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403]

다가구주택?

by Kema

다가구주택은 아파트와 같은 주거용 건물이지만, 그 성격은 사뭇 달랐다.


아파트가 주로 가족 단위의 안정적 거주 수요를 충족시키는 상품이라면,

다가구주택은 대체로 1인 가구를 위한 생활 공간으로 설계된다.


겉보기엔 비슷한, 흔히 ‘빌라’라 부르는 다세대주택도,

본질적으로는 아파트의 하위 호환으로 가족 수요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김대리는 바로 이 다가구주택의 개념에 매료되었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매력은 거주와 수익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김대리와 희윤은 하율이의 어린이집 등하원을 위해 서울 외곽의 주공아파트에서 직장 근처 다세대주택 전세로 이사했다.


겨울엔 샤시 틈새로 찬바람이 스며들고, 여름이면 모기가 들끓었지만,

출퇴근 시간이 크게 줄어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난 건 큰 위안이었다.


집 자체의 불편함은 견딜 만했지만, 자신의 집이 아니라는 불안정함은 늘 마음을 짓눌렀다.

수도 하나 고치려 해도 집주인의 허락을 받아야 했고, 비용 문제로 실랑이를 벌여야 했다.


2년 계약을 맺어도 1년이 지나면 슬슬 이사 걱정을 해야 했고,

결국 마음 편히 보내는 해가 단 한 해도 없는 셈이었다.


그래서 김대리는 더욱 자신 소유의 다가구주택, 그 주인 세대에 가족과 함께 사는 꿈이 절실해졌다.

내 집을 마련하면서도, 단순히 그 돈 위에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둘의 목표를 이루는 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두 사람이 애써 벌어들이는 월급, 주식이 일해 벌어주는 배당금, 그리고 건물이 벌어주는 월세 수입까지 합쳐지면 ‘회사에 기대지 않는 경제적 자유’는 훨씬 빠르게 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둘의 투자 방식은 단리가 아닌 복리였다.

모든 잉여 현금을 재투자하고 있기에, 재투자의 덩치가 커질수록 꿈까지의 거리는 훨씬 짧아질 터였다.






“근데 오빠,”

골똘히 생각이 잠겨 운전을 하는 김대리에게 희윤이 물었다.


“다가구주택이랑 다세대주택은 뭐가 달라? 둘 다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는데.”


부드럽게 커브를 돌며 김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겉으론 비슷한데 속은 완전히 달라. 이걸 이해해야 우리가 투자하려는 게 뭔지 알 수 있어.”


“일단… 건축법상 주택은 크게 ‘단독주택’이랑 ‘공동주택’으로 나뉘거든?

신기하게도, 다가구는 여러 세대가 살아도 ‘단독주택’으로 분류돼.”


“엥? 여러 가구가 사는데 단독주택이라고?”

희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상하지? 근데 그건 다 이유가 있어.”

김대리가 웃으며 말을 이었다.


“1970년대에 공업화로 서울 같은 대도시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주택이 엄청 부족했거든.


당시의 주거 형태는 주로 아파트가 아닌 단독주택이었는데,

갑자기 인구가 폭증하니까 기존 주택의 방을 쪼개서 하숙이나 자취방으로 돌리기 시작했어.


그런데 문제는… 화장실이나 부엌 같은 위생시설이 너무 부족했고, 구조도 엉망이라 화재 같은 안전사고가 계속 터졌지.”



“아… 방에서 막 석유 곤로로 밥을 지어먹고 그랬겠구나.

정부가 뭔가 할 수 밖에 없었겠네.”


“맞아. 그래서 정부가 제도권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가구주택’이라는 개념을 만든 거야.

주택을 잘게 쪼개서 미니 아파트처럼 분양하는 투기를 막으려고 1주택 규정을 만들고,

각 세대에는 부엌·화장실 같은 독립 주거기능을 의무로 넣게 했지.

덕분에 위생이랑 안전 문제도 많이 나아졌고.”


“아... 그 때부터 1인 가구들이 원룸이라고 부르는 다가구에 많이 살게 되었구나.”


“응. 도시로 올라온 대학생이나 직장인들을 위한 대표적인 주거 형태가 된 거지.”


희윤이 잠시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시 물었다.

“근데 다세대주택은 뭐야? 빌라라고 하는 거 말이야.”


“좋은 질문이야.”

김대리가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가며 설명을 이어갔다.


“다가구는 건물과 땅을 통째로 한 사람이 소유해.

반면에 다세대는 세대별로 소유권이 쪼개지고, 토지도 ‘지분’으로 나눠 가져.

외형은 비슷해도, 다가구는 통째로 1주택, 다세대는 세대 수만큼 주택이 되는 거지.”


“그럼 다세대는 아파트처럼 구분소유하는 거네?”


“정확해. 외형은 비슷해도 소유 구조는 완전히 아파트식이야.

이걸 헷갈리면 큰일 나. 세금이 하늘과 땅 차이거든.”


“세금까지 달라?”

희윤이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응. 다가구주택은 전체 건물이 1주택으로 분류되잖아?

근데 다세대는 1 세대가 1주택이야.


즉, 둘 모두 여러 가구가 사는 주거용 건물이지만,

다세대는 그 건물 안에 있는 각 세대가 한 개의 주택으로 계산되지.


똑같이 10가구가 거주한다 해도,

다가구는 1주택, 다세대는 10주택이 되는거야.”


“와, 확실히 알고 투자해야겠네.” 희윤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게다가 더 무서운 게 있어. 불법 쪼개기라고.”

김대리가 한층 진지해졌다.


“건축법상 다가구는 주거층이 3층 이하고, 최대 19가구까지만 가능해.

근데 수익률 욕심에 층수를 불법으로 늘리거나 20가구 넘게 쪼개면,

그 순간 이 건물은 다가구가 아니라 다세대로 간주돼.”


“그러면…?”


“법적으로 1주택자였던 소유주가, 하루아침에 20채 가진 다주택자로 바뀌는 거지.

그럼 무슨 일이 생길까?.”


“아… 나 알거같아. 지난번에 아파트 사면서 공부좀 했거든.

늘어난 주택 수만큼 취득세 추가 부과될거고, 종부세도 중과세율 적용되면서 공제액도 반토막나겠네. 완전 폭탄이 되는거구나.”


“맞아. 거기다 이행강제금과 원상복구비도 추가로 들어가지.

그래서 표면상 수익률이 높아 보여도, 불법 건축물은 아예 접근하지 않는 게 상책이야.”


희윤이 긴장된 표정으로 숨을 내쉬었다.

“오빠 말 듣고 보니… 다가구는 참 매력적이면서도 섬세하게 다뤄야 하겠네.”


김대리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맞아. 그래서 우선 제대로 알고 시작해야해. 그래야 우리가 가려고 하는 길을 볼 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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