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404]

어떻게 골랐어

by Kema

“오빠, 다가구주택이 우리나라에 엄청 많을 텐데, 어떤 매물을 볼지는 어떻게 추려냈어?”

희윤이 카시트에서 동요를 따라 부르며 들썩거리는 하율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물었다.


“쉽지 않았지. 근데 우리가 원하는 걸 명확히 생각해보니까 어느 정도 걸러지더라고.”

김대리가 차선을 바꾸며 어깨를 으쓱했다.


“직접 거주할 수 있는 곳이라는 거?”

“맞아. 당장 들어가 살진 않더라도, 최소한 우리가 살 수 있는 거리여야 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일단 범위를 서울 안, 아니면 가깝게 오가기 쉬운 경기도권으로 한정했지.”


“근데… 우리가 꼭 살지 않더라도 월세만 잘 나오면 되지 않아?

우린 다른 지역에서 월세 살고, 거기서 월세 받으면 그게 그거잖아.

지방에 수익률 높은 원룸들 많던데.”


“그 생각도 안 해본 건 아니야.”

김대리가 잠시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보면 볼수록 감당하기 어려운 위험이 있더라고.”


“어떤 위험?”

희윤이 흥미로운 듯 김대리를 바라봤다.


“사실 내가 가장 먼저 눈여겨봤던 곳이 지방이었어.

서울보다 투자금이 훨씬 적으니까.

근데 지방 원룸들은 대부분 산업단지 근처에 있거든.”


“산업단지면 뭐가 문제야?”


“대한민국 제조업은 수출로 먹고사는 구조잖아.

그런데 인건비가 계속 오르니까 가격경쟁력이 떨어지고 있어.

이런 위기 상황에 가장 민감하게 흔들리는 곳이 지방 산업단지들이야.

대기업이 생산 줄이거나 공장 빼버리면...

그 도시 분위기 자체가 순식간에 바뀌기도 해.”


“아… 원룸 수요가 뚝 끊기는구나?”


“그렇지. 구미가 대표적인 사례야.

한때 삼성이랑 LG가 전자산업 키우면서 도시가 엄청 성장했지.

직원들 살 집이 필요하니까 원룸도 우후죽순 생겼고.


근데 인건비 부담 때문에 생산기지는 해외로, 연구기지는 수도권으로 옮기면서 청년 인구가 빠져나가니까 도시가 순식간에 활력을 잃었어.”


희윤은 잠시 말이 없었다. 김대리가 이어 설명했다.


“산업단지 말고도 멀쩡하던 지방 중심지가 무너진 사례는 많아.

지방 대학가가 딱 그래.

인구 감소로 학생 수가 줄고, 정부가 대학 구조조정을 하면서 2000년대 이후 생겨난 대학가 원룸들은 직격탄을 맞았지.

대학이 사라지는 순간, 그 지역 원룸 가치는 사실상 제로야.”


“와… 듣기만 해도 아찔하다.”


“문제는 이런 변화가 현장 가까이 있어도 체감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는 거야.

하물며 멀리 떨어진 건물을 위탁 관리에만 의존하면 위험 신호를 뒤늦게 알아차리고, 그땐 선택지도 거의 없어.”


희윤이 창밖을 내다보며 말했다.

"그래서 가까워야 한다고 하는 거구나."


김대리는 잠시 말을 고르다 덧붙였다.


“정답이야.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너무 멀면

관리도 어렵고, 분위기 변화도 제대로 못 느끼지.

그래서 다들 ‘눈에 보이는, 아는 범위 안’에서 시작하라고 하는 거야.”


희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사람마다 투자 성향은 달라.

누군가는 위험을 즐기고, 누군가는 안정성을 중시하고.

하지만 우리는 이미 어떤 길로 갈 건지 정했잖아?”


희윤과 김대리가 동시에 미소를 지었다.


“긴 안목으로 투자하되, 극단적인 위험은 피하자.

세상은 확률로 움직이니까.

위험하다고 꼭 망하는 건 아니지만,

위험한 선택을 반복하면 결국 큰 손실을 입을 상황도 늘어날 수밖에 없거든.”


희윤은 창밖을 바라보다, 천천히 한마디했다.

“그래… 우리한테 필요한 건 ‘지금’의 수익률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익이 필요해."


김대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환하게 웃었다.





이전 03화[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4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