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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Dec 27. 2021

타로점, 사주팔자, 토정비결, <주역>

역술인, 점의 세계

  학부 시절의 어느 해, 축제 기간에 학생들 사주를 봐주고 돈을 벌어볼 심사로, 잠깐 동안 역학 공부를 한 적이 있었다. 군복무 말년에 할 짓이 없어서 사주공부를 했다는 후배 놈과 함께, 제법 그럴듯한 역학 관련 서적을 펴놓고서 ‘장사’를 했다. 결과적으로 장사는 망했다.


  대학교 축제라는 취지에 맞게 딱 천 원의 복채만을 받기로 한 패기, 대략 10분 정도의 시간으로 남의 인생을 진단하겠다는 사기, 그것도 손님이 끊이질 않아야 시간당 6천 원을 버는 꼴이라는 객기. 그날 하루 동안 3만원을 못 벌었던 것 같다. 민망함을 분산시키기 위해 바람잡이로 배치시킨 후배들에게 점심과 저녁을 먹이고 나니 오히려 적자. 롯데리아에서 하루를 일하는 것보다 못한 효율성에 그날로 장사를 접었다.


  다음날부터 체육과에서 복싱 도구들을 빌려와, 여학우들만을 고객으로 하는, 일렬로 세워놓은 남학우들 중에 골라 때리는 ‘인간 샌드백’으로 몸빵을 했다는... 우리 과 후배들에게 맞다가 입 돌아가는 줄 알았잖아.

  <삼국지>에서도 각국의 책사들이 점을 치는 장면이 나오잖아. <로빈슨 크루소>에서도 타로점을 보는 장면이 있고... 그걸 꼭 믿어서가 아니라, 인문학적 해석을 위해서라도 공부해 볼 필요가 있는 영역. 


  점을 왜 보는 줄 알아? 사람은 자기 생각이 다 맞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잖아. 이는 ‘레이크 워비곤’ 효과라는 심리학 이론이 있을 정도로 보편적인 착각. 삶은 결코 내가 그린 그림대로 다가오지 않거든. 점이라는 건 그 점괘가 꼭 맞아서라기 보단,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포괄하는 확장성이기도 한 거. 점의 결과로 내 스탠스를 다시 설정하기도 하니까.


  한 번 운명에 관한 기획을 해보려고, 이런 저런 역술인 분들에게 제안을 했는데, 잘 안 되고 있다. <시카고 플랜> 함께했던 한 저자 분이 심리학과로 대학원 진학을 했다고 해서, 심리학으로 해석한 인터뷰 기획은 어떨까 하고... 비타500 한 박스를 들고서, 이전에 몇 번 찾아뵈었던 동네 타로 아주머니에게 토정비결이나 봐달라 하려고 다시 찾아갔는데, 가게에 다른 아저씨가 앉아 있는 거야. 아주머니가 요새 일이 있어서 대신 나오시고 있대. 그리고 무턱대도 내 사주를 보기 시작한다. 난 그 아주머니에게 이미 봤는데... 그 아주머니한테 봤다고 하는데도, 이도 서로 간의 자존심인가 봐. 자신의 경력이 더 오래되었다면서, 그 해석은 그 해석이고, 내 해석은 내 해석이라며... 그런데 정말 해석이 서로 달라.


  나도 공부를 해봤지만, 그걸 믿어서 했겠는가. 미덥지는 않으면서도 철학을 공부하는 지금에 의외로 도움이 될 때가 있다. 특히나 라이프니츠 - 들뢰즈의 모나드와 주름 이론을 설명하기엔 이만한 사례가 없다는 거. 양자역학도 <주역>에서 힌트를 얻었다잖아. 무엇보다 이 분들하고 이야기를 나누면 재미있기도 해. 조금 친해지면 타로점 같은 건 서비스로 봐달라고 하고... 곱창집에서의 간과 천엽 같은 거지. 철학을 공부한다고 해서 매 순간 철학적이지는 않다니까. ‘천기누설’일까봐 자세한 이야기는 안 하는 것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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