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 없는 성격
"솔직한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결점만을 드러내려 한다. 자신이 고치고 싶지 않은 결점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 라 로슈푸코 -
니체에 따르면 개시(開示)는 필히 ‘은폐’를 수반한다. 진솔한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는 솔직한 사람이노라 떠벌리고 다니는 것 봤나? 누구도 묻지 않았거늘 먼저 스스로의 솔직함을 피력하는 이들의 심리는, 자신이 정한 마지노선까지를 '굳이' 공개함으로써, 그 뒤에 감춰진 것들에 대한 가능성을 미연에 차단하는 일종의 방어 기제이다.
‘뒤끝은 없는 성격’으로 스스로를 변호하려 드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이 싸질러 놓은 ‘앞’에 대한 반성을 말하지 않는다. 그리고 저 자신이 상당히 솔직한 성격인 줄 안다. 그것이 솔직한 경우인지, 직설적인 경우인지, 아니면 경솔한 경우인지에 대해서는 도저히 판단 불가. 다른 사람의 앞에선 그토록 경솔하게 굴면서, 다른 사람이 자신의 뒤까지 봐주길 기대하는가?
쇼펜하우어와 니체로 철학 공부를 시작한 경우라, 그 금언들에 매료된 시기에 함께 읽었던 라 로슈푸코의 잠언집. 인간에 관한 냉철하고 적나라한 고찰이면서도, 과연 저렇기까지야 할까 싶은 과잉들도 때로 섞여 있다. 니체의 말마따나, 결국 인간은 자아에 의해 굴절된 세계를 경험할 뿐이기에, 니체의 말조차도 일반화할 필요는 없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