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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s Ko Feb 23. 2024

[검도] 10일차, 검도장 옆 고깃집의 유혹

일상의 피로와 치열하게 싸우기

어제는 검도관 옆 고깃집으로 들어가 버렸다.

일이 많은 주간이어서 대충 일을 마무리해도 검도 수업에 10분 정도 늦을 것 같다. 피곤에 쩔은 몸과 정신을 이끌고 도장 앞까지 갔다가, 회사에서 지친 날 위로하자며 바로 옆 고깃집으로 향했다. 운동 후 집에 가며 늘 바라보던 고깃집이다. 언젠가 유혹을 못 이겨 야식을 먹겠구나 생각했는데, 검도도 안 하고 저녁을 먹을 줄은 예상 못했다. 항정살과 갈빗살에 껍데기가 내 마음과 몸을 치유해 줬다.


오늘도 일은 끝나지 않고 길어진 회의에 진이 다 빠졌다. 또 도장에 10분 정도 늦을 시간에 허겁지겁 컴퓨터를 끈다. 어제 나와의 약속을 어긴 죄책감에 오늘은 뛰어서 도장을 향했다.


준비 운동과 스트레칭을 하고 기본기 연습을 하며 20분이 흘러도 눈이 자꾸 감기고 정신이 몽롱하다. 관장님은 오늘도 일에 모든 것을 쏟고 왔냐며, 그만큼 많은 돈을  받으며 일하는지 물으신다. 내가 에너지 쏟는 만큼 돈으로 보상하는 세상이면 한강뷰와 산뷰가 있는 고급 주택에 살았겠죠...


땀이 날듯 말듯 몸이 달아오르자 이제야 눈이 떠진다. '머리'를 외쳐야 할 때 '하나'라며 숫자를 잘 못 세던 정신도 돌아왔다. 코어에 힘이 안 들어가 휘청거리던 상체와 무너지던 발 뒤꿈치도 점점 단단하게 바로 선다. 죽도의 흐물거림이 점점 깔끔한 선을 그리며 선혁이 흔들리지 않고 목표 지점에 멈춘다.


오늘은 한 박자 안에 검을 위로 들었다 타격부위로 내려치는 연습을 했다. 세 박자에 나눠 배운 동작을 두 박자로 연습한 후 한 박자에 빠른 움직임을 배우니 이제 사람을 칠 준비가 완성되어 간다.


한 박자 동작이 완성되자 사부님이 머리에 쓰고 있는 호구 윗부분을 내려치라고 하셨다. 남자 관장님이라면 걱정 없이 죽도에 힘을 쏟을 것 같은데, 여자 사부님이 아플까 봐 몸이 자꾸 움츠려 들고 검이 느리게 움직였다. 그러자 호구 중심에 타격을 못하고 죽도가 빗겨나가 오히려 상대를 더 아프게 했다.


나의 착각에 기반한 잘못된 배려를 멈추자. 맞아도 아프지 않을 머리치기와 손목치기를 단련하기 위해 목적에만 집중하는 담대한 마음을 연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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