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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May 03. 2023

소설 <모비 딕> - 허먼 멜빌의 고래사냥

문장의 조건

"일주일 있다가 뉴욕에 가서 3층에 방을 하나 얻은 다음 그 방에 틀어박힐 것이다. 내 '고래'에 몰두하기 위해서... 작업을 끝내려면 그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온 사방이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 것들 천지다. 항상 글을 써야만 하는 사람에게 고요함과 차분함, 잔디 자라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공간이 필요하다."


  허먼 멜빌이 <모비 딕>의 초고를 작성하기 시기의 심정. 어떤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는 작가로서의 역량을 따져 물을 수도 있겠지만, 고립을 자처하면서 글을 쓰는 방식은 여러 작가들의 자전적 회고에서 발견되는 공통점이기도 하다. 


  멜빌은 선원으로 지낸 경험에, 근처 공립도서관에 틀어박혀 고래에 대해 연구한 시간을 더해 <모비 딕>을 완성했다. 단순히 문학적 상상력으로만이 아닌, 철저한 검증을 통해 고래와 뱃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써 내렸던 것. 멜빌은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귀족적인 교양을 누리면서 자라났다. 그가 13살이 되던 해에 아버지가 사망하면서 가세가 기울었고, 청년 시절에는 대공황까지 덮치면서, 돈벌이를 위한 이런저런 작업의 현장들을 전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중 하나가 스무 살 즈음부터 시작된 선원으로서의 이력이다.


  몇 년 간의 항해 경험은 <모비 딕>에 그대로 녹아들었다. 거친 뱃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었으면서도, 시처럼 아름다운 소설이라는 평이 있는 걸 보면, 어린 시절에 쌓은 지적 경험들이 그의 문체로 녹아들었던가 보다. 그러나 처음에는 대중들의 반향을 얻지 못했고, 60년의 세월이 흘러서야 19세기 미국 문학에 도래한 르네상스로 재평가를 받게 된다.


  길은 두 가지다. 처절히 겪던가, 철저히 연구하던가. 그러나 역사 속의 거장들은 대개 처절히 겪으면서 철저히 연구하는 하나의 길을 택했다는...


- <문장의 조건>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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