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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Apr 01. 2022

장국영, <당년정> - 홍콩 센트럴 역

주성철,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

  이젠 조금 오래된 어느 여름날의 기억. 장국영이 투신한 만다린 오리엔탈 호텔 근처 센트럴 역에서, 주성철 기자의 <홍콩에 두 번째 가게 된다면>를 읽으면서 다음 행선지를 결정하고 있던 중.


  출간의 열망을 지닌 많은 이들이 그러하겠지만, 나도 해보고 싶었던 것 중에 하나가 여행에세이였다. 그래서 첫 책의 출간이 결정된 후, 후배 포토그래퍼를 대동한 일정으로, 왕가위 감독의 영화들을 테마로 한 에세이를 써오겠노라 홍콩 전역을... 순례자의 마음으로 날아간 것이긴 했지만, 정말 길거리에서 순교를 할 뻔했던 강행군.


  답사한 풍경의 양에 비해 글의 양은 너무 안 채워졌다. 하나의 주제로 완결하기에는, 당시의 내 역량으론 너무도 벅찼던 작업. 다행이었을까? 불행이었을까? 마침 우리 포토그래퍼께서 메모리를 사뿐히 날려주시는 바람에, 그것을 쓸 수 없는 핑계도 생겨버렸고...


  다시 한 번 순례에 임한다면, 그 원고를 완성해 돌아올 수 있을까? 내게 그런 역량이 갖춰진 지금일까? 그런데 막 열의가 차오를 때 하지 않으면, 또 나중이 없다. 계속 미루게 된다. 그러다가 시들해지고, 코로나도 터지고... 그래서 그 완성되지 못한 원고를, 작년에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것들로부터>의 한 챕터로 채워 넣었다.


  아직도 기억하는 어느 해의 만우절. 중문과 수업을 듣다가 교수님이 듣고 온 속보로 알게 된 사건. 처음엔 정말 만우절 농담인 줄 알았다. 그게 벌써 20년 전이다. 


  그 시절에는 미처 몰랐던, 오랜 세월이 지난 미래에서야 공감하게 되는 과거들이 있잖아. ‘당년정(當年情)’이란 노래 제목 그대로이지 않을까? 청춘의 날들을 지나오고 나서야 그 자리가 청춘이었음을 깨닫는... 영화처럼 살고 싶었는데, 영화 주인공처럼은 살지 못하는, 그때나 지금이나, 여기나 저기나, 너나 나나... 그로부터 20년 후의 지금을 또 그 시절처럼 무의미하게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헌혈 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고 나왔다. 연초를 끊은지는 꽤 됐는데, 믹스 커피를 끊으래. 커피 중엔 그게 제일 맛있는데... 그러나 이젠 군소리 없이 녹차로 바꿀 수 있는 나이. 중국어 전공자 치고 나처럼 차문화 싫어하는 놈도 없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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