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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ets Ko Mar 03. 2024

[검도] 12일차, 생각할 여유가 없다

뛰기 시작했다. 힘들다.

그동안 검도를 하면서 배우고 성찰할 수 있었던 것은 팔동작만 했기 때문이었다. 뛰는 동작을 연습한 이후로 아무 생각이 없이 집중 또 집중, 떠오르는 생각은 발을 풀어줘야겠다는 것뿐이다.


11일 차, 점프하는 법을 배웠다. 

검도는 디테일이 남다르다.

왼발이 늘 뒤로 가 있어 한 발이 밀어주는 추진력으로 재빠르게 뛰어 나갈 수 있다.


발 : '오ㅡ왼ㅡ왼ㅡ오ㅡ오ㅡ왼ㅡ왼ㅡ오'

방향:↑    ↑    ↓    ↓    ↑    ↑    ↓       

기합:    "하나"                         "둘"


왼발이 밀어주는 힘으로 오른발이 먼저 앞으로 나간 후 뒷발이 따라온다.

바로 오른발이 밀어주는 힘으로 왼발이 먼저 뒤로 간 후 오른발이 따라 뒤로 온다.


동시에 점프하는 것이 익숙해 한 발씩 움직이며 뛰는 따닥따닥 소리도 생소하다. 집중을 놓치면 바로 발이 꼬인다.


요령이 생기고 익숙해지자 바로 팔동작이 추가되었다. 가벼운 어린이용 죽도를 들고 앞으로 나갈 때 내리치고 뒤로 향할 때 들어 올려 머리 위 준비자세를 취한다. 1초 만에 검이 내려갔다 올라와 10 카운트를 반복한다. 이 또한 익숙해지면 20 카운트로 늘어난다.


12일 차, 발구름이 추가되었다.

도저히 관장님 같은 경쾌한 "탁"소리가 나지 않는 나의 "쿵"소리 나는 발구름


대련을 위한 마지막 기본동작이라는데 이건 도무지 감이 안 온다. 10번 중에 한번 잘한 동작이라는데 내가 뭘 다르게 한 건지 모르겠다. 검도하며 처음 느낀 혼돈의 시간이다.


"어이" 구호를 외치며 준비 동작인 머리 위로 죽도를 들고, "머리"를 외치며 발구름과 함께 머리치기를 한 후, 앞으로 크게 나가며 거의 100도 정도 구부렸던 오른발이 펴치며 자연스럽게 상체가 위로 들림에 왼발이 앞으로 따라오며 검도의 뛰는 자세로 앞을 향해 나간다. 지난 시간에 배운 발동작 앞뒤로 반복한 것과 다르게 이번 시간은 지속적으로 앞으로 나가니 '오ㅡ 왼ㅡ오ㅡ왼'발의 연속이다.  뒤로 올 때는 죽도는 중단으로 중심을 잡고 '왼ㅡ오ㅡ왼ㅡ오'발로 오른발은 바닥에 끌려오는 느낌으로 왼발의 힘으로 뒤를 향해 연속으로 뛴다.


남들이 보고 있어도 내가 못하는 것에 부끄러울 틈이 없다. 내 동작을 수행하는 것에 온 집중을 쏟으며 어떻게든 이 진도와 관장님의 구호에 따라가 보려 애쓴다. 숫자 세는 복잡한 검도 구호 없이 동작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관장님은 구호를 큰 소리로 세지 않으면 멈추지 않고 계속 회차를 늘리신다.


정신없이 이번 주의 검도 수업이 흘러갔다. 나의 일주일이 순삭 된 느낌. 피로가 누적되어 이번 주말은 도저히 집 밖을 못 나가겠다. 하루종일 누워있다 이 글도 누워서 쓰고 있다. 머릿속에 정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제부터 웃음기 사라질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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