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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Jan 28. 2023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한 대학생과의 대화

<부분과 전체>

  ... 나는 그를 방으로 들어오라고 했고, 거기서 그는 내게 속마음을 털어놓았다.

  “ ... 저는 선생님이 청년운동에 참여했다는 걸 알고 있어요. 저도 청년 운동에 속해 있거든요. ... 저희 모임에 한번 선생님을 모시고 싶어요. 하지만 선생님은 나이 많고 보수적인 교수들과 다름없이 행동을 하고 계세요. 이런 분들은 어제의 세계에서 살아가시는 분들이고, 바야흐로 탄생하는 새로운 독일을 매우 낯설어하는 분들이죠.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새로운 독일을 싫어하는 분들이세요. 하지만 선생님처럼 아직 젊고 피아노도 그렇게 잘 치시는 분이 오늘날 독일을 새로이 재건하는 데 보탬이 되고자 하는 청년들과 무관한 낯선 분으로 계신다는 건 안타까운 일이에요. ...” - 베르너 하이젠베르크, <부분과 전체>, 유영미 역, 서커스, p234 -


  하이젠베르크가 재직하던 대학 연구소 동에 그랜드 피아노가 한 대 있었는데, 그는 음대 교수에게서 피아노 레슨을 받고 있었다. 그즈음에 배운 슈만의 협주곡을 연습하던 중에 한 학생이 복도에서 그걸 듣고 있었던 것. 


  반전을 의도하고 주요한 부분은 말줄임표로 대신했는데, 대충 짐작하신 분도 있을 게다. 이 학생은 히틀러 청소년단 단장이었다. 물론 하이젠베르크가 했던 청년 운동이란 건 파쇼적 성격은 아니었고, 그 당시의 보이스카웃 같은 단체였다.


  학생은 진보와 미래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그 말에서, 자신의 선택이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신념이 느껴지잖아. 이런 사람들과 대화하다 보면, 결국엔 다른 결론이면서도 발전의 방향성이라는 같은 근거를 제시하고... 되레 내가 하고 싶은 말로, 그가 향하는 결론으로 치닫는... 환장하지. 말은 전혀 안 통하고... 그 부조리한 신념을 지식으로 무장하는 경우. 히틀러의 연설문도 들어보면 사뭇 감동적이라잖아. 파쇼의 도구로 예술을 활용하기도 했고...


  이미 독일 국민들이 나치에 열광하던 시기, 양심 있는 지식인들은 다른 나라로의 망명을 고민하고 있었으나, 나치를 부조리라고도 생각하지 않은 청춘들에게 그들의 ‘양심’이란, ‘독일이 모두에게 멸시당하고 웃음거리가 되는 민족으로 남아야 한다는 생각’일 뿐이다. 도통 말이 안 통한다니까. 그렇듯 악은 선으로 점철되어 있다.

  관련이 있는 내용일까 싶긴 한데, 정리하다가 문득 어느 역술가 분의 유튜브에서 본 사주 명식 하나가 떠올랐다. 썸네일은 '처세의 달인', 그러나 반전의 결론을 숨겨두고 있었다.


  일단 辛金은 土가 많으면 토생금을 잘 할 것 같지만, 매금(埋金)의 위험성이 있다. 이건 오행마다 다 그래. 균형이 맞지 않아도 생이 잘 안 된다. 그래도 戊보다는 己가 辛에게는 토생금의 조건, 戊는 조금 멀리 있고, 그 사이에 己가 가로막고 있지. 午와 亥 사이에도 未가 있어서, 일지가 직접 편관을 마주하고 있진 않잖아.


  그리고 이렇게 년월에 편관 편인이 있으면, 어린 시절에는 힘들었지만 그것을 지혜화하여 사회생활도 잘 한다는 거야. 午未가 방합이니 저 편관이 년지에 있어도 영향력이 작지 않을 터, 그만큼 성장한다는 의미도...


  시간에 편재가 하나 있으니 시상일위귀격. 말년에 대박의 행운이 있다는 거지. 그런데 이 사주가 말년운을 어떻게 일찍 끌어쓰는가 하면...


  천간에 乙이 있으니 지지의 亥와 未 사이에 卯가 있다고 보는 거야. 그런 가합으로나마, 未의 방향성을 卯로 집중시키니, 辛도 土에 대한 부담이 덜 하고... 시지의 작은 기세인 乙도 힘을 받는 거야. 지지 지장간에 근도 있고... ‘편재’이다 보니 큰 부를 이룰 수 있는 기회도 있을 테고, 조직의 내부에서 자신이 장악력을 쥘 수 있기도 하다. 辛亥일주가 편인을 지니고 있으면 심리전에 능하다고 하기도 해. 그러니까 시련도 참아내고, 힘의 완급 조절도 하면서 시상일위귀격을 실현해 낸 이 사주는 이완용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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