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건물주 김대리 #408]

확신하다

by Kema

김대리와 희윤은 하율이를 데리고 중개사 사무실로 들어섰다.


하루 종일 이 골목 저 골목을 헤매다니느라 온몸이 물 먹은 솜처럼 무거웠지만,

내친김에 건물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기로 했다.



“아빠 힘들어…”

투정을 부리는 하율이를 사무실 소파에 눕히자, 아이는 금세 눈을 감았다.

김대리는 다시금 미안한 마음에 가슴이 짜르르했다.






중개사는 따뜻한 차가 담긴 종이컵을 건네며 말했다.


“요즘은 이렇게 고생하시려는 분들이 거의 안 계셔서요.

구축이라고 하면 안 사시려고들 하는데… 손만 좀 볼 줄 아시면, 대단한 물건이 될 겁니다.”


김대리가 차를 한 모금 들이키며 물었다.

“사장님, 혹시 임대 현황도 알려주실 수 있나요? 보증금이 꽤 높던데요.”


“사실은 이 건물이요…”

중개사는 살짝 한숨을 내쉬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건물의 주인은 원래 이 지역에서 소규모 건축업을 하던 사람이었다.


직접 이 건물을 지은 뒤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건설 경기에 찬바람이 불며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고 했다.


버티다 못해 결국 월세를 전세로 전환해 가며 현금을 마련했고,

건물 관리는 점점 뒷전으로 밀려났다.


급기야는 살고 있던 아파트까지 팔고 지방으로 내려갔고,

더는 직접 관리도, 전세로 돌릴 여력도 없어지자 마지막 수단으로 이 건물을 내놓았다는 것이다.






“지금은 월세가 백만 원도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 사람들이 선뜻 사려고를 안 해서 가격이 더 내려갔지요.


다가구는 보통 은퇴하신 분들이 연금처럼 월세 수입으로 생활하시려고들 찾으시는데,

월세가 당장 나오지 않는 물건들은 잘 안 보거든요.”


김대리는 속으로 '딱 우리 상황인데?' 라는 확신이 들었다.


매매가는 상대적으로 낮고, 전세가 많이 끼어 있어 실투자금 부담도 적었다.

지금은 은행 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지만, 돈이 모이는 대로 전세를 월세로 돌려 나가면 된다.


그리고 월세가 늘어날 수록, 그 과정에는 가속이 붙을 것이다.



“사장님, 근데 공실은 어때요?”

희윤이 조심스레 물었다.


“제가 팔려는 입장이라 좋은 얘기만 하는 것 같겠지만, 이 동네 입지는 나무랄 데가 없어요.

근처에 큰 직장들도 많고, 대학교도 있어서 직장인·학생 수요가 동시에 있거든요.”


그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그리고 검색해 보시면 바로 아시겠지만, 지금 임대료가 시세보다 낮아요.”


주인이 지방으로 가면서 동네 부동산에 임대를 통으로 맡겼는데…

그쪽이 중개수수료만 챙기려다 보니, 조건을 후려쳐서 빨리빨리만 돌린 모양입니다.


주인도 관리나 수리를 전혀 안 하시니, 세입자들이 불편해서 자주 나가고,

자주 나가니 또 후려쳐서 돌리고… 악순환이었죠.”


희윤이 눈을 크게 떴다.

"그럼, 새로 세를 놓으면 더 받을 수도 있다는 거네요?"


중개사가 차를 마시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처에 새로 지은 원룸들은 얼마나 받아요?”

김대리가 조심스레 물었다.


“어유, 신축한 건물들은 수지가 맞으려면 지금 이 건물 월세보다 50% 이상은 더 받아야해요.

자재비며 인건비가 올라서 건축비도 어마어마하고, 세대 수도 많이 못넣어요.

어쩔 수 없이 월세도 자꾸자꾸 올라갈 수 밖에 없지요.”


김대리는 마음속에서 그림이 또렷해지는 걸 느꼈다.

지금 월세에서 20~30%만 올려서 시세에 맞출 수 있다면,

그만큼 임대수익도, 건물 가치도 함께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남들이 낡았다고 외면한 그 틈새를 찾았어.

우리에겐 분명 기회가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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