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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Jan 27. 2017

북리뷰: 제로 투 원(Zero to One)

책을 담다 #3: 피터틸이 우리사회에 던지는 메세지

비즈니스 세계에서 모든 순간은 단 한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그렇다. 지금 누군가가 컴퓨터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내서 제2의 빌게이츠가 될 수도,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를 만들어 제2의 마크 저커버그가 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 이다. 피터 틸은 이런 단순하고 명료한 말로 그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책의 이야기에 앞서 잠시 피터틸에 대해 소개하자면, 페이팔의 공동 창업자이자 실리콘밸리의 투자업계에서는 가장 뜨거운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Facebook, Airbnb, SpaceX, Palantir등의 투자와 시작에 관여했고 또 아직도 수백개의 스타트업이 그의 투자 포트폴리오에 있다. 

제로 투 원은 피터틸이 스타트업을, 그리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지성인들에게 던지는 메세지를 담았다.


1장 - 미래를 향해 도전하라.


미래는 알기 어렵다. 하지만 '기술'이라고 불리는 0에서 1을 만들 수 있는 진보를 통해, 과거에서부터
현재까지 많은 사람들이 미래를 앞당겨왔다고 말한다. 우리사회에서 불편하고 합리적이지 않은 진실들이 100년동안 변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100년뒤에야 오는 것이고 10년만에 변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바로 코앞에 와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2장 - 과거에서 배워라.


1990년대 말, 우리가 닷컴버블에서 배운 4가지 교훈.

1. 점진적 발전을 이뤄라.
2. 가벼운 몸집에 유연한 조직을 유지하라.
3. 경쟁자보다 조금 더 잘하라.
4. 판매가 아니라 제품에 초점을 맞춰라.

피터틸이 생각하는 정반대의 원칙들.

1. 사소한 것에도 매달리는 것보다는 대담하게 위험을 감수하는 편이 낫다.
2. 나쁜 계획도 계획이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낫다.
3. 경쟁이 심한 시장은 이윤을 파괴한다.
4. 판매 역시 제품만큼이나 중요하다.


3장 - 행복한 회사는 모두 다르다.


'독점 이윤'을 창출할 수 있는 구글과 같은 회사는 행복하다.
구글의 모토인 '사악해 지지 말자'는 브랜드전략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생존의 위협을 받지 않고도 윤리문제를 진지하게 고려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공한 기업이 누리는 특권이기도 하다. 즉, 완전경쟁에 있는 기업들은 현재의 이윤에 너무 몰두한 나머지, 장기적 플랜이나 회사 내의 여러 중요한 인간관계 등에 덜 신경을 쓸 수 밖에 없다는 점을 보여준다. 


4장 - 경쟁 이데올로기


나 또한 마찬가지지만, 많은 사람들이 경쟁을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예를들어, " 역시 경쟁이 있어야, 소비자 한테 좋은거야. " 하는 말을 다들 한번쯤은 해보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경쟁은 비즈니스에서 좋은 것이 아니라고 피터틸은 말한다. 경쟁을 해야하는 기업은 그 전쟁터에 있기 때문에 힘들다. 비즈니스는 전쟁 같은 경쟁이 아니다. 그리고 실제로 경쟁은 선한 것이 아니라, 파괴적인 것이다. 회사 내부만 봐도, 승진을 위해 경쟁자에게 집착하고 그 때문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조직이 되기 어렵지 않은가. 

과거의 예를 봐도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경쟁구도였다. 
구글독스 vs MS 오피스, 넥서스 vs 서퍼스, 크롬 OS vs 윈도우 등 그들은 제품과 서비스는 
서로에게 집착했다. 그 둘이 신나게 경쟁하는 동안 2013년 1월, 애플(Apple)은 두 기업을 합친 것보다 큰 기업가치를 가지게 되었다. 불과 몇년전 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은 '각각' 애플보다 기업가치가 높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참으로 놀랄만한 일이다. (스티브잡스니까..그럴수도있겠다.) 이렇게 된 것은 MS와 Google 모두가 경쟁자에 집착한 나머지 그들이 혁신을 하기위해 던져야 할 더 큰 질문들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5장 - 라스트 무버 어드밴티지.


현재의 기업가치는 어떻게 결정되는 것일까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준다.
뉴욕타임즈와 트위터를 비교해 보면 쉽다. 트위터가 기업공개(IPO) 당시 그 가치는 240억 달러였다. 이는 뉴욕타임즈보다 약 12배가되는 금액이었다. 심지어 트위터는 2012년 적자를 기록했고, 뉴욕타임즈는 1억 3,300만 달러를 벌어들였는데 말이다. 이런 기업가치를 만들어내는 이유는 바로 '독점이윤'에 있다. 투자자들은 트위터가 향후 10년간 독점이윤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 것이고, 뉴욕타임즈와 같은 신문사들의 독점기회는 끝난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내가 공부했던 금융 분야에는 이런 말이 있다.
"모든 금융상품의 가치는 미래의 현금흐름을 현재가치화 한 것이다." 

기업가치도 같다. 


오늘의 기업가치는 그 회사가 미래에 벌어들일 모든 돈의 총합이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기술기업들이 현재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도 10년 혹은 15년 이후에 그들이 가져올
수익때문에 좋은 기업가치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해준다. 

그렇다면, 먼 미래까지 높은 현금흐름이 예상되는 회사는 어떤 모습을 띠고 있을까 하니, 바로 아래 4가지의 특징 중 몇가지를 가진다는 것이 발견되었다. 


독자기술, 네트워크 효과, 규모의 경제, 브랜드 전략 (pp.67~73)


6장 - 스타트업은 로또가 아니다.


7장 - 돈의 흐름을 좇아라.


7장에서는 Founders Fund(피터 틸이 속해있는 투자회사)의 케이스를 인용하며, 스타트업 투자가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Founders Fund의 경우, 가장 잘 한 투자인 페이스북이 주는 수익이 나머지 포트폴리오
모두의 수익을 합친 것보다 훨씬 크다. 두번째로 잘한 투자인 팔란티어의 경우도 페이스북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포트폴리오의 수익보다도 크다. 이런 케이스에 교훈을 얻어 피터틸은 두가지 투자원칙을 제시한다. 

첫째, 잠재적으로 펀드 전체의 가치에 맞먹을 수익을 올릴 가능성이 있는 회사에만 투자해라.
둘째, 첫번째 원칙 때문에 제약이 너무 많이 생기므로 다른 원칙은 있을 수 없다. 


만약 투자회사들이 자신의 위험을 분산한답시고 무분별한 투자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면, 사실 그것은 로또를 사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말한다. 

이러한 원칙이 성립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거듭제곱의 법칙의 세상'에 살기 때문이다. 즉 실제로 0.1~2%의 소수 스타트업이 발생시키는 가치가 다른 무수한 기업들의 가치보다도 큰 세상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8장 - 발견하지 못한 비밀.


과거 18세기만해도 세상에는 풀리지 않은 비밀들이 참 많았다. 
하지만 현재에는 세계지도에 점이 찍히지 않은 곳이 없다. 우리가 사는 세계는 아주 쉬운문제나 풀기 불가능한 문제들이 남은것 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정말 중요한 진실인데, 남들이 동의해주지 않은 것은 무엇인가 ?


라는 물음을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정말로 풀리지 않는 문제들은 대부분 우리의 '관습'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즉 0에서 1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은, 이러한 통념과 관습을 거부하고 그것에 대한 중요한 진실을 찾아내는 사람들이다.

세상에는 아직도 숨겨진 비밀들이 많다. 하지만 그것을 아는 사람들은 바로 지칠 줄모르고 비밀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에게만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9장 - 기초를 튼튼히 하라.


9장에서는 공동창업자 구하기, 이사회 구성하기 등의 내용을 다룬다. 요약하면 이렇다.
- 공동창업자는 배우자 고르듯 골라라. 
- 이사회는 3명이 가장 효과적이다.
- 변호사/회계사는 외부에서 고용하자. 
- 시간제 직원은 소용이 없다.
- 풀타임으로 참여하는 사람들만을 고용하자. 
- 원격지에서 일하는 것은 피하자. 

버스에 타든지 내리든지,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10장 - 마피아를 만들어라.


페이팔 마피아


기업문화에 관한 파트. 많은 사람들이 알다시피 이 글을 쓴 피터틸을 비롯해 페이팔의 창업멤버들은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페이팔 마피아'라고 불린다. 이들은 페이팔은 2004년 15억달러에 매각한 이후에도 여전히 '단단히 엮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피터 틸은 페이팔을 직장으로 보지 않았다. 특별히 '우리'라는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신나게 생각했다고 한다. 결국 기업문화라는 것은 어디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 '회사 자체'라는 것을 보여주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또 채용에 관해서도 인상깊은 구절이 있었다. 


20번째 직원은 왜 우리회사에 합류할까 ? 


사실 아직 20번째 직원을 뽑을 기회가 없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와닿는 질문. 내가 회사에서 20번째 직원이라면, 왜 합류하게 됬을까? 정답은 없다. 회사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보편적으로는 회사의 미션이 가진 설득력을 정확히 이해했거나 그게 아니면 중요한 일을 왜 회사가 하고 있는지를 이해했거나 라고 말한다. 

<한명당 한가지 책임>
스티브잡스도 RPI라는 비슷한 컨셉을 직원들에게 부여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피터 틸도 마찬가지로 '내부적으로 각 개인은 업무에 의해 확연히 구분되어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신생기업의 내부 관계는 평화롭지 않으면 아예 살아남을 수 없고 또 그 특성상 매우 유동적이다. 그러므로 역할을 확실히 구분해주어 충돌을 줄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이는 나도 많이 공감하고 있는데, 초기에 멀티플레이어 역할을 하는 사람들의 경우 자신의 일인 것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러한 상황이되면, 내 의견이 맞는 것 같아도 불필요한 충돌이 생기고 그 안에서 관계가 조금씩 어긋나기도 한다. 


11장 - 회사를 세운다고 고객이 올까


11장에서는 세일즈에 대해 다룬다. 많은 공학도들이 생각하는 세일즈의 비이성적인 부분. 하지만
우리 모두가 세일즈에 이끌리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 서비스나 제품별로 세일즈를 효과적으로 하는 법에 대해 다루고, 마지막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만을 세일즈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의 문화도 팔아야 한다는 말을 남긴다.


12장 - 사람과 기계, 무엇이 중요한가.


최근에는 '머신 러닝(machine-learning)'이라던지 빅 데이터 등 소프트웨어에도 많은 진보가 있었고, 또 애플의 시리(Siri) 등의 AI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과연 기계는 인간에게 어떤 존재이고 어떤 존재여야만 할까? 

많은 사람들이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이라고 걱정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기계는 인간을 보완하는 것이다. 빅데이터만 생각해보아도, 데이터 그자체는 그냥 많은 데이터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한 데이터를 통찰력있는 전문가들이 분석을 해야만 비로소 의미를 가지는 데이터가 되는 것
이다.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직업에서 사람들이 하는 일은 기계가 대신할 수 없다. 사람을 상대하고, 아주 미세한 변화에도 그들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결국 기계가 우리를 대체하거나 지배할 날이 올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22세기에 해도 좋다. 차라리 그런 확률보다 그 전 수십년 동안 우리 사회에서 인간이 훨씬 더 좋은 세상을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이 더 높아보인다.


13장 - 테슬라의 성공



2000년대에 등장한 테슬라의 이야기를 다룬다. 당시의 큰 트렌드는 바로 '청정 에너지'였다. 이 거대한 토픽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투자자, 기업가, 정부 관료들의 이견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정부가 이에 관해 천문학적인 규모의 지원을 시작하면서, 사실 에너지 거품이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었다. 수천개의 에너지 기업이 생기고, 5,000억 달러 이상의 자본이 해당 분야로 투자되었다.하지만 결과는? 대부분의 기업이 기술의 부재, 세일즈의 부재, 시장 변화에 민감하지 못해서(셰일가스의 등장 등) 사라져갔다. 이 때에 테슬라는 앞서 말했던, 작은 타겟(전기로 굴러가는 고급 로드스터)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엄청난 행보를 이어오고 있다. 그 성공의 배경과 에너지 버블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14장 - 창업자의 역설


누구나 창업자가 될 수 있을까 ? 


정말 어려운 질문이다. 마지막 14장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특이한 인물들과 창업자에 대해 다룬다.
레이디가가, 에이미 와인하우스, 리처드 브랜슨, 숀 파커 등등... 
레이디가가가 처음부터 머리에 뿔을 달고 태어났을리는 없다. 그렇다면 그녀는 일부러 그런 의상들을 입는 것일까? 아니면 홍보의 일환으로 그런 것일까? 아무도 레이디가가의 본명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 

이렇게 특이한 기질을 가진 사람들(적어도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은 항상 그런 기질이 그들의 삶에
많은 굴곡을 가져온다.

스티브잡스는 '애플'이라는 정말 대체불가능한 기업을 만들었지만, 1985년 그는 회사에서 쫓겨나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정말 위대한 창업자들은 과거의 '왕'과 같다. 단 한사람뿐인 독특한 창업자는 권위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고, 강력한 개인적 충성을 얻어낼 수 있으며, 몇십년을 내다본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훈련받은(키워진) 전문가들로 채워진 비개인적 관료제가 얼마든지 길게 유지될 수 있을 것 같지만, 애플이나 구글, 오라클의 창업가들을 보게되면 사실 전자의 시야가 더 짧다. 

기업이 알아야 할 교훈은 창업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상하고 극단적으로 보이는 창업자들을 인내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점진적 발전을 넘어서 진정으로 회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개인은 그들이기 때문이다.


후기와 느꼈던 것들


위와 같이 요약은 했지만, 사실 요약을 보고 그 문맥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않다. 
첫번째로 드는 생각은 피터틸이라는 개인은 참으로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너무 당연한가..ㅎㅎ) 그가 소프트웨어를 알아서가 아니라 그는 트렌드를 읽고, 미래와 과거를 보고 그와 더불어 인간에 대한 이해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야말로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두번째로는 그가 글을 잘 쓴다는 것. 책을 혼자 쓴 것은 아니지만 여느 창업관련 책들과는 다르게 인문학적, 경제학적, 역사적인 요소들도 설득력있고 내용에 맞게 잘 융화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기업가정신, 스타트업들의 성공 스토리를 아무리봐도 공식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꼈다. 그것들이 방법론은 될 수 있을 지언정, 앞으로 등장하게 될 또 다른 위대한 기업가들은 아마도 그들만의 방식으로 제로 투 원을 실현할 것이다.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스타트업에 관심이 있든 없든 미래를 살아가기 위한 모든이들이 한번쯤은 생각해보아야할 그런 질문을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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