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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Dec 01. 2021

조르조 아감벤 - 사랑의 페티시즘

하이경 작가 그림

  "사랑은 사랑하는 존재를 그것의 모든 술어들과 더불어 원하고, 그 존재가 그렇게 존재하는 한에서 ‘~대로’를 욕망한다. 그것이 바로 사랑의 특수한 페티시즘이다." - 아감벤 -


  흔히 알고 있듯 ‘페티쉬’가 욕망의 대상 너머의 그 대리물에 집착하는 증상이듯, 사랑에 빠지면 그 사람뿐만이 아니라 그 사람으로 대변되는 모든 것을 사랑하게 된다는 이야기. 또한 우리가 애착을 지닌 사물에게 어떤 요구를 투영하지 않듯,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게 되는 것이란 말을 이토록 어렵게 해대는 철학 특유의 ‘쪼’. 그러나 누군가에겐 저 ‘쪼’가 철학의 주제와 더불어 원하는 철학적 술어이며, 저런 문장이 유려함의 욕망이기도 하다. 철학은 이렇게 적정의 난이도를 유지한다.


  그러나 때로 내가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된 계기가 되레 질투의 원인으로 돌아서기도 한다. 그 사람의 외향적인 성격 때문에 내성적인 나와도 인연이 닿을 수 있었던 것인데, 사랑하게 된 이후에는 그 활달함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고 있는 것 같은 상황이 싫기도 하지 않던가. 그 모습이 아니었던들 사랑하지 않았을 텐데, 사랑한 이후에는 그 모습을 거두려는 노력. 생각해보면 우리네 사랑만큼이나 부조리한 감정도 없다는...


  그림은 하이경 작가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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