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기억
돌의 쓰임을 두고 머리를 맞대던 순간이
그러고 보면 사랑이었다.
‘사물의 기억’에 관한, 그 사물을 매개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인가 보다. 어느 해 겨울, 울진에 갔다가 주운 돌을 사이에 두고 흐른 시간. 사랑하는 이들에게야 그런 공유의 시간을 매개하는 사물의 기억이 다 있을 터, 우리 각자에게 어떤 사물의 기억이 있을까를 돌아보는 것으로, ‘아름답고 쓸모없는’ 이 시의 소재와 주제를 이해해 볼 수 있지 않을까?
그 사람과의 추억이 얽혀든 이후로, 길가에 채이는 여느 돌멩이와 같을 수 없는 의미. 그렇듯 시간성을 획득한 사물은 이젠 공간의 일부만이 아니다. 사랑이란 것도 그렇잖아. 『어린 왕자』를 빌리자면, 서로에게 길들여지는 시간의 가치. 지구에서 만난 그 많은 장미들이 다 부질없었던 이유는, 그 장미들에게서 소행성 b612에 두고 온 단 한 송이의 장미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그 돌멩이 하나가 특별한 이유는, 오직 그 사람만이 내게 특별한 이유와 같지 않을까? 내 마음 속에 한 자리를 차지한, 교감으로 길들여진 장미 같은 시간이라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