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311]

길을 찾다

by Kema

김대리는 며칠 동안 퇴근 후 시간을 몽땅 쏟아부어 주식 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배당금 정보를 수집했다.


지루한 숫자들의 행렬을 만들어 나가던 그는 어느 순간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희윤아, 이것 좀 봐."


"헐 이게 다 뭐야?"

모니터 전체를 뒤덮은 엑셀 테이블을 본 희윤이 놀란 목소리로 물었다.


"코스피 상장사들의 배당금을 정리해봤어.

우리가 지난번에 구체화했던 목표 기억하지? 그걸 배당으로 달성해보는 건 어떨까?"


"인플레이션에 연동되는 현금흐름 만드는거 말이지?

나도 그 생각은 해봤는데...배당은 기업 마음대로 줄이거나 끊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희윤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배당은 이자와 달리 의무가 아니었다.

하지만 수많은 기업의 과거 배당 히스토리를 분석한 김대리는, 기업의 배당에도 마치 중력처럼 쉽게 바뀌지 않는 성향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어렴풋이 깨닫고 있었다.


"맞아. 그래서 아예 배당을 하지 않는 기업도 있지.

하지만 배당을 하는 기업들은 대부분 꾸준히 일정 금액을 배당하더라고"


"아...배당을 지속할 만큼 충분히 튼튼하다는 신호를 외부에 알리는 효과도 있겠구나."


"맞아. 현금을 그냥 쌓아두면 비효율적일 뿐 아니라,

경영진이 단기 성과를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주주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투자를 할 위험도 커.

괜히 무리한 M&A로 곤욕을 치르는 회사들처럼 잘못된 판단을 내릴 위험도 있지.

하지만 현금을 배당에 활용하면 그런 위험을 줄일 수 있어."


희윤이 고개를 끄덕이다 다시 물었다.

"근데 배당수익률은 보통 이자 수준밖에 안 되지 않아?"


"처음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그런데 찾아보니까 배당을 꾸준히 늘려가는 회사들이 있더라.

처음엔 배당수익률이 낮아 보여도,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가 매수한 가격에 비하면 놀라운 수익률이 되는 거야.”


김대리와 희윤은 대화를 해 나가며 그 동안 쌓아온 지식이 정리되는 것을 느꼈다.


"오빠, 이건 뭐야? 시가배당률이 20%가 넘어?

이런게 우리 목표에는 최고의 투자 아니야?"


"아, 그 얘기도 하려던 참이야. 배당 수익률이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더라.


이 종목은 적자가 지속되는데도, 작년 한 해에 회사가 갖고 있던 현금을 전부 배당에 썼어.

아마 대표이사인 최대주주가 현금이 필요해서 배당을 활용한 것 같은데,

채권자들이 이미 소송에 들어갔다고 하더라고."



"와...채권자들 입장에서는 뒤통수 맞은 격이네. 올해부턴 배당금이 없겠구나."


"그럴 거야. 또 다른 사례도 있어. 여기 봐. 엄청나게 시가배당률이 높지?

이 회사도 꾸준히 배당을 이어오긴 했는데, 최근 사업 환경이 급격히 나빠지면서 주가가 폭락했어."


김대리는 무슨 말인지 맞춰보라는 듯 희윤을 바라보았다.


"아...주가가 폭락을 해서 상대적으로 시가배당률이 높게 보이는 거구나."


"맞아. 일시적인 폭락이라면 기회가 되겠지만, 이렇게 펀더멘털이 망가진 경우라면 매출이나 이익도 이전처럼 나오긴 어려울거야. 당연히 배당 여력도 줄어들겠지."


"고려할 게 정말 많네...."



아직 실제 투자에 적용하기엔 부족했지만, 며칠 동안 집중해서 기업들에 대한 자료를 작성하고, 희윤과 대화를 하다 보니 조금씩 길이 열리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 옆에서 하율이를 쓰다듬던 희윤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오빠, 주식은 일단 시작하는 데 큰돈 드는 거 아니잖아.

우리 한 번 시작해 보는 게 어때?”


“근데 아직도 어떤 종목에 투자해야 할 지가 감이 안 와…

이상한 기업들도 많다는 걸 알게 되니 오히려 겁이 더 나.”


“나도 마찬가지긴 해. 하지만 투자를 하지 않는 위험 기억나? 가만히 있는 것도 위험이야.

우선 우리 한부장님 말씀들 떠올려보자.

일단은 매도하지 않는 게 원칙이라고 하셨지?"


“맞아. 그런데 매도를 안 한다고 생각하니까…

투자하기가 더 무서워지더라고."



김대리의 말에 희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오빠, 혹시 그게 무슨 뜻인지 뒤집어 생각해 본 적 있어?”

“응? 무슨 뜻?”


“절대 팔지 않는다는 원칙을 뒤집어보면, 팔지 않을 대상을 사라는 말이었을지도 몰라.”


‘이게 무슨 말장난인가’ 싶던 김대리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쩍하고 연결되었다.


“그렇구나… 그만큼 매수할 때 신중하라는 뜻이었네!”


“맞아. 그리고 주가가 떨어지거나 시장 전체가 좋지 못한 상황이 늘 있잖아?

그런 상황에서도 확신을 가질 수 있는 대상을 고르라는 뜻일 거야.”


“오빠, 우리 한부장님이 했던 말들 다시 짚어볼까?”

희윤이 진지하게 말했다.


“음… 보유를 통해 현금흐름을 얻는 자산들을 찾아보라고 하셨고…

직장인이 할 수 있는 투자를 골라야 한다고도 하셨지.”


“맞아. 업무 시간을 투자에 쓰지 말라고도 하셨잖아.”

희윤이 끄덕였다.


김대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응… 직장인은 시간과 월급이 무기라고.

세상에는 수많은 투자 방법이 있지만, 회사 일에 지장 없는 장기 투자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하셨지."


두 사람은 밤이 깊도록 대화를 이어갔다.








한부장이 전해준 이야기들은 퍼즐 조각처럼 맞아떨어졌다.



직장인 투자자로서 할 수 있는 투자만 할 것


● 시간과 월급을 무기로 복리 효과를 누릴 것


● 매도 차익이 아니라, 보유 과정에서 현금흐름을 얻을 것


● 월급 역시 최대한 극대화할 것



둘은 이런 투자 철학이 ‘월급에 매달리지 않는 경제적 자유’에 확실히 다가갈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원칙이라는 걸 깨달았다.


“오빠, 한부장님이 왜 '무슨 종목 사라, 언제 팔아라' 같은 말은 안 하셨는지 알겠어.”

희윤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그랬으면 우리가 이렇게까지 고민하지 않았을 거야.”


"우리 이제 그 철학을 염두에 두고 실제로 적용해보자.

우선 기업에 대해 조금 더 공부하고, 지속적으로 경쟁력이 있고 배당을 늘릴 회사들을 찾아보자.”


"좋아 오빠. 어떤 종목이 그런 조건을 만족하는지 같이 찾아보자!"


하율이는 두 사람의 무릎 사이에서 곤히 잠든 채로 ‘엄마, 아빠' 하며 잠꼬대를 했고, 김대리와 희윤은 동시에 환하게 웃었다.


아직 완전히 눈 앞이 트이지는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최소한 새로운 길 위에는 올라선 듯한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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