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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Nov 28. 2022

레이크 워비곤 효과 - 자기 중심적 사고

신뢰도와 타당도

  <꽃보다 할배>에서의 한 장면. 에펠탑을 등에 지고 파리에 대한 감흥을 인터뷰하던 박근형 씨에게, PD가 갑자기 ‘선생님, 저기!’라고 외치며 에펠탑을 가리킨다. 그제서야 박근형 씨가 뒤로 돌아, 불빛들로 반짝거리는 에펠탑을 바라본다. 철학자 들뢰즈가 말하는 타자의 기능은 이런 입체적 시선이다. 내가 볼 수 없는 것들을 보고 있는 다른 주체들을 통해 그 다음과 그 너머를 유추해 보는 것. 그로 인해 내가 가늠할 수 있는 세계의 범주가 조금은 더 넓어진다.


  내 경험에 한정되는 일이고, 일반화해서 말할 수 있는 사안은 아니겠지만, 경험이 있는 이들은 자신의 경험에만 몰입하고, 경험이 부족한 이들은 자신의 열정에 몰입한다. 최소한의 데이터와 논리로, 적어도 자신이 주장하는 것들에 대한 내적 정합성이라도 갖추자고 해도 잘 듣지를 않는다. 물론 데이터와 논리를 갖춘다고 해서 그 결과를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조차 갖추지 않고서 자신의 생각대로 밀고 나가면 뭐가 될 것이라는 생각하는 이유가 도대체 뭘까?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백날 해봐야 소용이 없다. 누가 보기엔 이런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는 나 역시 별반 다르지 않은 경우일 테고... 우리는 타인에게서 지적 받는 일에 은근히 모멸감을 느낀다. 그로 인해 상처받는 자존감 앞에서는 논리와 논거가 다 쓸데없는 짓이다. 남에게서 듣기 싫을 바에야, 스스로 알아서 최소한의 반성의 거리를 확보하려는 노력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자신을 믿는 건 중요한 덕목이다. 그러나 자신을 신뢰도로 여기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타인의 생각도 들어보고 들여다보면서, 내가 틀릴 수도 있다는 전제 위에서 열린 생각도 가능한 것이 아니겠나? 그러나 우리는 타인의 생각이 나와 같을 거라는, 전혀 검증되지 않은 전제에 기대어 자기애를 키워나간다. 정작 타인이 나의 생각에 동의해 주지 않는 순간에는, 또 다른 타인을 근거로 들이밀며 자신을 고집한다. 남들은 다 괜찮다고 하는데 왜 너만 그러냐며... 그러면서도 자신은 열린 생각의 소유자라는 믿음을 결코 의심치 않는다. 


  세상사가 논리로 다 해명될 수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서로 다른 견해를 지닌 이들 사이에서 최소한의 논거는 소통을 위한 최대공약수이어야 하지 않을까? ‘레이크 워비곤 효과’이라는 이론이 있다. 사람들은 대개 스스로의 지평이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여 자신의 아이디어는 다 블루오션 같고, 퍼플오션 같다. 심리학 이론으로 설명되어질 정도로 누구나가 지니는 착각의 본능이라면, 차라리 억지로나마 스스로를 의심할 수 있는 반성의 거리를 갖추는 것이 블루오션의 조건은 아닐까? 


- 민이언, 다반, <순수꼰대비판>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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