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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Dec 23. 2021

마크 트웨인 어록 - 어린왕자와 <붉은 노을>  

지드래곤, 이문세, 이영훈

  몇 년 동안 같은 헬스장을, 같은 시간대에 다니다 보니, 이 창가에 기우는 하늘로 사계의 변화를 감지한다. 12월 즈음부터는 이 창가가 붉어진다.


  아직 낮이길 포기하지 않고 타들어가는 오늘의 마지막 햇살은, 올해의 끝에서 사그라드는 하늘 끝이기도... 그저 하루가 저무는 것뿐인데, 이젠 살아온 날들의 무게감까지 안고 떨어지는 듯한 빛. 올해 뭘 했다고 또 이렇게 지나가는 건가, 하는 자문으로 돌아보다 보면 분명 열심히 살았고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창가의 얼룩만큼이나 묻어나는 아쉬움의 감정으로 바라보는 겨울 노을.


  해가 뜨고 해가 지네

  노을빛에 슬퍼지네


  어린 왕자는 자신의 별에서 마흔 세 번이나 해가 지던 날을 기억하면서 말한다. 누구든 깊은 슬픔에 잠기면 노을을 사랑하게 된다고... 마흔 네 번이라는 번역도 있는데, 여튼 생텍쥐페리의 나이가 그 즈음이었던 시기에 출간이 된 거. 그러니까 생텍쥐페리의 페르소나로서의 어린 왕자는 결코 어리지 않다. 노을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건, 그만큼 살았다는 이야기. 그러고 보면 지드래곤의 <붉은 노을> 편곡은 사뭇 문학적이기도...


  “행복은 저녁노을이다. 누구에게나 보이지만, 사람들은 고개를 돌려 다른 쪽을 바라보기에 그것을 놓치고 만다.” - 마크 트웨인 -


  <어린 왕자>에서도 의자 위치만 바꾸면 볼 수 있었던 노을 이야기가 나오잖아. 칸트를 빌리자면, ‘자기 자신을 행복하기에 합당한 존재로 만드는 행위를 통해’ 행복해지는 것. 헤세에 따르면, 그도 재능이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는데, 노을 지는 풍경을 넋 놓고 바라보고 있을 때가 있다. 그러니 그에 관한 책도 썼겠지. 때론 이 슬픔의 정서를 은근히 즐기는 것 같기도 해. 요즘 읽고 있는 크리스테바의 <검은 태양>이 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기도... 그래도 아직 내게선 검지만은 않은 빛. 결론은 이문세와 이영훈에게로...


  저 타는 노을, 붉은 노을처럼

  난 너를 사랑해. 이 세상은 너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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