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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an 20. 2023

하이젠베르크와 아인슈타인의 만남 - 후설과 하이데거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부분과 전체>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인 마흐는 이론은 본래 사고의 경제성이라는 원리 아래 관찰을 종합하는 것일 뿐이라고 했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은 이런 마흐의 생각을 상대성이론에서 결정적으로 활용했다고 알고 있고요. 그런데 선생님이 지금 말한 내용은 그와는 정반대로 들립니다. 제가 이제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아니 선생님은 이 부분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부분과 전체>, 유영미 역, 서커스, p111 -


“당신의 생각은 꽤 위험한 쪽으로 가고 있군요.” 아인슈타인이 경고했다. “당신은 갑자기 자연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지를 이야기 하고 있어요. 자연이 진짜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게 아니라요. 하지만 자연과학에서는 다만 자연이 정말로 무엇을 하는가 그것을 밝혀 내야 해요. ...” - 같은 책, p117 -


  에세이라 문체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점점 물리 이론들이 등장하면서 조금씩 긴장하게 되는... 동시의 철학, 이를테면 후설과 하이데거를 이해하기 위해 읽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전인적 관점에서 물리학을 소개하고 있다는 느낌.


  오늘날에야 철학이 찌그러진 감이 없진 않지만, 저 시대까지만 해도 철학은 과학과 그 궤를 함께 했다. 그래서 저 시대의 철학이 ‘시간’에 대해 많은 할애를 했던 것이고... 상대성이론은 시간을 매개하는 과학이잖아. 관찰의 대상에게도 시간은 흐르고, 관찰자에게도 시간은 흐른다. 이 점은 양자역학도 전제하는 바이며, 철학에서도 삶의 실존성을 감안하지 않는 무시간적 고찰을 ‘메두사의 시선’에 비유한다. 


  과학의 언어라는 것도 결국엔 문명의 시간과 과학도로 교육받은 시간성을 매개한다. 과학 이론이 자연의 입장으로 정리한 건 아니라는 거지. 그럼에도 아인슈타인은 우리의 인식체계 바깥에 뭔가 객관적인 것이 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으며, 그걸 과학적 언어로 단순화하고 개념화하는 ‘사고의 경제성’, 즉 이론화로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는 거야. ‘신은 주사위를 던지지 않는다.’던 그의 입장이기도 할 테고...


  이 상황은 하이젠베르크와 아이슈타인의 첫 만남에서 이루어진 대화다. 어느 물리학자 모임에 초대된 하이젠베르크는 아인슈타인의 명성을 의식하고 있었고, 평소 그의 이론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아인슈타인은 그를 자기 집으로 초대했다. 하이젠베르크에게 아인슈타인의 첫인상은 다소 엄격했던가 보다. 인용한 문단에서 보이듯,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의 의견 차이에 다소 당황해 하기도 한다. 이 페이지에서 하이젠베르크는 말을 아낀다. 물론 아인슈타인도 양자역학의 입장을 한편으론 이해한다. 인간의 학문으로 자연을 정리(定理)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다고 불확정성으로 놓아둔다면 그것이 과학으로 성립할 수 있겠는가를 묻고 있는 것.


  이 시대를 대표하는 시간의 철학, 후설과 하이데거의 차이랄까? ‘견해만큼의 진리가 있다.’던 후설이 관점주의를 긍정하는 듯 하지만, 결국엔 에포케(판단중지), 현상학적 환원이 향하는 지점은 우리의 감각배후에 있는 실재적 세계에 관한 플라톤주의적 사유다. 


  그에 비해 하이데거는, 후설의 시간성을 수용하면서도 니체주의로 나아간다. 시간을 벗어난 영역을 고민한다는 건, 그야말로 이데아적 이상인 거지. 니체에게 신은 하늘에 주사위를 던지는 존재다. 인간의 인식 체계로 자연을 이해하려는 것 자체가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것. 지식은 ‘이성의 집게발’로 이 주사위를 잡으려 한다는 풍자. 


  그러나 적어도 이 챕터에서는 아인슈타인과 하이젠베르크의 입장이 첨예한 것도 아니다. 어느 부분은 같은 말에 대한 각자의 해석이기도 하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대사로 대변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과학이라는... 그러나 신이 허락하는 곳까지, 최선을 다해 알고자 한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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