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아바타>
... 고대인들은 일반적으로 이 운명의 가지야말로 아이네이아스가 위험에 찬 사자(死者)의 세계를 여행할 때 무당 시빌의 명령으로 꺾었던 ‘황금가지’에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 - 프레이저, <황금가지>, 박규태 역, 을유문화사, p32 -
<시카고 플랜> 기획 때 내 파트였던 터라, <아이네이스>를 읽고 정리까지 했는데, 가지를 꺾은 장면은 기억이 안 난다. 난 도대체 뭘 읽은 걸까?
‘누구나 알고 있지만 누구도 읽지 않는 책’ 중에 하나가 아닐까? 도교 신화 기획 중에, 그것만으로는 내용이 부실할 것 같아서, 조셉 캠벨과 더불어 읽어보려고 빌려왔는데, 원래는 12권짜리였는데 프레이저가 다시 2권으로 축약한 것이라는데, 이제 62페이지 읽고 있는데, 벌써 읽기 싫어.
왕이 곧 사제였던, 제정일치의 원시사회가 지니고 있던 나무숭배 사상으로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우리나라에도 시골에 가면 마을 어귀에 큰 나무들이 서 있잖아. 이런 신앙이 <아바타>에도 등장하지. 최근 개봉한 2편에서는 수중에...
몇 번 쓴 이야기이기도 한데, 원시 수렵사회에서는 남자들이 사냥을 나갔다가 사고를 당하는 일이 빈번했으므로, 모계 중심의 커뮤니티가 여신을 모시는 경우가 흔했단다. 로마가 기독교를 포교하는 과정에서도, 그런 부족신 사회를 포섭하려다 보니 성모 마리아를 추존했던 것이라고... 나무는 그 여신을 상징하고, 사제들의 임무 중 하나가 그 나무가 심어진 성소를 지키는 것이었단다. 더 자세한 내용은, 더 읽어 봐야...
<시카고 플랜> 기획을 진행할 때, 호메로스와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에게해권의 신화와 역사를 정리한 적이 있었고, 철학과 정신분석 공부하다 보면 문화인류학이 한 방법론이다. 그렇게 쌓인 시간이 있다 보니, 그래도 대충은 뭔 이야기인 줄 알면서 읽고 있는데, 그런 시간마저 없었으면 더 읽기 싫을 뻔했다. <황금가지>로부터 뻗어나와야 했을 이야기들이, <황금가지>로 소급되고 있다는 느낌.
요새 기획 하나가 잡혀 있는데, 이 비슷한 맥락이다. 결국 이 <황금가지>를 읽으려고 거쳐온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심지어 지금 진행하고 있는 도교 기획마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