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을 만나는 공간 #1

내가 사랑했던 카페와 펍들

by 파도


요즘 음악은 어디에서나 흘러나온다. 내가 살고 있는 홍대 근처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사실 음악과 만나는 공간이라고 한다면 홍대의 공연장이나 이태원의 클럽이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그 이야기는 따로 다루는 것으로 하고 이번에는 내가 좋아하고 또 사랑하는 카페와 펍 위주로 내용을 채워보려 한다. 장소는 서울부터 강원도와 울산, 부산까지. 내가 살았거나 살고 있는 지역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리고 내가 평소 가지고 있던 잡스러운 생각들도 내용에 조금 포함시켰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 중에서 그 공간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음악들도 하나씩 끼워서 이 글을 읽는 분들께 팔아보고자 한다



1. 아이다호 (IDAHO)

(복합문화공간,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


망원동에 위치한 핫플레이스

몇달 전부터 망원동이 뜨고있다. 최근에도 부산의 스파에서 우연히 티비를 보다가 수요미식회에 망원동이 또 나오는 것을 보고 '아, 이동네에 이제 사람 많이 몰리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태원의 경리단길에서 따온 이름인지 무슨 망리단길(?)이라고 불리는 거리도 있고 망원시장과 월드컵시장 근처에도 나름대로 힙한 공간들이 많다. 아이다호(IDAHO)는 그 중에서도 가장 핫한 공간 중 하나다. 1월호 였던가, <스트리트 H>에도 소개가 되었고 이전에도 여러 매체에서 소개가 된 적이 있다. 나는 첫 오픈 파티 소식을 듣고 아이다호를 방문했었는데 뭔가 신기하기도하고 그런 분위기였다. 나는 미술이나 예술을 잘 모르기는 하지만, 베이퍼 웨이브(Vapor Wave)라고 불리는 음악과 미술의 조류를 공간 내에 여러 심볼을 통해 볼 수 있다. 야자수도 있고 베이퍼 웨이브의 시그니처 색깔이나 화면이 나오지 않는 티비 등등을 볼 수 있는데, 카페가 이런 식으로 꾸며져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친구들을 많이 데려가는 편인데 아예 이쪽 분야에 관심이 없거나 이런 분위기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약간의 거부감이랄까, 뭐 신기함이랄까 그런 것들을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좋으니까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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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아이다호 인스타그램 @cafe.idaho)


아이다호는 카페를 기반으로한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카페를 기반으로 한 복합문화공간' 이라는 설명이 잘 어울리게 커피나 맥주, 칵테일을 마실 수 있는 공간과 더불어 전시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분위기는 사진으로 어느정도 확인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아이다호의 경우에는 비주얼 아티스트인 판타스틱 린린(Fantastic RinRin)님과 Kids Wave의 Kran님이 운영을 하고 있는데, <스트리트 H>를 읽다보니 처음에는 작업실로 활용할 공간을 찾다가 그런 공간이 지금의 아이다호가 되었다고 한다. 멋진 커플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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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아이다호 인스타그램 @cafe.idaho)


하우스부터 밴드음악 까지

마지막은 역시 음악이야기이다. 베이퍼 웨이브의 경우에는 보통 퓨처 베이스, 퓨처 펑크라는 음악 장르와 함께 간다. 그런데 아이다호의 음악은 베이퍼웨이브로부터 파생된 칠웨이브나 칠하우스 그리고 하우스 음악들을 만날 수 있다. 공간을 운영하는 분이 DJ이니, 선곡에 대해서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아, 그리고 올해부터는 밴드 공연도 있다고 하니, 밴드 공연을 조금 다른 분위기에서 느껴보시고 싶은 분들도 관심있게 지켜보시면 좋을듯 하다. 음악은 Kran님이 활동하고 있는 히든 플라스틱의 노래로. 작년에는 합정 채널 1969와 상수 제비다방 등에서 공연을 한 적이 있더란다.




* 이런사람들에게 추천 *
전시와 맛있는 라떼, 그리고 힙한 음악을 찾는다면 아이다호에 들러보시길.



2. 빈티큐 어라운드

(Cafe/Pub, 울산광역시 중구 성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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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생활 - 뷰가 좋잖아

학교다닐 때 많이 찾았던 펍이다. 스무살부터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울산과 부산을 왔다갔다하면서 느꼈던 것은 정말로 경남권에는 힙한 공간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였다. (지금은 그래도 좀 있다.ㅋㅋ) 어쨌든 24살이 되어서야 군복무를 마치고 다시 학교로 왔을 때는 울산도 정말 많이 달라져있었다. 친한 형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느낀 것은 서울에서 소위말하는 '핫'한 그런 것들은 몇개월이 지나면 다시 지방으로 내려온다는 것. 물론 몇몇 식당이나 그런 것들은 그 반대의 경우도 있지만 큰 틀에서는 우리가 나눈 이야기가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2015년인가부터 서울에서도 루프탑 바라던지 탁 트인 공간에서 커피를 마시거나 음주를 할 수 있는 그런 공간들이 많이 생겼다. 강남의 호텔에 있는 공간들부터, 이태원에서 남산을 바라볼 수 있는 그런 뷰를 공간들까지. 울산에도 드디어 비슷한 분위기의 카페/펍이 생겼다. 음악을 하는 형과의 약속으로 잠시 들렀는데, 그 때부터 이 공간에 빠져버렸다. 뷰도 좋은데 음악이 정말 좋았다. 곡들은 주로 트로피컬 하우스나 칠아웃 음악들을 들을 수 있는데 공간과 정말 잘 어울리는 음악들과 만날 수 있다.


덧붙여 조금 더 설명하자면 빈티큐 어라운드는 1층은 카페와 펍으로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지만, 2층에는 웨딩 스튜디오로 구성되어 있다. 사진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공간 사용이나 디렉팅 전체를 맡길 수 있는 서비스를 한다. 아직 결혼은 멀리 있는 것 같지만 이런 공간에서 그리고 분위기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 이런사람들에게 추천 *

술에 취해가며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
그냥 커피마시면서 음악 듣고 싶은 사람.
울산에 놀러갔는데 할 게 없는 사람들.





3. 카페 언플러그드

(카페/공연장,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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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카페 언플러그드 인스타그램, @cafe unplugged. 싱어송라이터 Drain님의 공연 때.)


Unplugged

언플러그드, Unplugged. 이제는 어쿠스틱이라는 장르가 많은 사람들에게 조금은 더 깊게 알려져있어서 이 단어의 뜻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 같다. 전자 악기 대신에 말 그대로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피아노나 통기타 등을 사용하여 연주하는 음악을 뜻하는데 원래는 인기있는 TV 프로그램의 이름이었다고 한다. 이제는 하나의 장르가 되어 버렸다. 아무튼 카페 언플러그드는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언플러그드, 어쿠스틱 음악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나야 올해에 들어서 처음 방문해보았지만 사실 예전부터 홍대에서는 아주 유명한 카페이자 공연장이다. 지금은 홍대 입시거리 쪽으로 위치를 조금 옮겼다.


언플을 이루고 있는 것들

공간은 1층과 지하 공연장. 그리고 야외의 흡연 공간이 있다. 1층은 카페로 운영이 되지만 가끔 소규모 공연과 더불어 저녁 8시 이전에는 어쿠스틱 기타들을 연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가끔 방문하면 기타를 치는 분들이 띵가띵가~ 하면서 기타를 연주하고 계신다. 그리고 뭔가 기타에 소울을 담아서 연주하시는 분들도 있는... 그런 공간이다. 그리고 지하는 약 40석 정도의 공연장이 있다. (어떤 공연에는 70석 까지도 수용된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언플러그드에는 공간과 더불어 구성원들이 있는데, 사장님 그리고 직원분들과 마스코트와도 같은 언돌이가 있다. 사장님은 항상 친절하게 우리를 맞아주시고, 직원분들은 아름다우시다.(?) 그리고 언돌이는 항상 자기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언플러그드는 따뜻하다. 공간과 운영하시는 분들, 그리고 카페를 찾는 분들 또한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나에게는 개인적인 경험이 있어서 조금은 특별한 공간이기도 하지만, 집 앞 카페보다도 종종 더 가깝게 느껴지는 공간이다. 어쿠스틱 음악과 공연을 같이 즐길 수 있고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분들도 운이 좋으면 볼 수 있는 곳. 언플러그드에서 음악과 만나보자.


* 이런사람들에게 추천 *

어쿠스틱 음악과 공연을 따뜻한 분위기에서 감상하고 싶은 분들.


4. 놀이하는 사람들

(펍, 서울특별시 서대문구 창천동)


그동안 우리는 어떻게 음악을 소비했던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 쯤은 좋아하는 뮤지션이나 아티스트의 음반을 산다거나 굿즈를 산 경험들이 있기 마련이다. 내 경우에도 어렸을 때 좋아했던 가수들의 음반을 모았던 경험이 있다. 2000년대 부터 지금까지 음악시장을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큰 변화들이 몇가지 있는데 첫번째가 바로 음반시장이 사장된 것이다. 옛날 가수들은 음반을 몇 십만장, 혹은 몇 백만장 팔아서 엄청난 수익을 벌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그러한 흐름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가끔 음악성 좋은 인디 가수들의 1집 음반들이 비싼 가격에 거래가 되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 이후에는 다들 경험했듯이 소리바다나 그런 불법 다운로드 사이트들을 통해 음원을 다운로드 받거나 멜론, 네이버뮤직 등을 통해서 제대로 된 가격을 주고 구매를 한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음원 다운로드의 시대도 지나갔다. 이제는 스트리밍이 돈이 되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몇몇 음악 앱을 모바일에 설치해서 월 결제 방식을 이용하여 음악을 소비한다. 2020년이 되면 스트리밍 시장이 전체 음악시장의 95%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는 기사도 본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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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설이 길었지만, 어쨌든 이제 음반은 들으려고 사는 것 보다는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이나 애정을 '소장'이라는 행위를 통해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플라스틱 CD보다도 더 깊은 소비방식이 바로 LP. 과거에는 판들이 많이 나왔었지만, 지금은 과거부터 꾸준하게 모아온 사람이 아니라면 LP로 음악 라이브러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드물다.


LP의 숫자만큼 쌓인 내공


이번에 소개하는 놀이하는 사람들은 LP를 원하는 수도 없이 볼 수 있는 그런 바가 되겠다. 나는 우연한 소개로 운영을 맡고 계시는 분을 만나게 되었는데 과거에 <오이뮤직> 음반사와 잡지의 편집장을 지내셨던 분이었다. 사실 내가 고등학생 때 오이뮤직이 절판되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알았고 직접적으로 본 경험은 없지만, 이정도 내공이 있으신 분이 운영을 한다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 메리트가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한다. 분위기는 여느 펍과 다르지 않다. 바의 뒷편에는 유튜브 등으로 음악이 선곡될 때 뮤비등을 같이 볼 수 있도록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다. 음악은 보통 팝 위주로 나오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80년대와 90년대 펑크와 포스트록이 주를 이루었다. LP 바를 운영하는데에 있어서 신청곡을 받느냐 마느냐는 예전에도 SNS 상에서 몇 번정도 논란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여기는 신청곡을 받아준다. 선곡을 해주는 것을 더 좋아하기는 하지만 바에 사람들이 자주 왔다갔다 하는 것을 보면, 신청곡이 많이 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뭐, 듣는 사람입장에서는 자기가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것이 기분이 좋다. 가볍게 술을 한잔 하면서 좋은 음악들을 들을 수 있던 펍이자 음악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더 즐거웠던 공간이었다.



* 이런사람들에게 추천 *

장르의 구분없이 '팝'을 좋아하는 사람들.

가볍게 술을 마시면서 클래식한 펍에서 음악을 듣고 싶은 사람들.



5. Wave

(바, 서울특별시 마포구 상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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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동, 잘 모르는 동네

상수동은 이제는 예전의 홍대만큼 많은 예술가들이 사는 동네가 되었다.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뭐다 해서 홍대는 이제 상업지구로 변해가고 있고 그 말은 다르게 말하면 예술하는 사람들이 '작업실'을 구하기 어려운 동네가 되었다는 말이다. 이태원도 마찬가지. 후암동과 성신여대 근처로 이런 작업실들이 점점 옮겨져가고 있다. 이런 변화안에서 마포구에서는 그런 예술가들이 조금씩 홍대의 변두리로 갔던 곳들 중 하나가 상수동. 지금은 여기도 장난아니다. 어찌보면 사람들이 말하는 홍대안에 포함되는 구역이기도 해서, 이제는 굳이 따로 나눌 수 있다고 하기도 조금은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아무튼 아직도 상수동의 변두리에는 정말 좋은 동네들이 많다. 나는 당인리발전소 근처의 카페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10cm의 노래에서 등장한 은하수 다방이라던지 빈 브라더스 등이 이제는 다 그쪽에 있다. 상수역에서 당인리 쪽으로 가는 길에 보면 참 예쁘고 분위기가 좋은 거리가 하나 눈에 띈다. 그 거리를 지나가다보면 디자인 스튜디오나 갤러리, 카페 그리고 와인 바들을 줄지어 볼 수 있다. 그 길을 자주 지나다니다가 초입부에 뭔가 되게 다른 분위기를 가진 펍 하나를 보게 되었고, '나중에 꼭 가봐야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종종 상수역을 들를 때마다 방문하고 있는 곳이 되었다.


Wave에서 음악 파도타기

Wave에 들어가면, 바와 서핑, 파도를 모티프로 구성되어 있는 인테리어들 그리고 호주인지 발리인지 알 수가 없는 서퍼들의 영상들을 계속해서 볼 수 있다. 작게 마련된 디제이가 플레잉 할 수 있는 덱도 있는데 여기서도 Wave라는 공간이 음악이 공간을 브랜딩하는데 미치는데 많은 배려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도하면 생각나는 것은 역시나 하우스 음악이다. 주로 딥하우스나 칠웨이브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프렌치 하우스와 힙합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처음 방문했을 때는 Jeremih의 Birthday Sex 트랙이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트랙을 힙한 공간에서 만나는 것만큼 좋은 경험도 드물 것 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그 이후에도 Biggie Smalls의 노래들도 나오고 아무튼 결론은 내 스타일이었다는 것!


로고는 뭔가 프랑스의 Roche Musique 레이블 처럼 생겼지만, 여러 장르의 음악들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겠다. 상수동에는 워낙 유명한 곳들이 많지만 아직 다녀오지 않았다면 Wave에 들러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지나가면서 사람들의 눈을 확 끄는, 그런 공간이었다. 아마 이 길을 한번이라도 지나갔던 사람이었다면 방문했을 때, '아! 그때 거기구나.' 할 것!



* 이런사람들에게 추천 *

칠링 아웃 하고 싶은 사람들.
멋있는 사람들과 힙한 공간에 같이 있고 싶은 분들.




듣는 만큼 보인다. 보는 만큼 느낀다.

거창하게 설명을 했지만, 누군가는 '음악이 거기서 거기지.' 혹은 '카페나 펍이 거기서 거기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런 공간안에서 어떤 일을 하는 사람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또 그 공간이 어떻게 브랜딩되어 있는지를 면밀히 보게되면 그 안에 또 다른 재미가 숨어있다. 음악이 어떤 순서로 흘러나오는지, 배치는 왜 이렇게 되어있는지, 혹은 작은 컵이나 코스트까지 디테일을 보면 그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들의 정성들이 보인다. 앞으로도 내가 사랑했던 공간들은 이런 디테일과 함께 기본이 되는 카페와 펍의 마실거리들, 그리고 더불어 좋은 음악들로 사람들과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