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대탐험 OST
헬스장에서 잠시 숨을 고르면서 내다보는 창문 밖에는, 봉천동 쪽 달동네의 부감이 펼쳐져 있다. 산허리에 아파트 단지가 병풍처럼 늘어서 있는 시절에 ‘달동네’이라는 표현은 그냥 그 지형적 특성을 빌린 것뿐이다. 가끔씩 그 풍경에서 내가 대학 시절을 보낸 한남동을 떠올릴 때가 있다.
달이 뜨는 언덕 위에,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내가 쉴 곳을 만들어.
이 노랫말에 담은 작사가의 순수함과는 달리, 한남동의 달동네는 지역에 따라선 부유한 계층만이 소유할 수 있는 달과 하늘의 풍경이기도 했다. 그리 넉넉한 형편은 아닌 단국대생들과 이태원의 활동무대인 직업인들과 외국인들이 모여 사는 한남동이 있었고, 로얄 페밀리들이 사는 한남동이 있었고….
영화감독을 꿈꾸었던 후배 녀석과의 추억 하나. 그의 자취방이 있던 약수동 언덕에서는, 이건희 회장의 집이 위치한 한남동이 내려다보인다. 위치적으로 ‘내려다’ 본 것이었을 뿐, 정서적으로는 우러러 본 것이기도 했지만…. 언제고 저 하얏트 호텔을 제 집 드나들 듯 하겠다며, 갓 전역한 두 청춘이 약수동 언덕 위의 달님에게 늘어놓았던, 이제와 돌아보면 죄다 헛소리였던 다짐들.
저 아름다운 세상에 그대의 꿈으로 남아,
나는 작은 빛이 되리라.
삶의 어느 순간부터 ‘아름다운 세상’이란 수식에 회의를 느끼기 시작하던, 이젠 ‘비청춘’인 이에게도 ‘그대의 꿈으로 남아’라는 가사는 여전히 아름답다. 내가 빛이 될 수 있을지야 모르겠지만, 그 빛은 지점과 지위의 문제도 아니니까. 이 한남동에도 있고, 저 한남동에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