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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도 Dec 06. 2017

프로젝트 웨이브

TWC 창업기

나는 스티브 잡스의 명연설 중 하나로 알려져 있는 스탠퍼드 대학에서의 졸업연설이 참 좋다. 그중에서도 'Conneting Dots'라는 표현은 죽기 전까지 절절하게 느끼면서 살아갈 것 같다. 경험을 연결하는 것은 내가 한 개인의 인생을 살아가는 데에 있어서 중요한 의사결정의 근거가 된다. 나 자신의 창업일기이자 TWC(더 웨이브 컴퍼니)의 브랜드 스토리가 될 수도 있는 경험들을 기록해보고자 한다.


밋밋한 사업

나는 밋밋한 사업을 했다. 이렇게 저렇게 돈은 좀 벌었을지 몰라도 확실하게 서비스로 수익을 내지 못했다. 개인의 경험과 역량은 성장했을지 몰라도 단순하게 직장생활을 하는 친구들과 비교해봐도 별로 좋지 않은 라이프스타일을 살고 있었다. 나는 비즈니스를 피봇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피봇 해보기로 했다.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가장 창의적이라는 연구결과들이 많은데 나는 내 사업과 외주용역에 치여 그런 시간을 갖지 못했다. 조금이라도 짬이 생기는 날이면 내 머릿속에는 다양한 경험의 조합들이 뭉쳐서 온갖 재미있는 아이디어로 넘쳐났지만 그것도 그 시간뿐이었다. 

스타트업, IT, 서비스, 음악


평소 케이스 스터디를 좋아하는 편이라 다양한 스타트업들과 비즈니스 모델을 보며 재미있는 상상을 하곤 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실행'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 팀은 그 실행을 잘 해내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대표인 나의 탓이 99% 정도 된다.)  어쨌든 이런 밋밋한 사업을 하던 나는 오랜 고민 끝에 서비스를 종료시켰다. 큰 변곡점이 없이 살아오던 내 인생의 첫 번째 실패였다. 


이 실패를 통해 얻은 것을 딱 한 가지만 꼽으라면 바로 사람이다. 우리 팀을 비롯해 사용자까지 결국 비즈니스는 사람을 위한 것이었으나 나는 사용자의 니즈를 정확히 캐치하는데 실패했고 팀의 구성원들의 역량도 100% 이끌어내지 못했다. 나름대로 정리와 복기를 하면서 난 다음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묻고 있었다. 


결국 내 선택은 음악이었다. 음악이 내 삶에서 가장 많은 부분들을 차지하고 있었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음악이 주가 되던, 음악을 매개로 하던 무조건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한다는 생각을 했다. 


언더독스와 감자꽃 스튜디오

나는 한 정부지원사업에 선정되어 해당 사업의 일환으로 언더독스와 함께 일하게 되었다. 언더독스는 '사회혁신 창업가'를 위한 교육과 컨설팅 등을 진행하고 있는데 기업가정신 확산을 업으로 한다는 인터뷰를 보고 인상적인 표현이라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가 기업가정신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일을 한다는 것은 그냥 생각해도 멋있어 보였다. 내가 맡은 업무는 웹 기획과 교육업무 보조 등이었는데 사실 업무와 관계없이 새로운 사람들과 만나고 이야기하고 생각을 나누는 것이 좋았다. 나는 취업을 했다면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투자사로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곤 했었는데, 그 이유 또한 열정을 가진 창업자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언더독스에서 구성원들끼리 엄청난 스펙트럼의 화두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고, 실제로 창업을 준비하거나 이 악물고 버티고 있는 교육생들을 만나는 것도 나에게 큰 생각거리들을 주었다. 기술에 목말라있던 나는 기술과 관련 없이 '문제 해결'이 최우선이 되는 기업가들의 방식에 매료되었던 것 같다. 


이런저런 생각을 할 때 즈음 나는 서울문화재단에서의 Y-프로젝트와 부평 음악산업 아카데미에서 감자꽃 스튜디오의 이선철 대표님을 만나게 되었다. 짧은 강연 시간 동안 많은 것들을 전달할 수는 없었지만 나는 프로젝터에 비치던 몇 장의 슬라이드의 뒤편을 생각하고 있었다. 몇 주 뒤, 나는 평창의 감자꽃 스튜디오가 너무나도 궁금해졌다. 그렇게 실제로 방문해본 감자꽃 스튜디오는 축적된 지역의 경험들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세련된 형태는 아니었지만 그저 지역에 가장 어울리는 형태와 기능으로 말 그대로 스튜디오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건축과 공간은 태생적으로 사람들을 연결한다. 그런데 모든 공간이 그런 것은 아니다. 적절한 기획과 콘텐츠가 있는 공간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고 또 많은 사람들이 공간을 만들어가는 주체가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 문화, 공간, 지역


이 네 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며칠 동안 나름의 사업계획과 비전을 그려보았다. 


음악과 문화를 매개로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이 한 문장의 질문이 프로젝트 웨이브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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