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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로나 Jan 17. 2021

80, 90년대 생이 유독 힘든 이유 - 2

조귀동의 '세습 중산층 사회'를 읽고

‘정상가족’이라는 특권


노동시장의 심각한 분단 현상과 1차 노동시장 진입 과정에서 나타나는 격차 고정 현상은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생애주기 이행과정에서도 복합 불평등이 나타남을 의미한다. 오늘날의 20대들은 남성과 여성이 만나 결혼하고, 1~2명의 자녀를 낳아 양육하고, 주택 소유주가 되는 ‘정상가족’을 구성할 수 있을지 여부가 본인의 능력이 아니라 ‘출신 계층’에 달렸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정상가족 형성 과정에서 부모의 지원이 절대적이라는 점은, ‘독립적 20대’라는 개념이 더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자신의 정상가족을 구성할 수 없는 취약한 경제적 위치에 있는 이들에게 현재의 가족이 제공하는 자원은 그 무엇보다도 소중하다. 따라서 누군가의 표현대로 오늘날의 20대는 ‘가족을 만들 수도, 가족을 떠날 수도 없는’ 개인이다.


특히 중산층에서는 동류혼(같은 계층끼리 결혼하는 행위)이 많아졌는데, 이는 결혼이 가족 단위의 계급 재생산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 결과 4인 단위 핵가족을 꾸리는 것 자체가 ‘울타리’ 안에 있는 중산층의 특권적 행위가 되고 있다.


주휘정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2018년 발표한 논문에서 남성과 여성의 결혼에 경제적 요인이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남성이 집을 소유할 경우 결혼할 확률이 7.2배 높았다. 이 분석 결과는 남성의 자산보유 규모가 결혼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혼하기 전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면 대부분 부모의 조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상식’을 고려할 경우, 부모의 재산 수준도 남성의 결혼에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 있다. 또 이 연구에 따르면 정규직 남성은 비정규직 남성보다 결혼할 확률이 4.6배 높게 나타났다. 정규직 여부가 결혼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은 고용 안정성이 미래의 소득 수준을 예상하는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남성의 결혼 이행에 소득, 자산 등 경제적 지위가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여성의 결혼 이행 양상은 그들의 출신 계층에 따라 나뉜다. 이재경 이화여대 교수 등은 2015년 발표한 논문에서 20~30대 비혼 여성 22명을 심층 면접하고 “고학력 여성은 ‘완벽한 결혼’을 위해 혼인을 지연”하고 “저학력 여성은 결혼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학력과 계층은 대체로 일치했다.


다시 말해 중산층이나 중상위층 출신 여성들은 자신의 계층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 남자를 찾고, 중간 이하 계층 출신 여성들은 “결혼을 해도 경제적으로 지금의 삶보다 나아지기 어렵다는 점에서 결혼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는” 양상이었다는 것이다.


호르다 교수 등이 미국, 일본, 영국, 독일 등 16개 선진국의 주요 투자 자산 수익률을 1870년부터 2015년까지 135년 동안 비교 분석한 결과, 부동산 평균 수익률(7.05%)이 주식 평균 수익률(6.89%)을 소폭 앞서며 가장 높았다. 수익률 변동성 측면에서도 부동산이 주식보다 더 안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익률의 표준편차를 비교하면 부동산(9.98)이 주식(21.94)의 절반 이하였다.


부동산 자산이 상속되면서 20~30대의 불평등을 키운다는 것이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2013년 발표한 논문에서 1999~2008년 노동패널 조사 대상이었던 가족 중에 자녀가 결혼 후 분가했을 때 주거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부모가 주택을 소유했을 경우, 자녀가 주택을 소유하는 비율을 대폭 끌어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자산이 크게 전이되어 자녀들에게 선발이 이익을 만들어, 후발 세대 간의 사회경제적 격차를 심화시킬 수 있는 여지를 지닌다.라고 서술했다. 불행하게도 부모 세대의 격차가 전이되는 현상은 2010년대 들어 더욱더 심해지고 있다.








'정상 가족'이라는 것을 책에서 정의하면 결혼하여 1,2명의 자녀를 낳고 내 집을 소유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그러나 점점 이러한 보통의 정상가족이 되는 것이 중산층의 특권이 된다고 한다.


현재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은 9억 이상이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남녀가 만나 결혼을 해서 내 집을 소유하는 것은 그들의 자본만으로 절대 불가능이다. 부모님의 지원과 직업을 이용해 대출을 통해 이룰 수 있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부모님의 지원이 없이도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로 내 집을 마련하여, 그 원리금을 저금하듯이 갚아나가는 것도 가능했다. 또한 전세와 자가는 선택의 문제지, 생존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실상은 어떠한가? 무주택자들 특히 신혼부부인 사회초년생들은 엄청난 전셋값과 매매값에 결혼까지 포기하는 세태가 만연하다.


수도권에서 보통의 '정상 가족'이 되기란 책에서 나온 것처럼 부모님의 지원 없이 현재는 거의 불가능하다. 가까스로 '정상 가족'의 범주에 든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 자신이 잡은 사다리를 놓지 않으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 서울 부동산 시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어떠한 경제적인 이유를 차치하고서라도 낙관적 전망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앞으로는 '정상 가족'을 넘어 거주 지역으로 그 자체가 계층화될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이미 강남 거주는 계층화되었다. 물론 예전부터 그랬다. 하지만 지금은 더욱 그 자산의 양극화가 심해질것이다. 수도권과 지방, 수도권과 서울, 서울 내에서도 강남과 비강남 등등 우리가 생각하고 추측하는 그대로 점점 더 심화될 것이다. 


'정상 가족' 이란 말이 묘하게 안타깝다.







세습 중산층의 기원


한국 자본주의의 고도화는 80년대 학번 – 60년대생의 시기에 이르러 학력과 전문지식, 직업, 경제적 지위가 맞물린 테크노크라트에 가까운 집단을 대규모로 창출했다. 이들은 이전 세대인 50년대 생과 비교해 전문직이나 대기업 내 관리직 비율이 높았다. 또 시대에 맞는 전문지식과 기술을 갖추었기 때문에 1990년대 중반 이후 금융과 IT산업에서 1세대 엘리트 층을 구성하게 된다.


그리고 그들은 교육을 통해 자녀에게 자신의 계층 지위를 물려주기 위해 분투하면서 세습 중산층 사회를 만들어냈다.



계급의식의 형성


G세대와 N포 세대의 공존


G세대는 ‘글로벌 세대’의 약자로 [조선일보]가 지난 2010년 당시 20대를 정의하기 위해 제시한 개념이다. 조선일보는 ‘어떤 분야에서든 앞서 나갈 수 있는 자신감’과 ‘한국 사회에 대한 신뢰와 낙관’ 그리고 ‘학연, 지연이 아닌 인터넷 기반의 창조적 관계’를 맺는 희망 가득한 세대로 G세대를 정의했다.


N포 세대는 거의 모든 것을 포기한 세대라는 의미로 2011년 [경향신문]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라는 뜻으로 사용한 신조어에 시작되었는데, 이후 하나둘씩 추가되다가 2015년경 아예 'N포'가 됐다. 경향신문이 당시 소개한 삼포세대는 '졸업해도 비정규직 전전, 자신감 잃고 대인관계를 기피'하는 세대였다.


경쟁과 자율을 신봉하는 것도 20대 중상층의 특징이다. 이 여론조사에서는 ‘원하는 사회의 모습’과 관련해 여러 가치를 제시하며 물었다. 그중에는 개인의 능력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가 바람직한지, 보완하는 사회가 바람직한지를 묻는 질문이 들어있다. 이 질문에서 20대 중상층은 모든 연령-계층 집단에서 개인의 능력 차이를 인정하는 사회를 원하는 강도가 가장 높았다. 이는 30~50대 내부의 계층 간 차이보다 더 큰 수치였다.


자신감 넘치는 세습 중산층의 자녀들과 달리 나머지 90퍼센트의 자녀인 20대는 원하는 사회의 모습이 다르다. 동일한 질문에 대해 ‘20대 하층’의 평균 점수는 4.5점으로 모든 연령-계층 집단보다 더 평등 지향적이었다.


20대 남성은 대체로 이전 세대보다 더 개인의 사회 경제적 위치가 ‘노력’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신의 지위가 스스로 들인 노력의 결과인지 묻는 질문에 대해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중간 이하인 남성은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 ‘부유하지 않은 부모를 둔’ 남성은 더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20대 남성의 세계관에서 불평등과 불공정을 민감하게 받아들일지의 여부는 그가 어떤 계층에 속하느냐에 의해 좌우된다. 20대 남성 가운데 이전보다 기회의 공정성이나 능력위주 사회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는 집단이 있다면 중산층 출신의 남성이라 예상할 수 있다.


이른바 ‘공정성’의 이슈는 20대 세습 중산층 자녀의 이슈다. 20대 중산층 남성이 왜 절차적 공정성에 예민하게 반응하는지는 앞 장에서 논의한 2010년 이후 노동시장에서 ‘번듯한 일자리’에 진입하는 데 가장 어려움을 겪게 된 집단이 20대 중산층 남성이라는 점과 연관될 것이다. 즉 그들의 ‘보수성’은 강한 경제적 압력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공정성’을 집착적으로 강조하면서, 자신이 그 ‘기회의 공정성’을 받지 못한다고 주장하는 서사이다.




‘20대 남성 보수화’라는 신화


교육, 취업, 결혼 등 삶의 거의 모든 과정에서 불평등을 경험하는 20대가 대졸-대기업-화이트칼라 일자리의 중상위층인 ‘80년대학번-60년대생’에 대해 불신하는 건 당연한 결과다. 이는 그들이 불평등한 사회의 상층에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그들의 자녀들이 견고한 불평등 구조에서 최상층을 독식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20대의 입장에서 50대 중상위층은 단순한 부모 세대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교육 및 일자리 경쟁에 참여하고 있는 경쟁자이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우월적인 지위를 독식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내 생각의 결론과 극복해야 할 방향- 사회적 자본, 교육



80년대 학번-60년대 생, 그들은 현재 사회의 주요 요직에서 활동 중이다. 현재 90년대 생들 중 특히 남자들은 그들의 자리를 불편해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그들의 자녀들이 고정 격차가 있는 불평등 구조의 최상위층을 모두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많은 일들 중 유독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된다. 20대의 보수성은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압력을 받고 있으면서 동시에 '공정한 절차'에 대한 집착으로 발현된다.


다양한 정치 이야기가 책에서도 나오지만 읽으면서 편향되었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다. 90년대 생이 이해가 되면서 가슴이 아팠다.


현시점에서 어떻게 이러한 계층적 불평등을 해결할 수 있을까? 고민해보게 되었다. 홍성국의 책 <수축 사회>에서도 비슷한 개념의 문제를 '사회적 자본'의 확충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이 책에서는 비슷한 개념으로 '기회의 평등'과 '사회적 세원 확충'을 들고 있다. 다소 과격하지만 교육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고, 세금을 많이 걷어 실패하고 힘든 이들에게 패자부활전을 해주자고 하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느끼지만,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양극화의 문제는 정말 큰 그늘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정당이 정치적 견해를 고집하지 말고 마크롱의 핀셋 정치처럼 국민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정책을 좌파, 우파 상관없이 실용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대 갈등, 젠더 갈등, 지역 갈등 등의 프레임으로 조장하는 갈등은 우리 대한민국을 더욱 후퇴하게 만드는 주요 문제이다. 나는 이거야 말로 적폐이고 청산해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인과 행정부의 주요 요직에 계신 분들은 우리나라 최고 파워 엘리트들이다. 그들이 내가 생각한 것을 못 생각할까? 나는 그게 아니라고 본다.


고위공직자와 정치인에게 생존은 표이다. 표를 받기 위해서는 양쪽을 위하는 정책을 펴면 지지층은 묽어지고 흩어진다. 그래서 실용 정치는 어렵다.


그렇다면 표를 주는 국민들이 변화해야 한다. 다양한 방식으로 조장되는 갈등에 휩싸이지 말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뉴스를 보고 투표를 할 때 당색이 아니라 정책을 보고 뽑아야 한다.


우리 세대에서는 갈등 양상으로 조장하여 가는 투표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게 잘 먹힌다. 우리는 민주시민교육을 받지 못했다. 급격한 성장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역사는 짧다. 경제 교육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한 내용을 잘 모른다. 나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재 초등학교 교육부터 민주 시민 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교육과정에서도 다양한 사회 문제의 원인과 문제점에 대해서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는 다문화, 장애인, 젠더 문제 등 다양한 주제들이 교과서에 녹아들고 학생들은 교사로부터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오히려 방해하는 자는 현재 언론과 어른 세대이다. 고정관념과 편견으로 아이들에게 생각을 강요한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며 지금 자라나는 아이들이 성년이 됐을 때 민주시민 교육이 효과를 봐서 조금은 바뀌리라, 지금보다는 나아지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우리 어른이 할 일은 아이들에게 올바른 모습을 보여주고, 조금씩 변화하는 세상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공정한 것은 공정한 경쟁으로, 배려해야 할 대상에게는 최적의 수단으로 배려를, 인간의 올바른 욕망을 인정하고 꿈을 꿀 수 있는 그런 사회가 되리라 기대해본다.


계층이라는 것이 가슴 아프지만, 현실이며 우리 아이들이 겪어야 할 고통이라고 생각하니까 가슴 아프다. 동시에 내가 갖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내 자녀들이 살아갈 어려운 세상에 대한 걱정이 앞선다. 마음 한편으로는 갖고 있는 것을 잘 전달해주어야 한다라는 솔직한 생각이 든다.  자본주의와 교육에 깊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다양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에 많은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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