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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Dec 27. 2022

장인(匠人) 작가의 시대 - 프루스트와 플로베르

롤랑 바르트, <글쓰기의 영도>

... 1850년경에 문학에 정당화의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다. 글쓰기는 스스로 알리바이를 추구하게 된다는 말이다. 분명 회의의 그림자가 글쓰기의 사용에 일기 시작했기 때문에, 전통의 책임을 철저하게 받아들이고자 고심하는 일단의 작가들은 글쓰기의 사용가치를 노동가치로 대체하게 된다. 글쓰기는 그것의 목적지 때문에 구제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지불하게 하는 노동 때문에 구제받게 된다. 그리하여 자택에서 일하는 노동자처럼 전설적인 장소에 칩거하는 장인-작가의 일군의 이미지들이 구상되어 나타나기 시작한다. ... - 롤랑 바르트, <글쓰기의 영도>, 김웅권 역, p58 -


... 프루스트가 칩거하는 것은 할 말이 많고 죽음에 의해 압박을 당하고 있기 때문이고, 플로베르가 그렇게 하는 것은 수정할 게 무한히 많기 때문이다. 둘 다 칩거해 있지만 프루스트는 끝없이 덧붙이고(그의 유명한 '두루마리 원고들'), 플로베르는 취소하고, 말소하여, 제로로 되돌아가서 다시 시작한다. ... - 같은 책, p158 -


... 우리는 플로베르가 자신의 인생을 ‘문장을 만드는 데’ 보냈다고 말할 수 있다. 문장은 이를테면 작품의 반영된 분신이다. 작가가 이 작품의 이야기를 만들었던 것은 문장들을 제작하는 차원에서이다. 문장의 모험담은 플로베르 소설들의 소설이다. ... 요컨대 플로베르의 문장은 하나의 사물이다. ... - 같은 책, p165 -

  우리나라 작가들 중에도 전설적인 장소에서의 칩거로 유명한 경우들이 있잖아. 이를테면 이외수 작가가 철문으로 걸어 잠그고 글을 썼던... 황석영 작가도 글은 궁둥이로 쓰는 거라잖아. 그 시절에는 그런 낭만이라도 있었던 게다. 


  “한 권의 책은 언제나 나에게 살아가는 특수한 방식이었다.”

  플로베르의 말. 그 치열한 글쓰기의 태도는 작가로서의 당위성이지만, 지금은 저렇게 살 수 만도 없는 시대니까. 일단 책이 잘 팔려야 저런 작가정신도 고수할 수가 있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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