신분증을 꺼내 올려놓았다.

매도인의 신분증도 받아 계약서와 대조했는데, 긴장 탓인지 눈앞이 침침해져 한참을 들여다봐야 했다.


중개사가 필요한 서류들을 뽑으러 자리를 비운 사이, 희윤은 하율이를 어르며 침을 꿀꺽 삼켰다.


테이블에 앉은 사람들은 말이 없었고, 그 침묵이 더 무겁게 내려앉아 김대리의 등줄기에 진땀을 흐르게 만들었다.








“자, 매매 물건 설명 드리겠습니다.”


공인중개사는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설명을 읊조렸다.

아파트의 위치, 면적, 동호수, 교통편, 매매가, 계약금과 잔금 납부일 등.


“등기부등본도 막 조회해봤습니다. 을구 보시면 대출 없고 깨끗합니다.

매수자분? 여기 갑구와 매도인 인적사항 일치하는지 확인해 보시죠.”


김대리는 멍하니 설명을 듣다 화들짝 놀라며 몸을 기울였다.

소유자 성명과 주민번호를 계약서에 쓰인 내용과 대조했다. 틀림없었다.



“세입자분이 전세로 살고 계십니다. 보증금 2억 5천, 계약 만기는 아직 1년 남았습니다.

매매가 완료되면 매수인분께서 보증금 반환 의무를 지게 됩니다.”


김대리와 희윤은 혼이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큰 사고라도 치는 듯한 긴장감이 몰려왔고, 낯선 용어들이 불안감을 주었다.

준비한다고 인터넷 글과 책을 들여다봤지만, 현장은 훨씬 더 복잡하고 숨막혔다.


“매수인분 이상 없으시면, 계약금 3천만원 송금해 주세요. 계좌번호는 계약서에 있습니다.”


김대리는 덜덜 떨리는 손을 진정시키며 은행 앱을 열었다.

숫자를 하나하나 신중히 누르며 금액을 입력했다.


‘위잉’ 하고 매도인의 휴대폰에서 입금 알림이 울렸다.


“확인했습니다.” 매도인이 짧게 말했다.


계약금이 넘어가자, 김대리와 희윤은 숨을 몰아쉬며 서로를 쳐다봤다.


이제 진짜 되돌릴 수 없었다.








매도인이 떠나고 난 뒤, 중개사는 남은 이들에게 차분히 설명을 이어갔다.


“계약 끝났으니 잔금일에 잔금만 치르면 됩니다. 다만 그 이후 바로 취득세를 납부하셔야 합니다.

취득세 내야 등기를 넘겨받을 수 있어요. 납부 기한 넘기면 가산세가 꽤 쎕니다.”


“세금이 있어요?”


김대리는 순간 아차 싶었다. 중고 아반떼 살 때도 취득세를 냈던 기억이 번쩍 떠올랐다.

이번에는 단위가 아파트였다. 등골이 서늘해졌다.


“무주택자시니까 대략 300만 원 정도 보시면 돼요.”


“오빠, 우리 현금 딱 맞춰둔 거 아냐?”

희윤이 울상이 되어 물었다.


“그렇긴 한데… 잔금일 전에 월급 들어오잖아. 그걸로 메꿀 수 있을 거야…”


김대리는 대답하다가 문득 자동차 등록 때 들었던 다른 비용이 떠올랐다.


“사장님, 부동산도 채권 매입해야 하나요?”

“그럼요. 공시지가 기준으로 계산하는데, 그래도 몇백만 원은 잡아야 합니다.”


희윤이 바로 소리쳤다.

“오빠, 그럼 우리 적금 다 깨야 해?”


둘이 정성껏 부어온 적금의 만기가 이제 석 달 뒤면 돌아오는 상황이었다.

금리 혜택 조건 맞춘다고 온갖 고생을 했는데… 눈앞이 캄캄해졌다.


정신이 아득해지려는 순간, 두 사람의 표정을 본 공인중개사가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너무 걱정 마세요. 채권은 바로 할인해 팔면 돼요.

실제 현금 나가는 건 백만 원 안쪽일 겁니다. 그 정도는 여유 되시죠?”


그때 아기띠에서 곤히 자고 있던 하율이가 눈을 뜨더니 작은 손으로 계약서를 덥석 집어 들고 입으로 가져갔다.


“아이구, 얘가 또 배고픈가 보다.”

희윤이 허겁지겁 쪽쪽이를 물려주자, 하율이는 천진한 표정으로 오물오물 젖꼭지를 빨았다.


순간, 모두의 긴장이 풀리며 웃음이 터져나왔다.

김대리도 어깨 힘이 쭉 빠진 채, 아기의 천진한 행동에 쿡쿡 웃음을 터뜨렸다.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 체력이 다 빠져나간 두 사람은 말없이 차창만 바라봤다.


김대리는 오늘 하루를 곱씹었다.


3억짜리 아파트 계약이 이토록 버거웠는데, 만약 더 큰 금액이었다면 어땠을까.

언젠가는 더 큰 거래를 해야 할 날도 오겠지.


그때는 정말 더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김대리는 옆에서 잠든 희윤과 하율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오늘의 마음, 그리고 교훈을 잊지 말자.

우리는 이제부터 진짜 부딪히며 배우는 거다.’



그리고 곧, 피곤에 지쳐 눈을 감았다.

어두운 지하철 창에 비친 세 식구의 모습은 묘하게 평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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