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찾아가는 라이프스타일 강릉
한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참으로 다양한 경험을 했다. 우리는 컴퓨터와 모바일의 시작을 함께했으며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수많은 디지털 문명의 콘텐츠들을 소비하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는 빠른 국가 성장의 끝자락에서 IMF 파동을 간접적으로 겪고 현재는 실업과 같은 문제들을 현실적인 고민들도 우리 세대와 함께 있다. 이런 모든 변화들은 결국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을 변화시킨다. 그중에서도 강릉에서의 라이프스타일과 우리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탐험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GDP)이 $30,000에 육박하고 있고 1인 가구수 또한 520만 세대를 돌파하는 등 소득 수준과 인구통계적 트렌드가 변화하며 색깔 있는 라이프스타일이 만들어질 수 있는 배경이 되고 있다. 지역적으로 살펴볼 수 있는 변화는 더욱 극명하다. 통계청의 국내 인구 이동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1년, 41년 만에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순 유출로 전환되었고 서울을 떠나는 인구는 최근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제주의 인구 순 유입이다. 2011년부터 2017년 현재까지 매년 인구가 늘어났다. 하지만 제주살이를 꿈꾸는 사람의 증가 추세는 올해 들어 많이 무뎌졌다. 이제는 제주가 아닌 제3의 도시들을 찾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90년대를 돌아보면 40대 이상의 인구가 농촌으로 돌아가는 귀촌 현상이 서울을 떠나는 주된 이유였지만 2017년 지금 서울을 떠나는 사람들은 더 다채로운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스토리들은 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과 지역의 색깔을 만들어갈 토대가 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이프스타일 강릉은 서울과도 제주와도 사뭇 다르다. 내가 강릉을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정착지로 선택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개인적인 동기다. 도시는 사람들이 만들어간다. 하지만 서울과 같이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도시에서의 삶은 불가피하게 도시 사람들의 간섭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내 인생의 속도와 함께 내가 하는 일의 속도도 빠르게 흘러갔다. 어느새 나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리고 어디서나 비슷한 사람들을 만나는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해져 있었고 내 삶의 주도권을 되찾고 싶었다.
두 번째는 지역 커뮤니티와 기회였다. 강릉은 과거부터 태백산맥이 여러 길들을 가로막고 있었기에 경제와 문화적으로는 매우 보수적인 성격을 가졌다. 이는 단오와 같은 강릉 특유의 문화들이 현재까지 보존되고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물결을 받아들이기 힘든 배경을 만들었다. 도시학적 관점에서도 강릉은 20만 이상의 인구로 다양성 있는 ‘무언가’를 하기에 적당한 조건을 갖춘 도시다. 최근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와 함께 교통과 시설 인프라가 눈에 띄게 확충되었다. 마지막으로 경포호와 동해바다는 내 라이프스타일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수 있는 선물이었다. 강릉이 가진 이 모든 이유들은 한 개인이 매일을 다채롭게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요소이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지역 커뮤니티와 함께 만들어가고자 하는 라이프스타일 강릉을 만들었다.
서울. 제주. 그리고 강릉. 개인의 라이프스타일에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도시와 물리적인 위치는 라이프스타일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누군가는 서울의 역동적인 모습을 갈망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제주와 강릉 혹은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 도시를 찾아 떠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라이프스타일 그 자체가 아니다. 라이프스타일을 찾는 것은 인생을 디자인하는 것과 같다.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찾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나는 어떤 사람일까?’,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 사람일까?’와 같은 기본적인 질문들부터 지금까지의 경험과 앞으로의 청사진을 그려보며 자신과의 대화를 이어가야만 한다. 지역의 라이프스타일은 녹록지 않다. 누리던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고 생각지도 못한 장애물을 만나는 도전을 이어가야 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제 막 출발선상에 선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 탐험자들에게, 난 누리던 것을 포기하라는 이야기보다 개인의 삶에 대한 주도권을 찾을 수 있다는 응원의 메시지를 남겨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