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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로나 Jan 16. 2021

80, 90년대 생이 유독 힘든 이유-1

조귀동의 '세습 중산층 사회'를 읽고


책표지에 색과 길이가 다른 사다리가 등장한다. 책을 다 읽고 보니 표지가 더욱 눈에 들어온다.


요즘 사회에서 불편하지만 계층이 존재하고 세습된 다는 것을 어렴풋이 혹은 명확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언제 어떻게 생기고 세습되는지 잘 몰랐다. 이 책을 읽고 얕게 나마 내용을 알게 되었다.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산과 교육이 세습되어 계층 자체가 대물림된다는 사실을 각종 논문들과 연구 소개로 뼈때리며 팩트 정리해주고 있다. 


책을 소개하고  내 생각을 정리해보려한다. 




문제는 노동시장


한번 외부자는 영원한 외부자


한국 사회에서 노동시장은 대기업 정규직이나 공무원 같은 ‘내부자’와 중소기업 재직자나 기타 비정규직의 ‘외부자’로 구성된다. ‘인싸’들이 끼리끼리 모여 형성되는 노동시장을 ‘1차 노동시장’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에 속한 일자리는 급여가 높고 근속 연수가 길며 연공서열제가 강하고 경우에 따라 노동조합의 보호를 받는다.


반면 나머지 ‘아싸’들의 노동시장을 ‘2차 노동시장’으로 묶는데, 이 일자리들은 낮은 급여에 연공서열제 등이 거의 없고 근속 연수가 짧으며(따라서 숙련 형성도 어렵다), 노동조합의 보호는커녕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일자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



첫 일자리로 신분이 결정된다.


그렇다면 ‘인싸’와 ‘아싸’는 각각 얼마나 될까? 배규식 노동연구원장은 지난 2017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6년 현재 1차 노동시장에 속한 노동자의 비중을 대기업 정규직 14.5%(284만명)와 공공부문 정규직 7.9%(154.7만명)을 합쳐 22.4%(438.7만명)으로 추정했다. 이를 노동자가 아닌 사람들(자영업자, 무급 가족 종사자 등)까지 고려한 취업자 기준으로 보면 1차 노동시장에 속한 사람들의 비중은 대기업 정규직 10.7%와 공공 부문 정규직 5.8%를 합쳐 16.5%가 된다. 이는 김유선 한국 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2017년 현재 1차 노동시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노동자의 23.4%, 취업자의 19.3%에 달한다고 본 것과 비슷한 수준이다. 전체의 5분의 1정도의 사람들만이 ‘내부자’인 셈이다.



10퍼센트만이 번듯한 일자리를 갖는다.


20대 가운데 노동시장의 ‘내부자’로 진입하는데 성공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번듯한’ 또는 ‘괜찮은dcent’ 일자리를 초임 기준 월 300만원 이상을 주는 일자리라고 한다면, 2017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연 7만 2000명만이 내부자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동일 연령에서 고등학교 졸업 이상 학력을 가진 사람의 11.4%로 추산된다. 전체 취업자 가운데 1차 노동시장의 종사자라고 추정되는 비율인 16.5%보다 턱없이 낮은 수치다. 지금의 20대들은 이전보다 훨씬 중산층이 되기 어려워진 것이다.


‘번듯한 일자리’를 얻는 사람 중에서 이른바 ‘명문대생’의 비중이 어느 정도 될지 어림짐작하기 위해 상위권 대학 및 학과 입학 정원을 집계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운영하는 대학정보 서비스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울 4년제 대학 입학인원은 2018년 기준 8만 1300명이다. 이 가운데 12개의 이른바 ‘명문대’ 입학 인원은 4만 2800명이다. 서울 4년제 대학 입학자의 절반 정도다. 여기에 대표적 고소득 일자리인 의대, 치대 입학자는 서울 소재 12개 대학을 제외하면 2000명과 400명이다. 카이스트와 포스텍의 한 해 입학자에 해당하는 1100명과 교육대학 입학자 3900명도 여기에 포함시킬 수 있다.


이를 모두 합치면 총 5만 2천명이다. 이들 모두 ‘번듯한 일자리’를 얻는다고 가정하면 1차 노동시장의 진입인원의 70%는 이들 명문대 또는 상위권 대학 학과 입학생이 차지한다. 나머지 30퍼센트를 놓고 ‘비명문대’ 출신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한다.






가슴 아픈 현실이다. 1차 노동시장의 비율이 16.5%, 그 중 이른바 '좋은 대학'을 나온 학생들이 모두 '번듯한 일자리'를 갖는다고 가정하면 이 중 70%는 이 학생들이 모두 차지한다. 나머지 30%를 놓고 다른 학생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인다. 그래서 많은 취준생들이 상대적으로 예전보다 적은 TO를 가지고 경쟁한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힘들다. 



현재 90년대 생들이 벌이는 치열한 경쟁의 전투를 여기서 알 수 있다. 90년대 생들이 개인화되고 공정에 민감한 것은 수축 사회에서 그들의 생존 자체가 경쟁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공정하지 않으면 더 이상 할 수 있는게 없으니 말이다.






좁아진 중산층 진입의 문


결국 지금의 20대는 ‘번듯한 일자리’가 줄어든 가운데 ‘성 안’에 들어가기 위한 경쟁을 이전 세대보다 더 치열하게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그 경쟁 과정에서 성별, 계층별, 학력별, 거주지역별로 누가 더 ‘기회’를 많이 잃는지 그리고 누가 ‘선방’하는 지에서 그들의 운명은 갈린다. 중산층 또는 중상위층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제 ‘명문대’ 졸업장을 요구하는 고급 사무직 또는 전문 기술직 일자리를 얻어야 한다.


90년대생의 세계에서 부모 세대가 대졸 사무직으로 중산층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경우, 자녀세대인 그들이 명문대 졸업장을 받기란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수준으로 어려워졌다. 예전처럼 지방 국립대를 졸업해서 지방에 위치한 대기업에 취직해 중산층 대열에 합류하거나 또는 자동차, 조선, 석유화학, 전자 산업 대기업 생산직으로 서울의 대졸 화이트칼라 부럽지 않은 고소득을 얻는 삶의 기회는 오늘날 20대에게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세습 중산층의 등장


소득 측면의 계층 고착화를 보더라도 90년대생이 경험하는 불평등은 80년대 생보다 더 크다. 자녀 연령 만 14세 시점에서 부모가 해당 연령대 소득 상위 20퍼센트에 속했을 때, 자녀가 취업한 뒤 해당 연령대 중 소득 상위 20퍼센트에 속할 확률을 따져보았다. 1980년대생부터는 부모 소득이 상위 20퍼센트에 속할 경우 자녀 소득도 상위 20 퍼센트에 속하게 되는 비율이 급격히 상승한다.


상위 20퍼센트에서는 소득이 대물림되는 현상이 심하지만, 그 아래 중간층에서는 부모의 소득과 자녀의 소득간에 상관관계가 약하다. 계층의 장벽이 소득 상위 20퍼센트와 나머지 80퍼센트 사이에 둘러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자녀의 대학 진학-> 전문직 또는 괜찮은 일자리로 이어지는 교육을 통한 계층 세습과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격차는 자녀가 중학교에 다닐 때 이미 모습을 드러낸다.


이자형 부산교육정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이 2011년 발표한 연구는 2010년 당시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비인지적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분석했다. 비인지적 능력은 성실성, 성취동기, 자존감 등을 묻는 16개 설문 문항으로 측정했다. 그 결과 직간접적 영향력을 모두 감안했을 경우 아버지의 학력과 직업, 월평균 가구 소득으로 구성된 가정 배경(계수값 0.588)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는 수상실적, 동아리 활동시간, 동아리 수, 독서 선호도 등으로 구성된 교과외 활동(0.583)과 부모와의 활동, 부모와의 관계 , 부모와의 대화 시간 등으로 구성된 가정의 사회 자본(0.531)이 뒤를 이었다.


교과외 활동은 이른바 ‘스펙’을 만들기 위해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들로, 2000년대 중반 이후 대학 입시에서 사회 계층에 따른 기회 격차가 크다는 지적이 있던 항목이다.


결국 성실성, 성취 동기, 자존감 등 ‘품성’이라고 이야기되는 비인지적 능력 격차가 부모의 계층에 따라 발생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흔히 이야기하는 ‘집안 좋은 애들이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다’는 속설은 정말로 참이다. 양육 환경이 좋은, 즉 부모가 경제력이 있고 학력이나 직업 등 사회적 지위도 뒷받침되는 계층의 가정에서 자라난 자녀는 인지적 능력뿐만 아니라 비인지적 능력도 다른 계층의 자녀들보다 더 뛰어나다. 그리고 비인지적 능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에 대치동 학원가 등을 통한 교육 투자는 결실을 맺는다.



노력은 실력이 아니다. 계층이다.





이 챕터가 이 책의 핵심이다. 특히 4챕터의 저 마지막 말.


'노력은 실력이 아니다. 계층이다.'


너무 아프지만 사실이다. 집안 좋은 애들이 공부도 잘하고 성격도 좋은건 당연하다. 양육 태도와 경제력, 부모와의 소통 등 모든것이 월등하다. 도리스 메르틴의 책 '아비투스'에서 나오는 사회자본, 심리자본, 지식자본, 언어자본, 경제자본 등 모든 자본은 집안 좋은 애들에게 세습된다.


자녀가 14살일때 부모가 소득 상위 20%에 들어가면 그 자녀도 소득 상위 20%에 들어갈 확률이 매우 높다고 한다. 특히 80년대생 부터는 그 확률이 급격히 높아진다. 90년대생 뿐만아니라 00년대생, 그리고 나의 자녀들이 살아갈 세상도 물론 그럴 것이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는 세상에 자유와 풍요를 주었지만, 지식과 정보의 양에 따라 자본으로 인해 눈에 보이지 않는 계층이 명확하게 형성되었다. 4차 산업 혁명 속 수많은 일자리가 없어지고, 사람의 영역을 기계와 인공지능이 대신하면서 이 양극화는 극도로 가속화될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만해도 부동산으로 인한 사회적 박탈감과 격차가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부동산 민심으로 인해 지지율이 급격하게 변동한다. '벼락 거지'라는 신조어가 생겨나듯이 자산 격차가 급격하게 벌어지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내 가족과 내가 생존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 많아지는 부분이다.



다음 글에 이어서 씁니다.


https://brunch.co.kr/@kenes/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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