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팔아야하나
시간이 흐르며 첫 부동산 거래의 흥분도 무디어져 갔고,
김대리 부부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있었다.
전략적 궁상은 여전히 가동 중이었고,
다리에 힘이 많이 붙은 하율이는 넘어지지 않고 제법 잘 걷기 시작했다.
뿌뿌 빠빠 하는 소리만 내던 아기가 제법 엄마 아빠 할미를 또렷하게 부르기 시작했을 때는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언제나 가장 싼 분유와 어른들 반찬을 겸한 재료로 만든 이유식을 먹였는데도,
하율이는 탈 없이 건강하게 무럭무럭 커 주었다.
김대리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희윤이 주도해 매수한 아파트가 어느새 3억에서 3억 3천으로 올랐다.
전체 가격으로는 10% 상승이었지만, 실제로 부부가 투자한 돈은 전세 보증금 2억 5천을 뺀 5천만 원뿐이었다.
3천만 원의 시세 차익은 곧 투자금 대비 60%의 수익률이라는 이야기다.
김대리는 레버리지의 위력을 실감하는 동시에, 커다란 두려움도 느꼈다.
집값이 떨어진다면 어떻게 된다는 말인가.
가격이 조금이라도 오른 지금 매도해야 할까?
2년 안에 팔면 세금이 절반 넘게 떼인다. 세금이 무서워 버티다 한순간에 폭락하는 건 아닐까.
손에 쥔 게 있을 때 그냥 정리하는 게 낫지 않을까?
머릿속에서 같은 질문만 맴돌았다.
예전 잠깐 주식 투자를 할 때도 그랬다.
부동산이나 주식이나 마찬가지였다.
파는 일은 사는 일 보다 훨씬 더 고민스럽고 어렵게 느껴졌다.
올라도 고민, 떨어져도 고민이었다.
너무 빨리 팔면 기회를 놓칠 것 같고,
너무 늦게 팔면 다 잡았던 수익을 놓치거나 손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까 두려웠다.
김대리는 더욱 책과 씨름하는 한편, 고수라는 사람들의 글을 찾아 읽었지만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아기 잘 크지? 제수씨도 잘 지내고?”
김대리는 한부장이 선뜻 시간을 내어 준 데 큰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늘 여유로워 보이면서도 술자리에는 자주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는 사람이었다.
꼭 필요한 자리에는 빠지지 않아도,
일주일에도 몇 차례씩 벌어지곤 하는 즉흥적인 번개에 참석하는 일은 드물었다.
하지만 김대리의 갑작스런 부탁에는 기꺼이 시간을 할애해 준 것이다.
“하율이는 이제 제법 잘 걷고 말도 시작했어요.
저를 바라보며 ‘아빠’하고 부를 때는 마음이 다 녹아내리는 것 같아요.”
“하하. 나도 딸이 있어서 잘 알아.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분이지.”
“맞아요. 그래서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부장님, 저 사실... 또 고민이 생겼습니다.”
김대리의 이야기를 한부장은 집중해서 들어주었다.
김대리는 한부장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번지는 것을 보았다.
“하하. 그래서 사람들이 매도는 예술의 영역이라고 하는거야.”
한부장이 시원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김대리에게 되물었다.
“자네도 책을 많이 읽고 공부를 했으니 생각이 있을 것 같은데… 한번 얘기해 보겠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놀라기는 했지만, 김대리는 곧 머릿속에 떠다니던 생각들을 한부장에게 꺼내놓기 시작했다.
“저는… 주식이건 부동산이건 수익이 나면 빨리 팔아버리는게 더 낫지 않나 싶었어요. 손에 쥐어야 수익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기다리다 떨어지면 다 허사니까요.”
김대리가 더듬거리며 대답하자 한부장이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그것도 방법 중 하나지. 그래, 그렇다면 수익을 손에 쥐고 난 뒤엔?”
김대리는 말문이 막혔다. 막연히 수익을 실현하면 된다는 생각이었는데, 그 다음이라니.
“뭐… 또 다른 투자로 다시 수익을 내고… 이렇게 반복하면 되지 않을까요?”
“흐음, 그러려면 계속 연속해서 수익이 나야겠군. 꽤 자신이 있는 모양이지?”
한부장의 농담 섞인 말투에 김대리는 식은땀을 흘리며 머리를 긁적였다.
“그럴 리가요… 저는 아직 수익을 손에 쥐어본 적도 없는걸요,
아…그리고 목표 수익률을 설정하는 방법도 있다고 들었어요. 10퍼센트건, 20퍼센트건 자신이 바라는 수익률을 설정하고, 거기에 도달하면 뒤도 돌아다보지 않고 매도하는 거에요.”
한부장이 여전히 빙그레 웃고만 있자 조바심이 든 김대리는 황급히 말을 이어나갔다.
“근데 이 방법도 수익이 나 줘야 하긴 하네요… 손실도 목표를 설정해서 빠르게 손절하면 될 거 같아요!”
한부장은 턱을 당겨 바르게 앉더니 김대리의 맥주잔에 자신의 잔을 가볍게 부딪히며 말을 이어나갔다.
“좋아 김대리. 진짜 공부를 좀 했구나.
부동산도 하나 샀으니, 본격적으로 투자를 시작해 봐야겠지?
김대리는 생맥주 잔을 입술에 댔다.
자신이 품어온 고민을 누군가와 진지하게 나눈다는 사실만으로도 초조함이 조금씩 풀려가는 듯했다.
한 모금 크게 들이키자 시원한 탄산이 목을 타고 내려갔고,
가슴에 걸려 있던 답답함도 서서히 풀려나가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