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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s Ko Feb 16. 2024

[검도] 9일차, 무례한 사람을 때리는 상상으로 파워업

푹력성의 발산이 이렇게 속 시원한 거라니...

한 번도 사람을 있는 힘껏 때려본 적이 없다. 그런데 누군가를 때린다는 상상만으로 힘이 샘솟았다. 내 인생의 독특한 경험은 검도에서 다한다.


마감 하루전날 나에게 토스된 일을 온종일 집중하여 해결했다. 퇴근하자마자 눈도 잘 안 떠질 만큼 피곤이 몰려왔다. 순간 검도를 갈까 말까 고민하다가 그냥 검도장을 향해 걸었다.


관장님은 왜 그리 열심히 일하냐며 적당히 하고 오라고 하신다. 우리 가족들이 내 생일날 덕담으로 해준 말을 또 들었다. 만난 지 9일 된 사람에게도 내가 무리하는 사람으로 보이나 보다.


당장 눕고 싶은 걸 참고 꾸역꾸역 2박자 머리치기, 허리치기, 손목치기를 연습하는데 멋진 동작이 나올 리 없다. 코어에 힘이 안 들어가 상체는 흔들리고, 왼발 뒤꿈치를 들고 있는 기본자세도 자꾸 무너진다. 뒤에서 대련하는 사람들의 죽도 움직임을 관찰하다가 나의 느린 죽도 움직임으로는 계속 맞기만 하겠다는 생각에 나도 대련하듯 연습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누굴 때린다고 상상할까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떠오른 회사의 무례한 사람들! 오늘 나의 연습 상대는 회사의 얄미운 사람들이다.


효과는 엄청났다. 검이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르게 움직인다. 내가 의도하며 움직이지 않고, 그저 상대를 때린다고 집중하니 없던 절도와 속도가 따라온다. 신나서 옆에 기본기 연습 중인 단원에게도 알려줬다. 미운 사람이 앞에 있다고 상상해 보라고. 순하게 생긴 20대의 그녀는 미워하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아이고. 과거 남친, 썸남, 놀린 친구들, 만난 변태들 온갖 후보를 말해줘도 없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나도 대학생 때는 싫은 사람 없이 해맑게 살았다. 직장 생활 시작하고 온갖 인간 군상을 만나 화병이 뭔지 아는 30대가 되었다. 결국 그녀가 떠 올린 건 과거의 선생님이었다. 바로 그녀의 검도 스피드업 파워업이 되어 둘이 빵 터지며 깔깔 웃었다.


앞으로 무례한 사람을 만나면 내 연습상대가 늘었구나 생각하며 반겨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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