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흐름을 주는 자산
“부장님, 또 갑자기 불쑥 뵙자고 했는데도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고맙지.
나야 이런 얘기 후배들이랑 나누는 걸 좋아하지만, 의외로 관심 있는 사람들이 많지가 않더라고.”
한부장은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쾌활하게 말했다.
점심시간, 한부장이 김대리를 데려간 곳은 강남 도심 한복판의 한적한 숲길이었다.
사방이 아파트와 빌딩뿐이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소나무들이 우거진 오솔길이 작지만 길게 펼쳐져 있었다.
불과 몇 백미터 떨어진 곳에서는 직장인들이 줄을 서서 바글바글한 식당에 들어가 허겁지겁 점심을 먹고 있을 텐데, 이곳은 마치 전혀 다른 세상 같았다.
신선한 흙 냄새와 나무 향기가 오감을 자극했다.
“자, 오늘은 무슨 고민이신가. 우리 김대리께서?”
“부장님… 또 뭔가 투자를 해야 할 것 같긴 한데, 막막합니다.”
“그래?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건 있고?”
“많아요 사실. 처음 아파트를 샀을 땐 엄청 뿌듯했는데, 지금은 또 아무것도 아닌 것 같고…
다시 조급해지고 있어요.”
김대리는 잠시 숨을 고르며 말을 이었다.
“생각해봤는데, 언젠가 월급을 대신하려면…
작은 금액이라도 자산에서 나오는 소득이 지금부터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당장은 생활비 일부라도 대체할 수 있는 현금흐름부터요."
“음… 무슨 마음인지 잘 알지. 결코 틀린 생각도 아니고.”
한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현금흐름은 어떻게 만들 계획이지?”
“그게 잘 안 그려져요.
주식 투자도 생각했는데 너무 위험한 것 같고…무엇보다 사고팔기를 계속 반복해야 하잖아요.
매번 매매를 해서 수익이 나줘야 현금흐름이 생기는 건데… 자신이 없어요.”
“음… 뭐 그럴 수도 있지.”
한부장은 알 듯 말 듯한 표정으로 희미하게 웃었다.
“지금 갖고 있는 아파트도 팔아야 현금이 생기고, 또 코인은… 말할 것도 없고요.
계속 사고 팔면서 수익을 낼 수 있을 거란 보장이 없는 건 마찬가지잖아요.
그렇다고 은행 이자로는 원금이 엄청나게 크지 않은 이상 월급을 대체하긴 어렵고요.”
한부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없이 걸었다.
하지만 김대리를 바라보는 눈빛에는 ‘계속 이야기해보라’는 무언의 격려가 담겨 있었다.
김대리는 그 눈빛에 힘을 얻어 말을 이어나갔다.
“지난번 말씀하신 ‘절대 팔지 않는다’는 원칙이 계속 마음에 남습니다.
그런데 그 원칙을 지키면 현금흐름은 만들 수 없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
한부장은 걸음을 멈추며 말했다.
“하지만 매도하지 않고도 현금흐름을 만들어주는 자산이 있어.
사람들이 왜 건물주를 부러워할까?”
“커다란 건물을 통째로 갖고 있어서…?”
“그것도 있겠지. 하지만 진짜 이유는 월세라는 안정적인 현금흐름 때문이야.”
한부장은 싱긋 웃었다.
“하지만 건물은 너무 비싸서 은퇴 전에 제가 살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당장은 그런 생각이 당연하겠지.
그런데 김대리, 건물 말고는 현금흐름이 나오는 자산이 없을까?”
“음… 주식이 배당을 하긴 하지만, 은행 이자보다 나을 게 없던데요?”
“그런 주식도 있지. 하지만 그렇지 않은 주식도 있고.”
한부장은 김대리를 흘깃 바라봤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투자 방법들이 있고, 모든 투자에는 장단점이 있지.
결국 자신의 상황에 맞는 투자법을 고르는 건 스스로의 몫이야.”
커다란 소나무가 서 있는 갈림길에서 발걸음을 멈추며 한부장이 말했다.
“주식이라고 하면 흔히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고만 생각하는데,
사실은 배당이 더 중요할 때가 많아.
배당은 기업이 투자자의 돈을 활용하여 사업을 해서 남긴 이익을 돌려주는 거니까.
그게 사실 주식투자의 본질적 수익이지.”
김대리는 눈을 크게 뜨고 한부장의 말에 집중했다.
“우린 주식을 사지만, 사실은 ‘투자자라는 지위’를 사는 거야.
어떤 기업에 투자한 사람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매도일 뿐이지.
주식 거래가 너무 쉽고, 누구에게서 사고 또 파는지도 모르는 상태로 이루어지다 보니 사람들이 그 본질을 잊기 쉽지.”
한부장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내가 투자한 기업이 잘 되기만 한다면, 언젠가 누군가가 그 지위를 이어받아 줄 거라는 믿음이 있으니까 우리는 기꺼이 자본을 투자하고, 대가로 기업의 이익을 공유하는 거지.
그 형태가 기본적으로는 배당인거고, 어떤 경우에는 시세차익이 될 수도 있는 거야.”
“그럼… 배당을 안 주는 주식은 나쁜 주식인가요?”
김대리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지.”
한부장은 시계를 힐끗 보았다.
“더 이야기해주고 싶지만 점심시간이 짧네.
자네 회사에서 재무 담당하지? 자료 수집도 잘 하고.
자네가 충분히 많은 기업의 배당을 직접 살펴보면… 자연스럽게 답이 보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