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의 한계
“오빠, 오늘은 어디로 갈 거야?”
하품하는 하율이의 입에 손가락을 넣으며 희윤이 물었다.
“지난번 집은 대지가 너무 좁았잖아.
오늘은 좀 넓은 땅에 지은 신축을 보러 갈 거야.”
편의점에서 산 따뜻한 커피를 불며 김대리가 대답했다.
“신축이면 엄청 비싸겠네?”
하율이에게 손가락을 물린 채 희윤이 웃으며 말했다.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공부할 겸 한 번은 봐야지.”
대지 70평, 3층 짜리 신축 원룸 건물.
겉보기만 해도 지난번 매물을 압도할 정도로 웅장했다.
1층은 전부 필로티 구조로 만들어져 주차장으로 쓰이고 있었다.
둘은 중개사를 기다리며 건물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오빠, 나 신기한 거 발견했어.”
희윤이 깡총대는 하율을 꼭 껴안으며 말했다.
“우체통 개수 보면 세대 수를 알 수 있네. 몰랐지?”
"오 좋은데?"
김대리는 감탄하며 우체통을 세다가 눈썹을 찌푸렸다.
“여덟 개…? 이 넓은 대지에 겨우 여덟 세대라고?”
“그러게. 다가구는 최대 19세대까지 가능하다면서.”
희윤도 고개를 갸우뚱했다.
마침 중개사가 나타나 반갑게 인사했다.
“일찍 오셨네요. 오늘 보실 건물은 3층짜리 신축 다가구입니다.”
김대리가 곧장 물었다.
“대지가 70평이면 꽤 넓은데, 왜 세대가 여덟 개밖에 안 되나요?
다가구는 19세대까지 가능하지 않나요?”
중개사는 잠시 웃었다가,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예전 같으면 열여덟 세대도 가능했죠.
그런데 요즘은 주차 기준 때문에 세대 수를 그만큼 못 넣습니다.”
“주차 기준이요?”
희윤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물었다.
“네. 지금은 전용 30㎡ 미만 원룸 세대당 0.5대,
30㎡ 이상은 0.6대 이상의 주차면을 확보해야 허가가 나옵니다.
예전엔 0.3대 수준으로도 가능했지만,
1997년 전후 서울시가 기준을 대폭 올렸고
2021년엔 전국적으로 아예 법에 박아버렸습니다.”
김대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까 여덟 세대면 최소 네다섯 대는 주차장을 만들어야 한다는 거군요.”
“정확해요. 게다가 소수점은 무조건 올림이에요.”
중개사는 손가락으로 1층 필로티를 가리켰다.
“보세요. 70평 대지 1층을 전부 주차장으로 비워놨는데도 실제로는 5~6대밖에 못 들어가요.
주차구획도 예전보다 커졌거든요.
예전엔 한 칸 폭이 2.3m였는데 지금은 2.5m 라서,
통로·회전반경까지 고려하면 주차 한 대당 25㎡(7.5평) 가까운 면적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필로티는 기둥이 있잖아요. 기둥 간격이 좁으면 회전이 안 되니까
설계상 더 넓게 비워야 하죠.”
“그래도 땅이 70평이면 그래도 여유 있지 않나요?”
“그게 그렇지가 않아요.”
중개사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건폐율이라는 게 있거든요.
주거용은 보통 60%니까, 실제 건물 바닥은 42평까지만 지을 수 있어요.
주차장 몇 개 설치하면 생각보다 금방 꽉 찹니다.”
희윤이 놀란 듯 입을 벌렸다.
“그럼 예전엔 70평에 19세대도 지었는데,
지금은 주차 때문에 세대가 절반도 안 되는 거네요?”
“네, 정확히 보셨어요.” 중개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요즘 신축 다가구 수익률이 예전보다 훨씬 못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주차 기준이 올라가니 세대수가 줄고, 당연히 총 월세도 줄죠.
그런데 건축비는 훨씬 올라갔습니다.
자재비·인건비 다 뛰었고, 필로티라 기둥도 튼튼히 넣어야 하거든요.”
“세대 수가 줄면 대신 세대당 면적은 넓어지겠네요?”
“네. 그래서 요즘 신축은 넓직한 분리형 원룸이나
투룸·쓰리룸 비중이 많이 늘었어요.”
“그러면 월세도 두세 배 받을 수 있겠네요?”
희윤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아니요, 그게 문제예요.”
중개사가 웃으며 손사레를 쳤다.
“방이 커도 사람들 수입엔 한계가 있잖아요.
투룸이라고 해서 원룸의 두 배를 받진 못합니다.
평수 대비 수익률은 원룸이 제일 높아요.”
김대리가 중얼거렸다.
“결국 세대는 줄고, 건축비는 오르고…
신축은 낮은 수익률이라는 대가를 먼저 치르고 들어가는 셈이군요.”
“맞습니다.” 중개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입지가 아주 탁월하지 않으면, 요즘은 오히려 잘 관리된 구축이 세가 더 잘 빠지기도 해요.
신축은 들어간 비용이 있어서 월세를 낮게 책정할 수가 없거든요.
신축은 관리 걱정은 덜하지만, 수익률은 주차장이라는 천장에 막힌다고 보시면 됩니다.”
희윤이 우체통을 바라보다 피식 웃었다.
“겉보기엔 근사한데, 건물이 속삭이는거 같네요. ‘나 생각보다 못 벌어.'"
김대리도 웃으며 맞장구쳤다.
“이제야 왜 신축이 항상 답이 아닌지, 조금 알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