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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편집장 Nov 20. 2021

로고 이야기 - 디페랑스

자크 데리다, '차연(différance)'

인류가 '해'를 왜 해라고 부르게 됐는지, 그 기원을 소급해 봐도 명확한 인과가 밝혀지진 않는다. 그냥 우연히 그 발음이 그 대상을 지칭하게 되면, 달과 별은 '해'가 아닌 발음들 중에서 찾아내면 되는 일이다. 소쉬르에 따르면 기표(시니피앙)와 기의(시니피에)는 그렇게 우연적으로 결합된다. 그러니까 해를 달로 불러도 상관없었고, 별을 달로 불러도 상관 없었던 것. 달에 대한 별이 그러하듯.


그런데 애초에 해와 달이란 단어가 동시에 존재해서 그 사이에 차이를 두고 있었던 게 아니라, 뭔가가 먼저 있었고 그것에 대한 차이로서 다른 단어들이 연쇄적으로 생겨난다는 것. 저것은 저렇게 발음하니까 이것은 저것이 아닌 걸로 발음하게 되는, 차이가 발생하는 시간성까지 아우르는 개념이다.

우리가 같은 글을 읽고서도 서로 다른 해석을 지니게 되는 이유는, 독법 자체가 다르거나, 행간을 대하는 정서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각자에게 선행되어 있는 존재론적 조건으로서 누적된 시간, 그 차이로 연기된 지점에서 각자의 해석을 읽어내리는 것. 데리다의 '텍스트 바깥에는 아무것도 없다'라는 말도 그런 함의. 그저 텍스트가 있을 뿐이다. 그 저자가 데리다라고 한들 그의 브랜드를 감안하면서 그의 이야기를 노상 수긍할 필요도 없고, 데리다 전공자들의 해석이 모범답안인 것도 아니다. 또한 독자마다의 해석이 있는 것이고...


각자 차이의 지점에서 바라보는, 즉 대상에 투영한 각자의 세계를 바라보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의 단일한 니체는 없으며, 그들 각자마다의 니체를 지닌다'던 푸코의 말마따나, 각자의 프루스트가 있고, 각자의 아렌트가 있고, 각자의 라캉과 들뢰즈가 있는 법. 물론 그들을 공부하는 방법론이 얼마나 타당하고 어떤 신뢰도를 구비했는가는 또 따져볼 일이지만...

'각자의 해석'이라는, 론칭의 변은 이러하나, 실상 그냥 '디페랑스'라는 어감이 좋았어. 로고는 이번 기획을 협업한 제소정 교수님의 디자인. 예전부터 교수님 작품과 관련해 미야자키 하야오의 식물도감 이야기를 자주 드렸었는데, 자연주의적 생성력이라는 점에서 스피노자 - 니체 - 들뢰즈의 상징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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