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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로나 Oct 03. 2020

내가 아빠라니

쌍둥이 아빠 선생님의 시작

어쩐지 그날따라 아침부터 출근길이 심란했다. 아내의 직장에서 35분쯤 걸리는 출근길이 이상하게 더욱 힘들고 느리게 갔다. 신호등은 평소보다 더욱 늘어져서 내가 갈 때마다 비웃듯이 빨간색의 경고등을 날렸다. 차들은 오늘따라 왜 이리 많은지 오늘 월요일인가? 괜히 한번 더 핸드폰을 바라봤다.     


어젯밤부터 배가 아프다고 했던 아내의 표정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너 변비가 심해서 그런 거 아냐? 고기를 많이 먹어서 그래” 라며 놀렸지만 내심 속으로는 걱정이 되었다. 요즘 임신 준비 때문에 병원에 자주 가서 혹시 배가 아픈 거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그리 유쾌하지 않았던 출근길에 여지없이 전화벨이 울렸다. 


“오빠 나 너무 배가 아픈데 어떡하지?”

“어떻게 아픈데 그래?”

“배가 끊어지는 것 같아. ”     


전화가 끊기고 어찌할 바를 몰라 고민했다. 여전히 신호등은 빨간불이고 차들은 더럽게 많은 상황이 짜증이 났다. 

아무래도 임신 준비를 할 때 먹은 약이 문제인 것 같다. 일단 다시 전화를 걸어서 직장 건물에 있는 산부인과부터 가보라고 했다. 다니던 병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로 가야지. 지금 업무가 문제가 아니다.  



   

학교에 도착하니 애들이 속속 교실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그저 해맑은 표정으로 친구들과 인사하고 장난을 친다. 교실에서 나만 다른 표정이다. 아이들에게 내 감정을 들킬까 봐 적당한 아침 과제를 주고 연구실로 피신했다. 처참한 표정이었는지 연구실에서 옆반 선생님이 날 보더니 바로 말했다.


“얼굴이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내가 배가 너무 아프대요. 어떡하죠? 임신 준비 중이라 심각한 생각이 들어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는지 선생님은 학급은 걱정 말고 얼른 가보라고 했다. 당장 교감선생님께 말하고 보결을 채운다고 말해주셨다. 


‘정말 그래야 하나 민폐 주기 싫은데..’ 하는 찰나.     


“오빠 나 아기가 생겼대. 임신이래”


배가 아픈 건 임신 준비할 때 먹는 과배란 약 때문에 그랬다고 한다. 그런데 여전히 배가 너무 아파서 그 병원이 아닌 원래 다니던 병원으로 가서 진료를 받으러 갔다.


병원 도착해서 바로 연락하라고 전화를 마치고 얼떨떨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1교시 수업을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 정신없이 지나간 40분 후, 아내에게 카톡이 와 있었다. 


“우리 쌍둥이래!!”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헤롱거렸다. 아이를 원하긴 했지만 쌍둥이는 생각조차 못했는데. 주변에 쌍둥이는 누가 낳나 했더니 내가 쌍둥이라고? 믿어지지 않았다.      


처음 병원에서는 1명의 아기집만 확인을 했고, 다니던 병원에서 조금 자세히 살펴보니 두 생명이 우리에게 싹트고 있었다. 배가 아픈 것은 과배란 때문에 자극이 된 난소가 커져있어 통증이 생겼던 것이었다. 통증은 얼마 후 저절로 사라진다고 걱정 말라고 했다고 한다.      



쌍둥이임을 들은 후, 

처음 느꼈던 감정은 기쁨이었다. 아이를 원했지만 이렇게 행복이 두배로 올 줄 은 상상을 못 했다. 병원에 다닌 지 얼마 안 됐는데 바로 이렇게 두 행복이 나한테 오다니, 이렇게 기뻐도 되나?     


내가 아빠라니. 나 아빠 될 준비 됐나? 내가 준비가 되었는지 먼저 머릿속으로 살펴본다. 내 집의 대출금부터 살펴보고, 오늘 사려고 장바구니에 넣어뒀던 옷들은 삭제했다. 경제적 준비가 일단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 우리 아이‘들’을 키우려면 열심히 돈 모아서 부자가 되어야지. 안일하여지려고 했던 나를 다시 다그친다. 내가 나아가야 할 길이 열렸다. 누구보다 뛰어난 훌륭한 교사도, 모범적인 시민도 아닌 여유로운 쌍둥이 아빠 선생님이 내 길이다. 저 멀리 펄럭거리는 돈의 깃발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제부터 쌍둥이 아빠가 되려면 더욱 경제 공부와 투자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쌍둥이 교사 아빠 재테크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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