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405]

땅이 작네

by Kema

“자, 도착했습니다. 공주님들.”

사이드브레이크를 드르륵 당기며 김대리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하율이가 카시트에서 졸린 눈을 뜨며 고개를 까딱였다.


오래된 단독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서울의 옛 동네 골목,

내비가 안내를 끝낸 지점에 김대리는 차를 세웠다.



“여기 맞아?”

희윤이 창밖을 살피며 물었다.


“응. 인터넷에서 본 그 매물 맞아.”

김대리가 스마트폰 화면을 넘겨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지 40평 소형 다가구.

지하 1층, 지상 3층짜리. 총 8세대.”


“작긴 작다…”

희윤이 대문 앞에 서서 위아래를 훑었다.

건물은 애써 관리한듯 새로 페인트칠까지 되어 있었지만, 골목이 비좁고 햇볕이 잘 들지 않았다.






중개인과 함께 들어선 1층 복도는 좁고 어두웠다.


방문을 허락 받은 세대 문을 열자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서너 평 정도 되어 보이는 방의 작은 창문 너머로 이웃집 벽이 바짝 붙어 있었다.


“음…”

희윤이 짧게 탄식을 흘렸다.


김대리가 중개인 몰래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구조가 너무 빡빡하지?

대지가 너무 작으면 방 구조도 답답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세입자들이 오래 못 살아.

계속 새 세입자 구해야 하고, 그때마다 중개 수수료도 들고…

관리하는 데 신경이 너무 많이 들어가는거지.”


희윤은 한숨을 쉬었다.

“나라도 진짜 금방 나가버릴 것 같아. 짐만 풀어도 꽉 찰 방이네.”


중개인이 옥상 방수 공사를 새로 했다고 자랑했지만, 김대리는 시큰둥하게 고개만 끄덕였다.


"이런 건물에서 관리 상태가 좋다는 건,

주인이 돈과 시간을 엄청 쏟았다는 뜻이지. 아마 매매가에 다 반영했을거야."


“게다가 이 건물은 수익률도 안 나와.”

김대리가 스마트폰의 계산기를 두드리며 말했다.

“보증금 합계가 2.5억 남짓이고 월세는 120만 원 정도래.


매매가가 6억이니까…보증금 빼고 실제 투자금 3.5억쯤?

취득세랑 복비까지 넣으면 3.7억.

연 수익률이 고작 3%대야.”


“3%…? 예금이랑 큰 차이가 없네.

그마저도 중개수수료·공실·보수비 생각하면 실제로는 더 낮은거 아니야?”


“맞아. 그래서 다가구 매수할 때는 월세를 12개월로 계산하지 말고 10개월로 계산해야해.

이 건물은 결국 1,200만원이 연 수입이라고 보는 게 맞아.”


희윤은 벽이 갈라진 낡은 건물을 보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리고… 조만간 다시 지어야 할 수도 있겠는데?”


“그게 제일 문제야.”

김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땅이 이렇게 좁으면 새로 건물을 올리기가 너무 힘들대.

중장비가 들어올 공간도 없고, 작업자들이 일하기가 힘드니까.

결국 건물이 더 나아질 여지가 많지 않지.”


그 순간 복도에서 울리는 자신의 목소리가 신기했는지 하율이가 동요 한 소절을 큰 소리로 불렀다.

둘은 웃음이 터졌지만 입주민들에게 폐를 끼칠까봐 얼른 하윤이를 안고 건물을 나왔다.






둘은 하율을 태우고 다시 차에 올랐다.

시동이 걸리고 조금 전까지 살펴본 건물이 창밖으로 조용히 멀어져 갔다.


좁은 골목을 빠져나오며 희윤이 말했다.

“첫 임장은… 별로네.”


“응, 이건 아니야.”

김대리가 고개를 저었다.

“건물뿐 아니라 땅도 함께 사는 게 목표인데, 이건 땅이 너무 작아.”


희윤이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하나 배웠네. 이제 감 좀 잡아가는 거 같아.”


김대리는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

"맞아. 옷 한벌 사는데도 몇 군데는 들르잖아?

건물이라면 수십 개쯤 보는 게 당연하지!"








이전 04화[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4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