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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Feb 08. 2023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황금가지> - 야만과 문명

비트겐슈타인의 비판

  요컨대 주술이란 불합리하고 그릇된 행동지침이며 자연법칙에 관한 의사(擬似, 유사의 법칙)라 할 수 있다. 달리 말하면 주술은 미성숙한 기술이며, 거짓된 의사과학에 불과하다. - 프레이저, <황금가지>, 박규태 역, 을유문화사, p66 -


  인용한 문단에서 느껴지는 프레이저의 관점은 문명 우위인 거잖아. 이런 점으로부터 야기되는, 그를 향한 비판들이기도 하단다. 니체와 프로이트, 레비스트로스와는 다른 방향성. 논리실증주의자인 비트겐슈타인조차도 그의 편협한 정신세계가 더 야만적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단다.


  원시부족에게 있어 주술이 지닌 상징작용은 진위와 관련된 것이 아닌 이미 신앙이라는 것. 플라톤도 어떤 말을 하기에 앞서 제우스에게 맹세를 하고, 아우구스티누스도 말끝마다 신을 부르는 행위 역시 그 사회가 지닌 정신의 구조와 더불어 살필 일이지, 그 신앙을 인정하지 않는 입장에서 비판할 일은 아닌 거지. 


  니체가 기독교를 노상 비판했을 것 같지만, 구약이 지닌 풍요로운 상징에 대해서는, 문헌학자로서 그 가치를 인정한다. 신학적으로도 타락의 결과가 에덴의 밖이었던 거잖아. 정신분석도 무의식과 의식의 관계를 개인의 역사 내에서 에덴의 안과 밖으로 설명하지만, 에로스를 야만으로 폄하하진 않거든. 오히려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인 거지.


  문화인류학은 대개 그 원시부족이 사는 지역을 답사하면서 이루어지는데, <황금가지>는 그저 문헌적 자료로만 정리가 된 경우란다. 이래서 니체가 연구실에만 들어앉아 있는 학자들이 지닌 ‘개념의 간질병’을 지적했다는... 하이데거를 빌리자면, 존재자들의 존재기반인 시간성(역사성)을 전제해야 하는 것. 그들이 지닌 환경을 직접 대면하고서 정신의 구조를 이해할 일, 지식으로 알아보는 것과 더불어 살아보는 것의 차이, 그 극간으로부터 벌어지는 결론 역시 크다는 것. 


  학술서로서의 가치는 인정되어도,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와 비교해 보아도, 오지랖 넓은 철학자들에게 언급되는 경우가 그닥 많지 않다는 사실이 공증하고 있는 바가 있을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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